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프롤로그 인간은 자의건 타의건 삶 속에서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을 회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습성화된 일상 속에서는 추억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소하고 낯선 상황이나 자연과의 교감 등, 비일상적인 체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추억이라면 그걸 만드는 데는 여행보다 더 좋은 방법도 없을 것이다. 4·19혁명 후 한동안 학생들의 위상이 높아진 시절이 있었다.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던 세 친구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무전여행을 떠난 일이 있었다. 걸어서 전국을 누비다가, 무전여행 중인 학생이라고 사정하여 무료로 버스나 기차, 또는 배를 타기도 했다. 옥천에서 속리산까지 걷고, 기차를 타고 김천에서 내려 성주 방향 계곡을 따라 올라 가야산을 넘었다. 영천, 경주, 포항을 지나 부산에서 배로 통영, 여수를 거쳐 광주로 가 서울로 돌아온 20여 일간의, 말 그대로 무전여행이었는데 지금도 그 여정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러한 패기가 강인한 나를 만들어 주었고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많은 난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큰 힘이 된 것 같다. 이렇듯 여행은 나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면서 내 가슴 속에 여행에 대한 DNA를 내장한 모양이다. 나이 70세를 넘어 렌트카로 해외여행을 다니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한 번 시작하고 보니 렌트카 여행은 내 인생 후반기를 한결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다. 가족여행이다 보니 딸, 아내 모두가 일 년 간 기대에 부풀어 지낸다. 여행은 우리들 마음에 늘 희망을 준다. 더구나 둘째딸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더 의미가 있고 보람도 크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서둘러 다음 여행지를 정하고 준비한다. 안데르센은 ‘여행은 나의 인생’이라고 했다. 여행은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여 젊음을 충전해주고 있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낯설음이다. 그 낯설음과 익숙해지면서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감이 가슴을 적셔온다. 이것이 우리 가족의 여행 목적인 동시에 소득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에서 증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한다. 무관심은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자기 부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은퇴 후 세월이 지나면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사람들로부터 차츰 잊혀간다. 이런 무관심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자극이 필요하고 자극을 받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인 것이다. 사람은 평생 배우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배우면서 깨닫게 된다. 깨달음은 자기만족 자기행복으로 이어진다. 낯설음과 만나면서 시작된 여행길은 우리 인생이 무관심에서 벗어나 관심을 갖게 하고 자극을 받아 배우고 깨닫는 과정을 통하여 지적 성장뿐 아니라 영적 성장까지 이루는 삶의 순환 과정을 겪게 된다. 내 여행 이력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여행을 많이 했으니 글을 써보라.”는 권유로 책을 내기로 작정하고 보니 능력 부족을 절감하면서도 이렇게나마 기록을 남겨 놓으면 이 지역을 여행할 사람들이나 우리 가정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집필에 앞서 나의 여행 일기장을 정리하면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나의 인생 75년간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추억은 많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좋은 일, 사선을 넘나들던 일, 죽도록 고통스러웠던 일, 들추어내기 민망스러운 일들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왔다. 따라서 글을 쓰는 동안 진정한 나 자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또 다른 내적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노르웨이 여행은 두 번 한 셈이다. 2014년 북 유럽을 한 달간 여행하면서 15일간을 피오르드 중심으로 중남부 노르웨이를 렌트카로 돌아다녔고, 이번 한 달 간의 북 노르웨이 여행으로 거의 전 지역을 돌아다닌 셈이다. 세계적으로 국토 전체가 만년설과 피오르드, 바다가 함께 어울려 있는 나라는 노르웨이 뿐일 것이다. 해안선 직선 길이 1,750㎞가 전부 바다와 피오르드, 산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경관을 바라보며 다닌 여행길이었다. 감탄스러운 자연 경관이 곳곳에서 나타나지만 실생활 환경은 열악하다. 그 속에서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즐기며 평화스럽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바이킹의 후예들을 보고 내 지난날을 반추해보면서 인생이 바로 긴 여행이라는 걸 실감했다. 부디 이 책이 렌트카 여행자들, 특히 북 노르웨이를 여행하려는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박용득(朴龍得) 판형 신국판 페이지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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