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ayu.org
꽃향기

꽃향기

박일순 (지은이)

북랩·2014-04-10

  • 102쪽
  • 문학
  • KDC 811.7

로그인하면 내 서재에 추가할 수 있어요.

알라딘에서 보기

책 소개

다섯 살이 되던 해, 내 어린 시절을 아련히 뒤돌아본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고향의 기름진 땅과 그 많던 재산을 모두 탕진하시자 병든 아내와 육남매를 거느리고 충북 청원군 옥산면을 떠나 경기도 연천군으로 쫓기듯 이사를 하셨다. 고향을 떠나오는 길이 너무나 고되셨던지, 불행하게도 이사 온 지 1년 만에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셨다. 여섯의 어린 자식들과 홀아비를 남겨둔 채 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차마 말할 수 없는 한 많은 사연들을 내게만 일러주고 가시려는 듯, 철없이 어린 세 살배기 동생과 겨우 여섯 살이 된 나를 앞에 둔 채로 힘겨웠던 세상과 작별하셨다. 사는 형편이 더욱 어렵게 된 아버지께서는 우리 남매들을 고향의 일가 친척집에 모두 맡겨두시고 홀로 화전민촌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고생하신 지 1년 만에 뿔뿔이 흩어진 자식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셨으나 한 번 기운 가세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고, 우리 가정은 또다시 처절하고도 힘겨운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 무렵 나는 그나마 어렵게 다니던 중학교를 중퇴하고 일찍이 일터로 뛰어들었다. 한때는 못 다한 학업에 아쉬움이 남아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야간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학문에 심취해 있을 때쯤 다니던 야간 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고 배움에 대한 미련은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오래도록 내 가슴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후로 우울과 절망은 점점 깊어져만 갔고 동시에 살고자 하는 욕망 또한 죽어가는 나를 가만두지 않아 더욱 비참하고 괴로운 삶이 계속되었다. 그러는 중에도 틈틈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펄 벅의 『대지』 등을 읽으며 내 가슴속 깊은 상처들을 한 줄기 희망으로 바꾸어 나갔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며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글을 쓰는 습관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 같다. 극도의 신경 쇠약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를 위협하던 20대 초반에는 산속의 작은 암자를 찾아다니며 미련하리만큼 질긴 이 한 가닥 생명을 끊지 못해 살아보려고 기도로써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그때마다 느꼈던,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운 영적 세상과 대자연의 신비 앞에 한 인간으로써 겪어야만 했던 고뇌와 고통, 그리고 동시에 자연으로부터 밀려오는 감동의 메시지를 모으다 보니 나름대로 한 권의 시집이 될 만하여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아직도 말문이 막힌 채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살아가는 감사함으로 또 하루를 살아간다. 2014년 봄 박일순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