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해설 詩의 맛을 음미하다 ? 윤영자 시인 뒤를 따라 배 준 석 (시인ㆍ?문학이후? 주간) 시의 맛을 그리다 누구나 시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살아가는 방법이나 일이나 사연이나 별도로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시 같은 삶을 살아간다고 전제할 수 있다. 실제로 사람 사는 일은 모두 시의 소재다. 거기에 나름 생각과 느낌을 얹는다면 충분히 시로 살려낼 수 있다. 시는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윤영자 시인의 시에 따르면 ‘산 아랫도리로부터 기어오른 봄기운’을 (?어둠의 뿌리가 궁금했다 ?에서)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설익는 반달을 엿보고 있는’(?달의 계단?에서) 것일 수도 있으며, ‘파도에 새긴 목소리의 말없는 지문’을 (?목소리의 지문?에서) 들여다보는 일일수도 있다. 때로 분꽃을 보며 분첩을 생각해내기도 하고 청도 오일장에서 선짓국을 먹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별도의 편견이 필요 없을 만큼 시의 소재는 다양하다. 사람 사는 일이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 사는 도처에 자리한 것이 시요, 그것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시인이다. 그 중에서 유독 어떤 일이나 대상에 관심을 갖고 글로 정리한 사람들에게 시인이라는 칭호를 붙이지만 이 경계도 사실 모호하다. 현대시로 넘어오면서 시의 소재는 더 다양해지고 생각이 넓어지며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일도 일상화되고 있다. 그래서 사물을 거리가 먼 존재로 본다거나 관념이나 추상적인 일들을 구체적인 사물로 대신 표현하는 일이 각광을 받기도 한다. 시인도 많고 시도 흘러넘치는 시대이다. 그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는 시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각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주변에 관심 갖고 애정으로 접근하며 잊을 수 없는 일을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고무적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시가 어려워지고 있다. 웬만한 소재는 다 낯익은 것이 되었고,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표현된 남의 시 구절 뒷모습이나 훔쳐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수많은 시인 틈에서 헤엄치며 앞으로 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은 너나없이 예민한 시대이다. 내 이익에 관대하고 남에게는 더 예민하다. 정의나 진실도 실종된 시대이다. 나와 코드가 맞으면 무엇이든 다 좋고 그렇지 않으면 날카로운 칼바람이 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시세계도 여지없다. 예민하다는 말보다 더 예민한 표현은 없을까 싶을 정도로 예민한 말을 찾아야 한다. 독자도 예민하고 평론가는 날카로우며 시답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자연 출판사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예민한 사이로 용기 있게 첫 시집을 만드는 윤영자 시인의 모습이 우뚝하다. 과연 윤영자 시인은 이런 예민한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라는 관심과 만나게 된다. 더 이상 피할 곳도 없는 덩그러니 시만 있는 벌판에서 말이다. 그 벌판에서 만난 윤영자 시인의 시는 세월 무색, 감각 탁월, 용기 백배, 예민한 표현력까지 갖추고 이미 시의 깊은 맛을 음미하고 있다. 시원시원하게 흐르는 그의 시 길로 조심 따라가 본다. 어이 임자 그곳에 가면 태양을 모자로 머리 위에 쓰고 바람과 바닷물에 장단 맞춰 짭짜름한 소금이 하얀 이빨 내밀고 춤을 춘다네 더위 먹어 입맛 떨어진 임자 찬밥 물 말아 밥 한술 떠 새우젓 찬으로 한 끼 때워도 괜찮겠지 어이 임자 깡다리 말 들어봤나? 민어도 아니고 조기도 아닌 황석어래 글쎄 그게 그렇게 많이 잡히고 맛있다네 말려서 구워 먹고 무 듬뿍 넣어 간장에 조려 임자와 막걸리 한잔 들이켜면 참 좋겠지 어이 임자 우리 함께 살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 당장 내일이라도 곱디고운 모래섬에 맛이 깃든 신안의 보물섬 섬 임자도로 얼른 떠나 봄세 그려 - ?임자도? 일부 임자도에서 ‘임자’를 꺼내 희언법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어이 임자’라는 말을 반복하며 사이좋은 부부간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인 모습 속에 임자도의 속맛도 그려내고 있다. 깡다리라니, 말려서 구워놓고 무 넣고 조려서 막걸리와 먹는 맛을 시 한 접시에 오롯이 담아 놓은 솜씨라니. 그 누구인들 침 흘리지 않을 사람이 있으랴. 시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러한 시는 깡다리 만나기만큼이나 쉽지 않다. 