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는 후설 현상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나는 결코 그렇다고 인정할 수 없다. 철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현상학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강렬하고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현상학계가 이에 대해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후설 현상학의 참모습을 통일적으로 온전히 밝혀놓지 못한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상학계에서조차 후설 현상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현상학을 그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사상이 발전해나간 단계를 ‘기술적(記述的) 현상학 vs. 선험적 현상학 vs. 생활세계적 현상학’, ‘정태적 분석 vs. 발생적 분석’ 또는 ‘주관적 관념론 vs. 객관적 실재론’이라는 단절된 도식적 틀 속에 억지로 집어넣어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심지어 현상학의 기본문제인 의식의 ‘지향성’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거나 일관성 없이 자의적으로 왜곡시켜 해석하기 때문이다. 후설 현상학을 피상적으로 비판한 현상학자들의 견해나, 단순히 이러한 견해에 의존해 편파적으로 소개하는 2차 문헌들의 명백한 한계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이러한 단절된 도식적 이해의 틀도 부분적으로는 후설 현상학이 그때그때 발전해나간 단계의 일정한 모습을 전달해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후설이 이전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단순히 땜질해 보완하거나 이전 단계에서 분석하고 주장한 것을 완전히 거부한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후설 현상학의 참모습을 철저히 왜곡시킨다. 그 결과 후설 현상학이 제시해주는 새로운 분야를 생생하게 연구할 열정과 에너지는 곧바로 식어 굳어지고 그 무한한 지평은 간단히 차단될 뿐이다. 옮긴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념들??의 제1권, 제2권, 제3권을 동시에 번역 출판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후설 현상학이 총체적으로 ‘선험적 현상학’으로 이해될 수 있고, 또 그렇게 이해되어야만 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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