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에세이집인 《소품(小品) 및 보유집(補遺集)》 (Perga und Paralipomena, 1851)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소품 및 보유집》은 쇼펜하우어가 만년(57세)에 그의 철학의 정수를 요약하고 쉽게 해설하여 일반인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쓴 에세이집이다. 쇼펜하우어는 당시까지 철학계와 일반인 모두로부터 그의 철학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그의 철학으로 하여금 비로소 세상의 광범위하고도 깊은 관심을 끌게 한 작품이다. 이 책은 학계와 일반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것은 충격적인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반 철학서가 갖지 못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는 철학서에서는 쓸 수 없었던 날카로운 풍자, 명쾌한 비유, 비판과 독설을 마음껏 휘둘렀던 것이다. 이 책은 13개의 에세이와 1개의 자전(自傳)으로 되어 있다. 13개의 에세이는 삶의 괴로움·허무·생존의지·사랑·교육·죽음·정치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의 반생(半生)〉이라는 자전은 그가 32세 때(1820년) 베를린 대학의 사강사(私講師)로 취임하기 위해 제출했던 이력서이다. 인생과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불행이나 고통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입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만큼 독특한 입장에 서서 그것을 적나라하고 날카롭게 파헤친 사람은 아직 없을 것이다. 그는 인생에 있어서의 고통과 불행을 직시하여 자기 철학의 중심 테마로 삼은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맹목적 생존의지(生存意志)의 종족유지를 위한 장난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인생이란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다만 생존의지가 시키는 대로 고통에 대하여 벌이는 휴전없는 싸움의 연속’이며, 인간은 그러다가 허무하게 ‘손에 무기를 든 채 죽어가는 존재’이다. 인생은 고통이며 그 귀결은 허무(虛無)다. ‘우리가 살아가는 직접적인 목적은 괴로움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잃고 만다.’ ‘무한한 고통도 영원한 즐거움도 없다. 한결같은 이상도, 지속적인 열성도, 한평생 변치 않는 결의도 없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 녹아 없어진다.’ 인생에 있어서의 여러 목표와 가치는 모두 허구이며 다만 살려는 의지의 다양한 위장에 불과하다. 인간은 누구나 생존의지의 노예일 뿐이다. 아름다운 사랑도 숭고한 도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생존의지의 이기적이고 간교한 술책일 뿐이다.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생존의지를 기각(棄却)하는 것이다. 의지에 매여 있을 때 인간은 ‘욕구의 육체화요 그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그의 관점을 극명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쓰고 있다. 인생의 어두운 면이 발가벗긴 채 드러나 있어 도덕가나 마음이 온유한 사람은 차마 그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이다. 독자들은 인생의 실상에 접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또 전율하게 될 것이다. 후반부에는 교육·문예·윤리·정치·시회 등 문화비평적인 글이 있다. 그의 시대적 제약이나 개인적 경험의 제약을 감안하면 그의 눈에 비친 문화의 속물화(俗物化) 경향이라든가 문화의 이기적 본성 등은 누구도 간과할 수 없는 교훈이 있다. 쇼펜하우어의 여성론은 특히 유명하다. 여자는 ‘언제나 후견인이 필요’하며, ‘선천적인 낭비가요, 빈약한 이성과 강한 허영심의 혼합물’이며, ‘선천적으로 남자에게 복종하게끔 되어’있다. 그의 글은 한편으로는 지옥의 사자가 내리는 절망적이고 암담한 선언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생의 낙오자가 내뱉는 무의미한 넋두리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널리 퍼진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동양사상에 조예가 깊었다 하는데 이 책에도 그것이 역력히 나타나 있다. 그는 동양학의 권위자 마이어 교수에게서 일찍이 인도사상을 배웠으며, 베다(veda)의 범신론(汎神論)과 불교의 고해사상(苦海思想)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5개국어에 능통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으며, 칸트에게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칸트와 관련하여 말하기를 ‘세계는 나의 표상(表象)이며, 칸트의 물자체(物自體)는 맹목적인 생존의지이다’라고 하였다. 이 책에는 이와 같은 형이상학에서 바라본 인생의 이모저모가 흥미롭고 리얼하게 남김없이 그려내고 우리가 이 책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여성이나 정치에 대한 그의 견해가 보수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심오한 형이상학(形而上學)에 근거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인생을 참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일단 쇼펜하우어의 부정(否定)의 논리를 거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이 책을 펴내는 이유의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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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1. 삶의 괴로움에 대하여 2. 삶의 허무에 대하여 3. 살려는 의지에 대하여 4. 사랑의 형이상학 5. 여자에 대하여 6. 교육에 대하여 7. 죽음에 대하여 8. 문예에 대하여(Ⅰ) 9. 문예에 대하여(Ⅱ) 10. 윤리에 대하여 11. 종교에 대하여 12. 정치에 대하여 13. 사회에 대하여 나의 반생(半生) 해 설 연 보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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