
책 소개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사회과학자들의 작은 추모 삼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무엇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었던 250명의 아이들을 바다 속으로 수장시켰는지. 무엇이 아비규환 속의 배를 겨우 빠져나온 75명의 학생들을 밤마다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게 하는지. 왜 아직도 유가족들과 많은 시민들은 ‘세월호’라는 단어만 들어도 분노와 가슴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 삼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선장과 선원들의 태만과 실수 때문인지, 청해진 해운의 과도한 이윤추구 때문인지, 정부나 해운 감독기관의 부실한 관리 때문인지, 청와대와 정치인들의 탐욕과 권력 추구 때문인지, 해경의 무능력과 거짓말 때문인지, 순종과 일치단결을 미덕으로 삼는 교육 때문인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이 사실상 서로 무관하지 않으며, 어쩌면 한 덩어리일지도 모른다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뒤로 우리는 그동안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검고 질척한 물체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사회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도 처음에는 충격의 회오리 속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노와 자책으로 괴로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이후의 진행 과정이 한국사회를 돌아보는 귀하고 중요한 질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사회에 대해 진일보한 이해와 분석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죽은 아이들에게 덜 미안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서울대 몇몇 학자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고, 2015년 5월 7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는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그날 사회과학자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하여 발표, 질문과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그곳에서 조금은 나은 한국사회를 만들고자 함께 나눈 고민과 성찰이 바로 이 책의 시작입니다. 그 이후, 학제간 또는 융복합 연구를 확대함으로써 기초학문으로서 사회과학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사회과학분야 융복합 연구’ 지원 덕분에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회학, 인류학, 정치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과에 속한 학자들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발견하거나 깨닫게 된’ 한국사회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1장 이재열의 “세월호 참사, 시스템 이론으로 본 원인과 대책”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시스템의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는 반복되는 재난 경험 속에서도 여전히 위험 감수를 통한 이윤 극대화를 당연시 여기고,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통한 시스템 개혁보다는 희생양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사회의 조직 문화에 그 주요한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장 홍찬숙의 “위험사회의 정보유포매체와 세월호 참사의 ‘국민재난’ 되기”는 울리히 벡과 루만, 그리고 벤야민의 근대 매체에 관한 논의를 바탕으로, 세월호 침몰 당시 TV의 보도영상 및 인터넷·SNS를 통한 시민적 공론장의 형성이 어떻게 세월호 참사를 ‘국민재난’으로 만들어 왔으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형성해왔는가를 분석합니다. 제3장 이현정의 “세월호 참사와 사회적 고통: 표상, 경험, 개입”은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에 야기한 고통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성격을 드러냅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미디어에 의해 정치적 찬반의 문제로 성격 지워진 이후, 유가족, 생존자, 시민을 아우르는 점점 더 심각한 고통의 경험으로 확산되고, 심지어 의료계·종교계를 비롯한 전문가의 개입이 그러한 고통을 악화시켜온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4장 강원택의 “사회적 이슈와 정치 갈등: 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는 세월호 참사가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의 정치적 갈등을 격화시키게 된 원인을 탐색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그 원인의 일부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과 양당제적 특징을 갖는 승자독식의 한국 정치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5장 박종희의 “왜 세월호 참사는 극단적으로 정치화되었는가? — 재난정치의 딜레마”는 재난정치 이론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가 양극단의 정치화를 생성하게 된 시점과 사건들, 그리고 공식화된 담론을 세세히 분석합니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가 당파적 재난정치의 문제로 바뀌어 버린 것은 정부의 대응 실패를 감추고자 하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음을 결론에서 암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 신혜란은 “기억의 영토화: 세월호 기억공간의 형성 과정을 사례로”에서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 서울 광화문 광장, 제주도 기억공간 리본에서 나타나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기억의 형성과 공간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억의 장소는 물리적 특징 및 행위 주체의 기억의 욕망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각각 독특한 의미와 성격을 갖는 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논의는 앞서 우리가 세월호 참사에 관해 궁금해 했던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충분히 답해주지는 못합니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재 사회과학이 갖고 있는 한계이며, 동시에 사회과학자들이 앞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작게나마 의미 있는 시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바란다면, 우리의 작업이 앞으로 사회과학이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한국사회를 조금 나아질 수 있도록 기여하는 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글이 비록 부족하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향한 작은 추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자들을 대표하여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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