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으로 가는 길-스티글리츠의 신고전학파 시장이론과 시장사회주의론 비판-
조지프 E. 스티글리츠 지음/강신욱 (옮긴이)
한울·2003-02-28
- 사회과학
- KDC 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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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역자 서문 이 책은 조지프 E.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의 1994년 저작 Whither Socialism?을 번역한 것이다. 원제를 직역하면 '사회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쯤 되겠지만, 이것을『시장으로 가는 길』이 라는 제목으로 옮기게 된 데에는 약간의 변명이 필요하다. 원제만 보자면 이 책이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책은 사회주의 붕괴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가 아닌 붕괴의 국면이 완료되고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진행중인 시기에 출간되었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으며, 시장경제로 가야한다는 것이 기정 사실화된 시점에 쓰여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주 내용은 사회주의 실험의 성패에 대한 성찰이나 시장경제의 필연성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시장경제로 항해를 시작한 국가들이 명심해야 할 점들에 대한 충고이다. 그것을 요약하면, 시장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고 따라서 그 길의 끝에 있는 시장의 모습도 다양하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에서 등장하는 시장을 최종 목적지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붕괴가 본격화되기 이전에도 유고슬라비아나 헝가리처럼 몇몇 사회주의 국가들은 시장을 이용하려는 실험을 했었다. 스티글리츠는 이행기의 국가들이 그때의 경험에 의지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사회주의론이 신고전학파 경제이론과 한 뿌리임을 밝힌 후, 애로-데브루의 일반균형이론으로 대표되는 표준적인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이 현실의 시장을 얼마나 잘못 설명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은 시장의 완전한 집합이 존재하고, 완전경쟁시장에서 모든 기업은 가격수용자로 행동하며,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정보는 완전히 공유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이와 같이 무리한 가정에 의존하면서 정보 문제를 간과하는 경제이론이 실재하는 시장을 설명하는 데 얼마나 한계가 많으며, 그 이론에 기대어 새로운 경제체제를 선택하려는 시도 또한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저자는 경고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은 이행기 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신고전학파의 이론적 도그마는 사실 기존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시장경제=사유화(민영화)=분권화=(완전)경쟁=효율성'을 한 축으로 삼고, 그 반대 축에는 '계획경제=국유화=중앙집권화=독점=비효율'을 대립시키는 도식적 구도가 상식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들 각 체제 구성요소들 사이의 등가관계나 대립관계를 확인시켜주는 일반적 정리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스티글리츠가 신고전파 경제학의 시장이론과 그 사촌격인 시장사회주의론을 비판하는 이론적 무기는 자신의 정보이론적 패러다임, 즉 정보경제학이다. 그리고 그는 정보경제학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공로로 애컬로프(George A. Akerlof), 스펜스(A. Michael Spence)와 함께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역자는 몇 년 전 우연히 미국의 한 대학에서 스티글리츠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을 떠난 그를 '모셔 오려고' 공을 들이던 한 대학이 마련한 사흘에 걸친 그 강연의 주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개혁에 적용된 방법과 성과를 비교할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강연의 전체적인 논조는 이 책에서 드러난 중국에 대한 저자의 우호적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자에게는 강연의 내용보다는 그 학교의 총장이 스티글리츠를 소개하면서 했던 말이 더 기억에 남는데, 청중에게 스티글리츠를 소개하기 위해 전날 4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력서를 읽느라고 고생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방대한 연구업적의 대부분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실제로 시장에서 야기하는 문제에 관한 통찰들이고, 이 책은 수십 편의 논문으로 산재해 있던 그 연구성과들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그 때문에 이 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노벨상 수상설이 나돌던 그가 수상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기획물이란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대표적 이론들이 이 책에 망라되어 있으며, 그것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한 줄의 수식 없이 다양한 사례와 더불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논의의 수준이나 진지함이 결코 손상되지도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어떤 독자들은 저자 스티글리츠에 대한 관심 그 자체에서 이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사실 일반 독자들에게 저자는 정보이론의 창시자로서보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던 세계은행의 부총재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 세계화를 비판하는 그의 논리가 어떤 이론적 뿌리를 갖고 있는지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학에 대해, 특히 학설사적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신고전학파 미시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정치한 이론체계들을 면밀하고도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보완적 내지 대안적 체제를 제시하는 여러 사조들 가운데 포스트 케인지언적 입장이 지니는 특징을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쟁점들을 오늘날 우리 경제의 개혁과 관련된 논의들에 투영해보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필요)악인가', '민영화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유일한 정답인가', '자본시장의 개방과 금융개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적 요소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은 비단 이행기의 국가에게만 던져진 것은 아닐 것이다. 역자는 혁신을 촉진하는 시장의 장점을 살리면서 소유권의 집중을 완화시키는 대안적 경제체제 모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접했다. 그러나 막상 번역을 제안 받았을 때는 다소 망설였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서술이 갖는 전문성과 긴장감 때문에 번역 자체도 쉽지 않을뿐더러 독자층도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의 '현재성'이 번역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번역 작업에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스티글리츠가 예상대로(?) 노벨상을 받았고, 그 시기에 맞추어 출간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연되는 번역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 한울출판사에 감사한다. 물론 오역과 비문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역자의 탓이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意自現)이란 경구는 좋은 번역을 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2003년 2월 강신욱 저자 서문 이 책은 내가 1990년 4월, 스톡홀름 경제대학에서 했던 빅셀 기념 강연의 내용을 확장한 것이다. 나는 애초에 지난 20년간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정보경제학의 현황을 개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동유럽 사태-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속도로 진행된 사회주의의 붕괴-는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였고, 다음과 같은 낡은 이론적 쟁점을 다시 끄집어내었다. 시장경제로의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경제체제의 선택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대해 이러한 경험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세번째 질문, 즉 이와 같은 근본적인 경제적 쟁점에 대해 기존의 경제 모형은 무엇을 말해주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내가 도달한 결론은 표준적 모형이 이 문제들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못한다는 비판, 그 이상의 것이었다. 동유럽 국가들이 처한 재난에 대해 표준적 모형도 부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주 인용되는 케인스의 말을 빌리자면,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의 생각은 옳던 그르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향력 있다. 사실 세계는 소수에 의해 지배된다. 스스로 어떠한 지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믿는 실용적 인간들은 대개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들이다. 권위에 미친 사람들은 허공에 떠다니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들은 몇 년 전의 한물 간 잡문가(雜文家)들로부터 자신의 광기를 발견한다. 나는 기득권 층의 힘이 점진적인 사고의 잠식 수준을 넘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경제학 아이디어가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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