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사시를 쓰며 4·19 서사동시를 쓰게 된 것은 오롯이 형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1960년 4월 19일, 독재의 총탄에 형을 잃었다. 그 날 가족과 온 친척들, 온 마을이 충격과 비통에 잠겼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형의 죽음에 뚜렷이 다가갈 수 없었다. 어른들이 땅을 치며 울부짖는 걸 보고 막연한 슬픔이 피부에 스며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내게 변화가 왔다. 형의 죽음을 겪은 뒤 밥맛이 떨어졌다. 밥알이 씹히지 않았다. 찐득하고 비릿한 혈액의 냄새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떨어져 버린 꽃잎 하나 가뿐 숨을 쉬다가 고개를 떨구는 장면이 자맥질처럼 눈앞에 되풀이되곤 했다. 꽃잎은 형이었다. 영영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나볼 수 없는 형. 형은 이 세상을 떠나 또 다른 어떤 세계로 떠나갔을까? 형의 빈자리 ■시인의 말 가 텅 빈 쓸쓸함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은 높은 벼랑에서 뚝 떨어지는 꿈을 꾸던 밤의 공포에 견줄 만큼 아찔했다. 두려움과 절망감이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어질머리를 맛보게 했다. 이기붕 국회의장 관저 앞, 선두에서 형은 시위를 벌였다. 시위 물결은 금방이라도 경찰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의장 관저를 덮칠 태세였다. 그리고 4월 19일 오후 4시 경, 형은 경찰이 발포한 총탄 네 발을 가슴에 맞았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둔 뒤였다. 철쭉 핀 산언덕에 형의 유해는 묻혔지만 형은 마음속에 되살아났다. 자유와 민주의 세상이 찾아와야 하늘이 내린 인권을 누릴 수 있는 법이라고 하늘나라에서 형은 말했다. 살다 보면 때때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만난다. 그 바람이 몰고 온 엄청난 사건, 마음의 상처와 충격은 세월이 가도 달라지지 않는다. 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사월이 오면 더욱 그리워지는 형. 그날 형을 데려간 사월의 꽃바람은 가슴을 긋는 아픔이다. 그날 비극은 붉은 노을처럼 강렬한 기억으로 머물고 있다. 그러나 형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고귀한 피를 흘려 자유민주의 새 하늘을 활짝 열어놓은 형, 형의 용기 있는 삶과 생생한 기억이 시가 되었다. 형의 혼령이 내게 옮겨와 치열하게 그날을 증언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시쓴이 윤 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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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6 제1부 _머릿시•18 1. 풀꽃시계•20 2. 헤엄치는 연•22 3. 가을비에 단풍은 젖고•24 4. 조병옥 박사•26 5. 흰 것도 검은 것이라 우기는•28 6. 층층이 낙엽처럼•30 7. 파란 꿈이 자란다•32 8. 성탄절 이브•34 9. 형이 건네준 동화책•36 10. 신문을 읽던 아버지•38 11. 주인과 일꾼 뒤바뀌다•40 12. 근엄한 대통령 할아버지•42 13. 이기붕의 천하호령•44 14. 새해 경자년 밝아오다•46 15. 조병옥 박사 미국으로•48 16.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 공표•50 17. 아, 청천벽력•52 18. 형은 다시 서울로•54 19. 배달 십계명•56 20. 2·28 의거•58 21. 용기있는 눈빛•60 제2부 _제2부를 열며•64 22. 이장댁 홍보회•66 23. 논두렁 손 보는 아버지•68 24. 진달래 붉은 산천•70 25. 나라의 건강을 기원하다•72 26. 마침내 그 날, 3월 15일•74 27. 투표함 바꿔치기•76 28. 4·19 혁명의 시발점•78 29. 민주주의는 죽었다•80 30. 김주열 학생 실종•82 31. 부르르 떠는 마산 앞바다•84 32. 간절한 마음 하늘을 움직였다•86 33.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달라•88 34. 제2차 마산 시위•90 35. 폭풍 전야 4월 18일•92 36. 피의 화요일•94 37. 오빠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96 38. 나는 알아요•98 39. 오후 네 시•102 40. 붉게 물든 풀꽃시계•104 41. 민주 시계는 돌아가야 해요•106 42. 가슴에 묻은 자식•108 43.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110 44. 독재 무너지다•112 _책 끝에•114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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