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에게 근대성 공부는 무엇인가 장석만 이 책은 한국의 근대성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 왜 이들이 한국의 근대성이란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들이 그 동안 해온 공부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근대성에 관한 공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묻게 된다. 왜 우리가 한국의 근대성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그것이 지금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말이다. 결국 이런 물음은 왜 공부하고 있는지의 문제로 우리를 이끈다. 도대체 공부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공부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공부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조그만 단서나마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이런 근본적 물음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공부와 연관된 우리의 삶을 다르게 보도록 만들 수 있다. 한국의 근대성 공부에 관한 이 책이 우리의 공부 자세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면 더 바람직한 일이 없을 것이다. 서론은 지금 우리에게 나타나 있는 공부의 모습에서 시작하여, 어째서 이 모양의 공부가 우리의 삶에 주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공부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또한 한국 근대성을 묻는 것이 우리의 공부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론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지 그에 대한 답은 아니다. 어차피 서론은 다른 여러 가지의 문제의식을 전제하면서 하나의 실마리를 던질 뿐이다. 이에 호응하여 여러 다른 물음과 그에 대한 답변이 제기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1. 공부는 고통스럽고 재미없다. 나는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다 집에 가마 맞기마 한다. 내 속에는 죽는 생각만 난다. 「공부를 못해서」, 이오덕,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도서출판 보리, 2004, 220쪽.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이 시는 공부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공부를 못한다고 늘 구박을 받으며, 집에서 얻어맞기 일쑤이다. 십년 남짓 산 그의 인생은 때 이르게 삶의 의미를 묻는다. 학교에서나 집에서 공부의 강압 속에 시달리면서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출구는 바로 “죽어버리는 것”이다. 이 아이에게 공부는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죽어서야 비로소 그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고달픈 상황은 공부 못하는 이 아이만의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이들도 공부가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거의 누구나 공부하는 동안에는 즐거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의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공부의 과정에서 절대 얻을 수 없다. 다만 공부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여길 때, 이른바 ‘출세’를 한 다음 회고적인 시선을 가지고 자신의 과거를 정리할 때, 비로소 그때의 공부가 즐거웠노라고 말할 따름이다. 사는 것도 공부와 같다. 우리는 사는 것이 괴로움 자체이고, 결코 고통스러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 이 경우, 사는 것과 공부하는 것은 괴로움으로 서로 연결된다. 공부의 괴로움은 필연적이며, 고통은 공부라는 것에 원래부터 내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사는 것과 공부가 고통스럽다는 공통점 이외에 별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 공부와 삶은 연관성이 없는 별개의 것일 뿐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사회에서 반듯한 모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기껏해야 이상(理想)적인 차원에서 당위를 언급할 뿐이며, 대개 ‘공염불’처럼 현실과 동떨어져서 현실을 오도하는 폐단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본다. 뻔하고 듣기 좋은 말, ‘있으나마나 하나마나’ 한 말, 현실의 실상을 감추고 왜곡하는 말을 늘어놓는 기술이 바로 공부를 해서 얻은 것이다. 물론 공부와 삶 사이의 이런 간격에 대하여 공부보다는 삶 쪽에 비난을 돌리는 견해도 있다. 공부는 올바른 길을 제시하지만, 현실의 삶이 그것을 따르지 않고 쉽고 편한 길을 택하여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공부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늘 해온 대로 공부의 원칙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이 잘되는 것은 공부가 제시해주는 이상적인 방향을 따라감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왜 현실의 삶이 공부의 방향을 따를 수 없게 되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간혹 인간의 본래적인 악의 속성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지만, 이런 식의 선험적인 전제를 내세우며 말문을 닫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공부의 첫걸음은 이렇게 말문을 막는 전제를 꼼꼼하게 살피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공부를 옹호하든지 비난하든지 공부를 재미없고, 지루하며, 고통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상당 수 사람들이 공부는 정작 중요한 문제인 우리의 삶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공부관을 가지게 될 경우, 우리가 취할 방도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공부를 시키려면 지금의 지겨운 것을 참고 견딜 만한 미래의 보상을 분명하게 제시하든지, 여러 가지 공부 가운데 그나마 실용적인 것을 선택하여 자신이 연관성을 만들어 나가든지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지배하는 곳에서 학생들로 북적이는 분야는 뻔하다. 졸업 후에 곧바로 돈과 권력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학생들이 쏠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부는 미래의 출세를 위해 고통을 무릅쓰고 해야 하는 일이다. 공부는 우리의 인내(忍耐)심을 시험한다. 고통을 참는 자는 승리하고, 견디지 못하는 자는 패배한다. 이 경우, 공부는 우리에게 엄청난 긴장을 안겨주며, 결코 재미를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요즘 이런 공부관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만한 일이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 재미없고, 지루하며, 고통스러운 것으로서 공부를 보던 관점 대신, 재미를 강조하는 풍조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대학 공부와 재미 대학에서 재미를 강조하게 된 최근의 변화는, 대학생 수의 감소현상이 가시화되고 신자유주의적 무한 경쟁이 교육계에도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여겨지면서 생긴 일이다. 그 동안 눈길도 주지 않던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학 당국이 화급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 대학은 독립된 경제단위로서 스스로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려 있다. 현재 대학은 상품처럼 광고를 하면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끌고, 그들의 관심사에 부합하기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드디어 대학 경영자들이 수요와 공급 법칙에 순종하여,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들에게 ‘혹’할만한 강의를 제공하려고 애쓰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들은 서둘러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었으며, 심지어 재미 강박증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나타났다. 특히 인문· 사회 과학 분야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더 그런 경향이 있다.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군소(群小)대학일수록 그런 경향은 심해서, 재미없는 강의는 곧바로 강사의 퇴출로 이어진다. 그래서 대학의 말단에 있는 시간강사의 경우에 강의가 재미있느냐의 여부는 생존과 직결되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이 재미에 집착하는 것을 꼭 학생들에 대한 아부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유혹과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소비자로서의 학생이 대학 강의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아마도 재미는 불가결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재미 강박증에 걸린 듯한 대학의 모습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준다. 적어도 대학은 광고나 코미디 프로그램과 같은 ‘얼 빼기 재미’에 가담하기 전에, “무엇이 진정으로 재미있는 것이냐”라는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곳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분야에 대학이 편입되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깃발 아래 ‘재미주의’에 헌신하기 전에, 대학은 도대체 “재미가 무엇인가”를 놓고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것을 유별난 것, 엽기적인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전에 못 보던 ‘잡동산이’(雜同散異)를 늘어놓는다고 해서 재미가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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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서론_우리에게 근대성 공부는 무엇인가_장석만 7 1. 새로운 맹목을 찾아서_권보드래 412. 근대의 문학, 탈근대의 문화_천정환 71 3. 20세기 전후 한국 사회의 위생, 의학과 근대성_신동원 95 4. 식민지 교육 연구 잡감_오성철 139 5. 나의 공부_장석만 169 6. 나의 근대: 연관된 아이러니의 세계_윤해동 189 7. 근대성과 내셔널리즘, 그리고 국민국가_김석근 221 8. 황색식민지의 근대성과 아메리카나이제이션_유선영 253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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