어언 한 오십 년 가까이 여태껏 당신과 나는 신물 나게 살았제 고놈의 까다로운 입맛은 비위 맞추기 힘들어도 그게 사랑인가 했드랬제 건성건성 사는 동안 먹는 것만 바라봐도 그게 참 좋았제 우리 남도 함 가봄세 구수한 욕짓거리 입담도 덤으로 한 상 올려주던 목포 순이 할매, 아즉 살아계실런가 몰라 당신과 갈 때 상다리 부러질 것 같아 언제나 눈이 휘둥그레졌제 아, 긍께 말이여 냉이 달래 미나리 꼬막 소라 문어 호박 지짐 꼬물꼬물 산낙지 부글부글 된장찌개 끓고 흐벅지게 한 상 차려 내놓은 안줏거리 막걸리 한잔 아니 마실 수 없지 아니한가 어 여 여보게 이 잔에 차란차란 술 한 잔 따라 봄세 봄 바다를 통째로 짊어지고 확 부려놓았으니 요놈들은 한 줌 바람이 건진 풋바다인지라 어찌 내 어깨가 덩실덩실 두둥실 흥겹지 아니한가 말이여잉 역시 꽃 안주로 봄 술 마시니 이 내 가슴은 꽃 마음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만발일세 에그 여보게나 할멈 이제 속 좀 풀렸능가 자네 말이여 요깟 막걸리 한잔으로 취해 불면 우짤렁가 가슴팍에 확 앵겨볼랑게 둬 주전자 퍼 마셔부려 춘삼월 꽃 흐드러지게 피거들랑 말이여 또다시 그 너른 풋바다 한 번 캐러 가봄세 - ?남도 한가락? 전문 맛깔스럽다고 하면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시도 그렇다. 입맛에 맞게 착착 감기는 구절을 따라 읽다보면 시에서도 맛이 난다. 이미 맛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윤영자 시인이다. 맛집 찾아다니며 그동안 그 맛에 대한 글을 미각적으로 다 써놓았다. 그런 맛집 기행이라면 백번을 권해도 좋겠다. 맛을 소재로 글 쓴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데 말이다. 수필에서 보여주는 윤영자 시인의 맛에 대한 글은 재미도 뒤따라온다. 그래서 이미 수필가로서의 위상도 확고하게 자리 잡아 놓았다. 대화체를 통한 사연 확보, 건강한 성적 담론, 시인에 대한 정의, 스스로의 시 창작에 대한 이론을 형상화 시켜놓은 다음 시를 살펴보자. 재미도 있고 그럴듯함도 있고 적당한 사연이 찐하기도 하다. 윤영자 시인의 시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단서도 여기서 잡힌다. 아 글쎄, 동네 길모퉁이 돌아서 슈퍼 하는 양순이 할멈씨가 시집 읽던 짝눈이 아짐씨 보고 시인이라 부르더라구 개뿔, 시인은 뭔 놈의 시인인감 대그빡에 든 것이라곤 신물 나게 양파 농사지어 장날 좌판에 내다 판돈 고쟁이 속주머니에서 신사임당 지폐만 만지작거린 것이 고작인디 아그들은 죄다 콧구멍에 바람 들어 서울로 내빼부리고 서방이란 놈 딴 계집 꿰차서 집 나가 버린지 아마 석 삼 년은 되는가벼 부라-알 두 쪽 밖에 없는 건달 서방 믿고 시집왔던 그 아짐씨 바보 아니었던가 말여 아 글쎄, 그놈에 알 구경 좀 하려고 홧김에 지은 양파 농사가 해마다 씨알 좋은 건 명품 되어 서울로 팔려나가고 고작 판돈 몇 푼은 이놈 빈 가슴팍에 안겨줌세 그려 하, 시인이 뭐 따로 있나 붓 가는 대로 쓰는 게 아니고 속에 감춰둔 맘 가는대로 빈 가슴 깊이, 생각을 그리고 쓰면 그게 시인이닝께 낮에도 양파 밭에 나가 햇볕가리개 쓰고 소매 걷어 씨알 굵은 놈만 뽑아 뻥 뚫린 가슴처럼 성근 자루에 쑥쑥 주섬주섬 담아 슈퍼하는 양순이 할멈씨 한테 자랑하러 갈란다-짝눈이 아짐씨 시인이닝께 - ?그놈, 양파? 전문 ‘하, 시인이 뭐 따로 있나/ 붓 가는 대로 쓰는 게 아니고 속에 감춰둔 맘 가는대로/ 빈 가슴 깊이, 생각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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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ㆍ름ㆍ한ㆍ잔ㆍ하ㆍ실ㆍ래ㆍ요 윤영자 시집 시인의 말 1부 달의 계단 어둠의 뿌리가 궁금했다 12 목발로 쓴 문장 14 카멜레온 16 늦은 회항 18 달의 계단 20 익어가는 시간(Tattoo Artist) 22 목소리의 지문 24 삭도 26 죽은 자의 바람 28 선짓국 30 킬리만자로의 우산 32 내 발톱은 누가 깎아주나 34 매뉴얼 36 검은 돛배 38 구름 한잔하실래요 40 사주팔자 42 뼈가 자라는 시간 44 2부 분첩엔 분꽃이 없다 생강나무 46 오얏꽃 48 라일락 꽃향기 50 분첩엔 분꽃이 없다 52 배롱나무 54 꽃술 56 고달사지 개망초 58 명자꽃 60 모과 꽃잎 하나 62 보랏빛 치마 63 인주 같은 사랑, 석류 64 무르팍에 핀 구골나무꽃 66 파꽃 68 춘자 70 밤꽃 피는 밤, 그날 71 구절초 73 동백은 지는데 75 3부 난감하네 난감해 검은 진주 78 남도 한 가락 80 굴비 82 임자도 84 난감하네 난감해 86 홍어 88 비릿한 칼자루 90 덕자 92 삼학도 서대 횟집 94 몸이 문장이다 96 닻 98 악어의 눈물 100 연어가 돌아올 때 102 양반다리 103 늙은 갈매기 105 방목 107 4부 고모역 폭설 110 인장 112 불두화 113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115 고모역 117 윤달의 꽃 119 그늘에도 꽃은 핀다 121 폭염 123 싸전 125 대장간 대물림 127 불나방 129 건방진 바람 131 술주정뱅이, 단골집이 달에 산다 133 팽나무 뿌리 135 부실공사 137 곶감 139 간이역에서 140 5부 그놈, 양파 봄밤 142 버티고개 143 동백모텔 145 엄마의 빤쓰 147 그놈, 양파 149 타자기 151 어머니의 금계랍 152 백년손님 154 금줄 156 여강 158 홍시 159 갈대, 너 어쩌란 말이냐 161 한참 바라다보았다 163 불만 지르다 165 대나무 167 해설 詩의 맛을 음미하다ㆍ배준석 169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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