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들어가는 글 한없는 경이로움 속에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게 된다. - 아브라함 헤셀 토마스 아퀴나스는 “창조를 잘못 이해하면 하느님을 잘못 알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과학의 발달로 어릴 때 알던 진실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몇 십 년 사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 놓는 엄청난 변화들이 있었다. 아퀴나스의 말이 옳다면 우리는 새롭게 알게 된 ‘창조’에 맞춰 하느님과의 관계도 다시 생각하고 재정립해야 한다. 피정을 진행할 때 나는 크고 둥근 감청색의 종이 위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모래를 깔아 놓고 참석자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 보곤 한다. * 모래알 하나하나가 별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맑은 밤에 별을 보기 좋은 장소에서 시력이 좋고 불빛이 없다면, 맨눈으로 약 2~3천 개의 별을 볼 수 있다. * 모래알 하나를 태양이라고 생각하자. 지난 50억 년 동안 행성들과 (아직 행성이 되지 않은) 미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우리의 태양계를 상상해 보자. 그리고 우리태양인 모래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알을 찾아본다. 그 별은 알파 센터우리의 일부로 지구에서 4.35 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켄타우루스자리의 프록시마 별이다. 가까운 거리처럼 느껴지지 않나? 하지만 빛은 1초에는 30만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1시간이면 10.8억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빛은 0.016초 만에 미국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로스엔젤리스까지 가고, 0.133초 만에 적도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38만 4천 403킬로미터 떨어진 달까지 가는 데는 1.29초면 되고,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까지 가는 데는 8분 남짓이면 된다. 이렇게 상상할 수 없이 빠른 빛의 속도로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 4년이 넘게 걸리는 것이다! 오늘밤 밖으로 나가 어두운 밤하늘에서 프록시마 센터우리 별을 보게 된다면 그 빛은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움직이며 4.35년 동안 달려 우리 눈에 도착한 것이다. * 이제 우리태양을 나타내는 모래알 주위에 별들이 원반 모양으로 정연하게 퍼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별들은 우리 은하수 은하를 나타내고 나선 모양의 우리은하는 지름이 10만 광년이고 두께는 1만 광년으로 2천억에서 4천억 개 정도의 별들이 모여 있다. 우리은하계에 있는 별들을 모두 모래로 나타내려면 꽤 큰 덤프트럭이 있어야 한다. * 1920년대만 해도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23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에서 약 250만 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에 수십억 개의 은하가 있고 은하마다 별이 수십억 개나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1990년에는 610킬로미터의 우주 상공에 띄워 올린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약 120억 광년 떨어진 곳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 우주에 있는 별들을 모두 나타내려면 얼마나 많은 모래알이 필요할까? 칸칸이 모래를 가득 실은 화물 열차가 1초에 한 대씩,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지나간다고 해도 3년은 걸릴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너무나 광대해서, 그 크기를 상상만 해도 마음이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 에드윈 허블은 우리은하 바깥에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 외에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전에 과학자들은 우주가 정적이고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 확인되자 벨기에의 사제이자 물리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itre, 1894-1966)는 창세기에서 말하듯 우주에 시작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949년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는 지금은 빅뱅으로 알려진 이론을 수식으로 표현했다.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수정이 되기는 했지만 빅뱅 이론은 지금까지 우주의 기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 1998년 웬디 프리드만Wendy Freedman이 이끄는 연구진은 137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났다고, 즉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라고 발표했다. * 2003년 윌킨슨 우주 배경 복사 탐사선(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WMAP)의 관측 자료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우주의 25퍼센트가 아직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발표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의 존재는 다른 천체에 미치는 중력적인 영향을 통하여 탐지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놀라운 발견은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그것이 우주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직접 관측할 수 있는 보통 물질은 우주의 5퍼센트에 불과하고, 우주의 95퍼센트는 전혀 볼 수 없다는 말이다! * 마지막으로, 빅뱅의 첫 순간부터 생명을 향한 충동impetus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태초에 우주가 펼쳐져 나온 속도가 1조의 1조 분의 1퍼센트라도 느렸더라면 중력의 힘이 너무 커서 무언가 의미 있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우주는 자기 안으로 붕괴하고 말았을 것이다. 반대로 펼쳐지는 속도가 1조의 1조 분의 1퍼센트라도 더 빨랐더라면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약해서 무엇인가 만들어지기 전에 물질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을 것이다. 우주가 탄생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 내내 생명을 향한 의도성intentionality이 있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 이루어진 과학의 발견 덕분에 우리가 ‘창조’를 이야기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즉 우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면서 다시 생각하거나 새로 이해해야 할 여러 이미지와 은유가 생겨났고, 우리 주변의 생명에 대해서도 관심도 확대되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면서 듣는 이들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들이 맺고 있는 관계가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신 것처럼 새로운 우주 이야기도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을 주문하는 것이다. 일상으로 스며들어 우리 삶의 일부가 되고 있는 이런 지식과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주변에서 놀라운 일과 마주칠 때처럼 놀라고 감탄하면서, 깜짝 놀라는 게 옳을 것 같다. 경이로움 앞에서는 “와….” 하고 탄성을 터뜨리는 것 외에 다른 어떤 반응이 가능할까. 종교적 신념과 상관없이 우리 자신보다 더 깊고 우리의 창의력과 재능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은 신비 안에서 우리가 이제껏 살아온 것은 분명하다. ‘한없는 경이로움’이라는 표현은 아브라함 헤셀Abraham Heschel이 사용한 것으로, 그는 한없는 경이로움이야말로 생명을 대하는 종교적인 태도의 주된 특성이자 우리가 신을 체험할 때 나오는 적절한 응답이라고 했다. 우리와 신을 깊이 연결하는 통찰은 “현학적 사유가 아니라 한없는 경이로움과 깊은 경외감으로 신비에 대한 우리의 감성에서, 형언할 수 없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 온다.” 한없는 경이로움을 통해 “영혼에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는” 차원으로 이끌리게 된다. 시작은 경외감과 경탄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을지 모르지만, 한없는 경이로움은 그 사건을 넘어선다. 헤셀은 “모든 실재reality, 즉 우리가 보는 것뿐 아니라 보는 행위와 자신의 볼 수 있는 능력에 감탄하는 우리 자신까지, 그 모든 것”을 한없는 경이로움의 대상으로 보았다. 개인적으로 헤셀이 말하는 것을 체험한 적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피정을 하고 있을 때인데,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고도 1,700미터가 넘는 산꼭대기 친구 집에서 본 밤하늘은 칠흑같이 깜깜했다. 어느 저녁 해가 지고도 한참이 지난 시각, 나는 마당에 나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에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장관이었다. 어린 시절 이후 그렇게 맑고 깨끗한 밤하늘은 처음이었다. 별빛으로 수놓인 카펫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신비로 빨려 드는 것 같았다. 숨이 막힐 듯 경외감에 휩싸이는 그 순간 내 몸과 별 사이에는 아무런 거리가 없었다. 나와 신비는 하나였다. 그야말로 현…
목차펼치기접기
차례 들어가는 글 첫 번째 이야기 우주론 두 번째 이야기 새 우주론 세 번째 이야기 한처음에 네 번째 이야기 빅뱅 다섯 번째 이야기 진화 여섯 번째 이야기 강생과 광합성 일곱 번째 이야기 세상의 빛 여덟 번째 이야기 홀론 이론 아홉 번째 이야기 블랙홀 열 번째 이야기 초신성 열한 번째 이야기 신비 열두 번째 이야기 한없는 경이로움 용어 해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