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하나님이 나를 보는 눈은 바로 내가 하나님을 보는 눈이다. 내 눈과 하나님의 눈은 하나이며 동일한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14세기 중세의 신비주의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말을 찬성하며 인용한 것이다. 하나님의 눈과 인간의 눈이 서로 다르지 않다면, 종교와 인문학이 서로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이 목적으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문학의 여러 테마들과 소통하는 기독교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불통不通에서 벗어나 소통疏通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은 14개의 인문학적 주제를 통해서 기독교를 읽어보려는 시도를 가져왔다. 바로 해석학, 문헌학, 역사학, 철학, 자연과학, 의학, 생태학, 페미니즘, 예술, 죽음, 경제학, 종교적 테러리즘, 음식문화 그리고 고통의 문제가 그것들이다. 소통이란 말이나 논리의 폭력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설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을 목표로 해야 한다. 소통은 사유의 동무로서 길을 같이 하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본 사람은 안다.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의 동반자가 바로 그 길떠남의 진정한 이유이다. 사람이 이유이다. 네 옆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인문학과 종교의 공통된 목표이다. 그래서 인문학을 통한 기독교 읽기는 폭력 없는 기독교를 지향한다. 폭력이 아니라 설득만이 사람의 신념에 대한 진정한 신뢰를 가져다준다. 아니 어쩌면 설득이 아니라 신념의 솔직한 표현이 소통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하늘의 태양 아래에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성서에 있다. 사유의 역사에서 우리가 아무리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누군가의 그림자에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올빼미가 거인들의 그늘 없이는 눈부심으로 볼 수 없다. 이 책도 또한 그러한 거인들에 대한 사유의 빚으로 가득하지만 독서의 용이함을 위해 염치불구하고 참고문헌을 최소화하였다. 다만 죄송한 마음으로 필자의 몇몇 스승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심허속천心虛屬天이라는 풍류객의 자유를 삶과 신학으로 보여주셨을 뿐 아니라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도 써주신 유동식 선생님, 대나무 같은 예언자의 꼿꼿하심과 함께 인정의 맑고 따스함으로 돌봐주셨던 김찬국 선생님, 학자의 비판정신으로 성서를 사회학적으로 읽는 법을 가르쳐주셨으며 또한 욥의 고난에 대한 설교를 통해 인간의 꺾이지 않는 정신을 가르쳐주셨던 서중석 교수님, 민중신학의 진정한 자리는 교회이며 또한 자기 스스로의 삶 한복판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경호 목사님, 하버드에서 석사과정 동안 해석학적 모델과 정치신학을 가르쳐주신 프란시스 피오렌자 교수님, 벤더빌트에서 박사과정 동안 어두운 헤겔의 심연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주신 피터 하지슨 교수님, 이 분들이 없었더라면 어찌 신학의 길에 발걸음을 떼어볼 엄두라도 내었겠는가? 배움에 느린 제자가 감사의 절을 마음으로나 이렇게 올리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에서의 나의 부재를 견디어준 아내, 산유, 인우에게 애정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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