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옮긴이의 글 이 책은 미국의 허쉬(Richard H. Hersh) 등이 쓴 Models of Moral Education:An Appraisal(New York:Longman Inc., 1980)을 번역한 것이다. 책의 내용은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도덕교육에서 활용되어온 여러 모형의 이론적 틀과 실제적 기법 그리고 그 강점 내지 한계점 등에 관한 설명들로 구성되어 있다. 도덕 과목을 담당하는 교육자,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예비교사는 물론 도덕교육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하다. 책은 원래 세 명의 공동 저자들의 작품이다. 대표 저자인 허쉬는 미국의 도덕교육 전문가로서 하버드대학 교수 시절에 동 대학 부설 도덕교육센터의 책임자로 있었다. 공동 저자의 한 사람인 밀러(John P. Miller)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로서 오랫동안 전인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또 다른 공동 저자인 필딩(Glen D. Fielding)은 미국 웨스턴오리건대학 교수이다. 저자들이 다루는 도덕교육의 모형들이란 도덕교육에 있어서 ‘이론적 근거 정립, 고려, 가치 명료화, 가치 분석, 인지적 도덕 발달, 사회 행위’에 각각 초점을 맞춘 6가지의 접근법을 의미한다. 이 밖의 다른 모형들도 물론 있겠지만, 저자들은 여기서 소개되는 6가지의 모형들을 지금까지 교육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교육자들이 비교적 용이하게 다룰 수 있는 것들로 믿고 있다. 아울러 그들은 도덕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에 비추어볼 때 이들 모형에서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기보다 서로 배합하고 보충하여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도덕교육에 관한 이 책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서구 특히 영미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전통을 견지한다. 본문 첫째 장의 시작을 장식하는 슬로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도덕적 인간을 매우 뛰어나고 별난 나머지 아무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유형의 인간으로 전제하고 있지 않다. 말하자면 도덕이 별난 사람들의 별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스스로에게 유익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유해하지 않은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 셈이다. 또 둘째 장에서도 어느 정도 시사되어 있지만, 도덕적 복잡성이 종교의 힘이나 사회화 식의 길들이기로 간단하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도덕교육에 대하여 종전처럼 신앙·전통·감정 등에 의지하기보다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고 그에 기초하여 지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중시하고 있다. 옮긴이의 눈으로 보기에 책의 초판이 나온 이후 흘러간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이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네 학교 현장에서 여전히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이는 도덕적인 사람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긴 세월을 요할 뿐 아니라 각 모형들 또한 오랜 시간을 거치며 검증된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당위에 대하여 근거를 대며 접근하기,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기, 가치를 스스로 선택하여 굳혀 나가기, 도덕 문제를 차근차근 분석하여 해결하기, 도덕 판단의 수준을 높이기, 행동을 통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기 등이야말로 도덕적인 사람으로 되어가는 데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 아니겠는가? 번역을 마치고 난 뒤 옮긴이의 입장에서 일말의 궁금증이 남아 있음은 사실이다. 이를테면, 여러 모형들이 우리의 사회 문화적 배경이나 교육 현장의 분위기와 얼마나 잘 조화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각 모형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그 약점을 최소로 줄여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 최근에 강조되는 추세를 보이는 인격교육 혹은 덕교육 운동과는 서로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등등. 다만 도덕교육의 주체로서 우리는 도덕성의 인지·정의·행동의 측면을 하나로 멋지게 통합시켜 낼 수 있는 요술쟁이 접근법을 마련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자라나는 미완성의 학생들을 완성된 도덕적 인간으로 형성시키는 일에는 열정과 끈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바라보면 한편으로 비록 두껍지 않지만 적지 않은 함의를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도덕적 인간의 형성을 위해 어떤 슬기로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이 책이 도덕·윤리의 교수법을 전공하는 대학인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도덕교육에 관심 있는 모든 지성인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길 염원해 본다. 끝으로 지면을 통하여 감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학문적으로 동행하는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 및 한국윤리학회의 여러 회원님들, 학교 도덕 수업에서의 즐거운 또는 힘겨운 모습들을 생생히 전해주는 현장 선생님들, 그리고 나의 둥지 전북대학교 윤리교육과의 동료 교수님들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내색 없이 조용하게 가정에 헌신하는 아내 정진, 로욜라 언덕에서 경제학과 종교학을 전공하며 미래를 꿈꿔온 장남 구현,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사제 준비 과정에로 복귀하여 열심인 차남 구종에게 항상 고맙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흔쾌히 출판을 맡아주신 도서출판 역락의 이대현 대표이사님 및 관계자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2013년의 이른 봄 덕진캠퍼스 진수당 연구실에서 강두호 머리말 사람들은 학교가 더욱 더 도덕교육에 관여하게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75∼1976년에 실시된 교육에 관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은 학교가 학생들의 도덕 발달에 대해서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도덕교육에 대하여 이처럼 증대된 관심의 뿌리를 찾는 일이 어렵지만, 1954년 브라운 대 토페카 교육위원회에 관한 미 대법원의 판결(흑인 Oliver Brown이 Board of Education of Topeka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대법원은 흑인 학생들과 백인 학생들을 분리시킨 공립학교 설립 관련 법률들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였다.-역자 주)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종 차별 문제를 놓고 도덕에 대하여 공개적인 토론의 전조를 이룬 이 무렵 이래로 시민권 운동, 빈곤과의 전쟁, 베트남 전쟁, 여성 운동, 워터게이트 사건, 임신중절 문제, 법인 뇌물 사건, 마약 사용, 생태 문제, 동성애, 장애인의 권리 등은 우리로 하여금 국가적인 공공 환경에서 도덕적 선택을 감수하도록 강요해 왔다. 보다 근래에 가이아나의 조운스타운에서 일어난 구백 명의 자살 내지 집단 살인 사건(1978년 11월 18일 남미 가이아나의 북서쪽 마을에서 Jim Jones가 이끄는 종교 조직 Peoples Temple 소속 900여 명의 신도들이 독극물로 죽은 사건이다. -역자 주)은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책임 간에 균형을 맞추는 일의 딜레마-일종의 인간 발달 및 제도적 삶에서 중심적인 의미를 갖는 딜레마-를 격렬하게 하였다. 도덕은 또한 텔레비전이나 영화 제작물들이 심각한 도덕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일종의 ‘미디어 사건’이 되고 있다. ‘뿌리’라든지 ‘홀로코스트’ 같은 제작물들은 텔레비전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운 적이 있다. 이 같은 폭로 내용들이 인간의 삶에 필요한바 도덕적 차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크게 증대시켜 놓은 셈이다. 그런데 인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덕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으며, 대중은 학교에 대하여 미래 세대들로 하여금 보다 적절한 대답을 준비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에 있어서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가 분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학교의 역할이라는 특성에 관한 공공의 논의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전문적인 교육자들은 오늘도 도덕교육에 대하여 여러 가지 수단과 목적들을 제안하고 있다. 수많은 이론이나 모형들이 철학자, 교육과정 전문가, 심리학자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그렇듯이 도덕교육에 대한 각 접근법의 창시자들이나 추종자들은 마치 자신의 특수한 모형이 도덕교육이라는 과업에 충분한 것처럼 스스로의 관점을 신봉한다. 공개 토론회라든가 전문적 문헌에서 이루어지는 논쟁들은 흔히 도덕교육 문제에 관해서 어딘가에 ‘정답’이 있다는 그 신념을 다시 단언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도덕 발달이라는 복잡성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손에 넣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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