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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하는 자 2

지배하는 자 2

현자림 (지은이)

마루&마야·2015-08-31

  • 300쪽
  • 문학
  • KDC 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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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코를 찌르는 매캐한 피비린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목소리. 숨막힐 듯한 공포가 나를 짓누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옷장속에 숨어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비명소리를 참아내야만 한다. “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아버지와 어머니의 절규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무섭다. 두렵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숨죽인체 숨어있을 뿐. “제... 제발..... 살려주시오. 우린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오. 이대로..... 살게 해주시오.” “부탁이에요. 뭐든 다 드릴게요. 그이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아주세요. 흑흑흑.” 아버지와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이렇게 모든걸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 행복한 가정이 이런식으로 풍비박산이 날수는 없는 일이다.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너는 두가지 죄를 지었다. 첫째는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 둘째는 니 새끼를 낳았다는 것.” 복면의 사내는 냉정하게 말했다. 마치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단순한 강도라면 이런식으로 적의를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복면인은 두사람을 아는 듯 했다. “내 딸만은.... 제발.... 살려주시오.” 아버지는 연진이를 살려달라며 애걸했다. 피범벅이 되어서도 연진이만큼은 지켜내고 싶으리라. “딸년 말고 아들놈도 있는걸로 아는데? 아들놈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건가?” “내 딸만은.... 제발.....” 복면사내는 비웃으며 조롱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여동생 연진이의 목숨만을 구걸했다. “여보!”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애통하게 소리쳤다. “그럼 어미의 말도 들어볼까? 니 아들놈하고 딸년 중에 하나만 살려주지. 골라라!” 복면사내는 잔인한 놀이를 즐겼다. 나와 여동생 연진이의 목숨을 놓고 게임을 벌인 것이다. “아아아. 제발.....” 어머니는 차마 누구도 선택하지 못한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얼마나 가혹한 선택이란 말인가. “고르지 않으면 둘다 죽인다.” 복면사내는 차갑게 말했다. “내.... 내 딸 연진이를.... 살려주세요. 흑흑흑.” 어머니 역시 결국에는 여동생 연진이를 선택하며 슬프게 울었다. 옷장속에 있는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볼수는 없었지만 얼마나 슬퍼하고 계실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옳은 선택이다. 나는 남자이고 오빠다. 여동생을 지키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절대 어머니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분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후후. 역시 아들놈은 제새끼가 아닌 모양이지? 입양했다고 하더니 사실인가보군. 그럼 재미있는 쇼를 해볼까? 데려와!” 복면 사내는 히죽거리며 다른 복면인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는 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다. 역시 이자들은 우연히 우리집에 들어온 강도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노리고 들어온 자들이다. “아.. 안돼!” “준서야! 도망가!” 아버지와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열 살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덜컥. “히이익.” 옷장문이 거칠게 열리며 검은 복면이 눈앞에 들어왔다. 나는 너무 놀라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애새끼가 꼭꼭 숨어있구나. 흐흐흐.” “아빠! 엄마! 으아아앙.” 복면인은 내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질질끌어 어머니와 아버지 앞에 내동댕이 쳤다. “다시 묻지. 니 딸년과 이 애새끼 중에 하나를 골라라! 하나만 살려주마.” “흑흑흑.” 복면사내는 다시금 선택을 강요했고 어머니는 그저 울고 있을뿐 선택하지 못하셨다. 아마도 나를 앞에두고 나를 버리시기는 힘든 모양이다. “어서! 아님 딸년까지 모조리 죽여주마!” 복면사내는 거칠게 소리쳤다. “어머니! 연진이를 살리세요!”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준서야.... 미안하다.....” “미안해 준서야. 흑흑흑.” 아버지와 어머니는 차마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하시고는 고개를 떨구셨다.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하지만 난 왠지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이 무서운 악당들에게 내 귀여운 동생만큼은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후. 역시 딸년인가?” 복면사내는 비웃으면서도 뭔가 만족스러운 듯한 모습이다. 마치 연진이를 선택하기를 바란듯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정보가 맞는 듯 합니다. 한시름 덜었습니다.” “그래도 시험은 해봐야겠지.” 쫘아아아악. “엄마! 아빠!” 복면사내는 내 웃옷을 찢어발겼다. 나는 너무 놀라 소리쳤지만 복면인들은 내 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무... 무슨 짓이냐?” “안돼! 제발!”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통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의 목에는 복면인의 칼이 대져있었고 아버지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어머니를 인질로 아버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듯 하다. 부가가각. “으아아아앙.” 복변사내의 칼날이 내 가슴을 찢고 지나갔다. 너무 뜨겁고 아프다. 이어서 뿜어지는 붉은 피는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큭큭큭. 어디 듬뿍 적셔 볼까?” 후비적후비적. 복면사내는 칼에 베어 벌어진 내 가슴에 다시금 칼을 후비기 시작했다. “아.. 아파... 으아아아앙.” 난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울며불며 소리쳤지만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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