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심신에 병이 들어 쫓기듯 해인을 찾아간다.”하였거니와, 도종환 시인이 산방에 들어 최근 몇 년간에 쓴 시를 읽으며 나는 ‘마음이 멀면 사는 곳이 절로 외지다(心遠地自偏)’는 도연명의 한 구절을 생각했다. 산 속에 들었다고는 하나 세상을 버린 것이 아니기에, 김우창 교수의 말마따나 ‘세간을 버리고 세간에 나는 것이 아니라 세간에 들어서 세간을 나는’ 불도의 입장을 보인 만해 생각도 난다. 이와 함께, 오랜 숲속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이 이미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시인의 경지를 나는 확인한다. 차거운 방에 불을 지피려고 장작을 패면서도, 나무 쪼개지는 소리에 어제 심은 강낭콩과 감자, 다람쥐와 고라니가 편치 않을 듯해서 도끼질을 멈춘다는 시인의 마음을 읽으며 나는 무릎을 치고 경탄을 금치 못한다. 정희성(시인) 오랜 시간 깊은 침묵 우려낸 그의 절창과 지혜를 단 몇 줄의 시평으로 대신하는 일은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뒤처지는 것들을 경멸하고 조소하는 이 광속의 시대에 삼십 년을 연필로만 시를 써온 시인은 지금 세 해째 ‘법주리’ 산중에서 “수련이 열었던 꽃을 닫는 걸음”의 속도(스콧 니어링의 평온한 속도)로 살고 있다. 편지 한두 통 쓰는데 한나절을 보내고 제자들이 부려놓고 간 식량으로 하루 두 끼를 먹으며 산짐승에게 미안해하는 그의 시편들을 읽으며 나는 내내 ‘심마니’를 떠올렸다. 짝퉁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리의 산삼을 캐는 시인 심마니! 기교를 버림으로써 깊이를 얻은 호랑지빠귀 울음으로 그는 海印에 가고 있는 중이다. “시로 인해 생긴 이윤이 내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인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행운이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재무(시인)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