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머리말 탁월한 작가이자 기술과 컴퓨터에 관한 저서를 여러 권 낸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는 나의 첫 저서 《코드: 그리고 기타 사이버공간의 법률들(Code: And Other Laws of Cyberspace)》(이하 《코드》로 약칭-옮긴이)에 대한 서평의 끝 부분에 이렇게 썼다. “일반 법률과 달리 인터넷 소프트웨어는 징벌의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인터넷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터넷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언제든 인터넷 연결을 끊어버릴 수 있다.”1 포그는 내가 위 책에서 내세운 핵심적인 주장인 “소프트웨어, 즉 코드는 일종의 법률로 기능한다”는 데 대해 회의적이었다. 만약 사이버 공간에서의 삶이 악화되거나 싫어진다면 단지 스위치를 꺼버리는 것만으로 언제든 인터넷에 연결돼있지 않던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다소 순진한 생각을 그의 서평에서 읽을 수 있다. 모뎀을 끊고 컴퓨터 전원을 차단하기만 하면 사이버 공간에서 부닥쳤던 문제들이 더 이상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지금이 1999년이라면 포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회의적이지만, 1999년에는 그의 말이 맞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의 말이 맞았다 하더라도 지금에는 맞지 않는다. ‘자유문화(Free Culture)’의 관점에서는 모뎀을 끄고 난 뒤에도 우리는 인터넷이 일으키는 문제들과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문화’의 관점은 온라인(online)의 삶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온라인 상태가 아닌 사람들’에게 어떤 근본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살피게 해준다. 우리를 인터넷의 영향으로부터 차단시켜줄 스위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코드》에서와 달리 이 책에서 내가 전개하고자 하는 논증은 인터넷 그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나는 우리의 전통 중 일부에 인터넷이 끼치는 영향과 그 결과에 대해 논증할 것이다. 이 문제는 인터넷 그 자체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것이고, 컴퓨터 도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인터넷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방금 내가 말한 ‘전통’이란 우리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가리킨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지금의 우리는 자유문화의 전통으로부터 생겨났다. 내가 ‘자유문화’라고 말할 때 ‘자유(free)’란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창시자(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을 가리킴-옮긴이)가 사용한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맥주(free beer, 즉 공짜로 마실 수 있는 맥주-옮긴이)’2라는 표현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자유언론, 자유시장, 자유무역, 자유기업, 자유의지, 자유선거와 같은 표현에서의 ‘자유’와 같은 뜻이다. 자유문화는 창작자와 혁신자들을 뒷받침하고 보호한다. 자유문화의 이런 역할은 지적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에 의해 직접적으로 수행되기도 하지만, 부여된 지적재산권의 효력범위를 제한함으로써 그 후속활동에 나서는 다른 창작자와 혁신자들이 과거의 통제로부터 가능한 한 자유로운 상태에 있도록 보장하는 것에 의해 간접적으로 수행되기도 한다. 자유시장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공짜인 시장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자유문화라고 해서 재산권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인 것은 아니다. 자유문화의 반대말은 ‘허가문화(Permission Culture)’다. 허가문화는 창작자들이 힘이 센 자들 또는 과거의 창작자들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말한다. 만약 자유문화가 허가문화로 바뀌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변화에 저항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란 좌파에서 말하는 ‘우리’도, 우파에서 말하는 ‘우리’도 아니고, 지난 20세기를 규정했던 특정한 문화산업들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로서의 ‘우리’를 가리킨다. 좌파든 우파든 이런 의미에서 특정한 이해관계와 무관한 사람에게는 이 책에서 내가 전하는 이야기들이 혼란스럽게 여겨질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서술하게 될 변화들은 우리 정치문화의 양 진영이 모두 근본적인 가치라고 간주하는 것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3년 초여름에 우리는 당파를 초월한 분노의 표출을 목격했다. 당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디어 집중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미디어 소유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응해 전례 없는 시민적 연대가 형성됐고, 규칙개정에 반대하는 편지가 무려 70만 통 이상이나 연방통신위원회에 쇄도했다.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 미국의 저널리스트-옮긴이)는 자신이 “불편하게도, 리버럴한 올림피아 스노우(Olympia Snowe,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메인)-옮긴이)와 보수적 성향의 테드 스티븐스(Ted Stevens,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알래스카)-옮긴이) 사이에서, 그리고 코드핑크(CodePink Women for Peace, 평화 및 사회정의 운동을 벌이는 여성단체, 2002년 이라크전쟁 반대시위를 계기로 출범-옮긴이) 및 미국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총기류 판매 및 소유에 대한 규제완화를 위해 활동하는 이익단체-옮긴이)와 나란히” 행진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불편한 행진을 하면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가장 간단하게 규정해줄 만한 말을 찾았다. 그것은 ‘권력의 집중’이었다. 그는 이렇게 물었다. “이 말이 보수적이지 않은 것으로 들리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에서든 기업에서든 미디어에서든 문화에서든 권력의 집중은 보수주의자들로서는 금기시해야 한다. 지역적인 통제를 실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개인적인 참여를 촉진하는 것을 통해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야말로 연방주의의 본질이며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표현이다.”3 이런 그의 생각은 자유문화 옹호론의 한 구성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소유의 집중에 의해 초래되는 권력의 집중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게 아니다. 이보다 사람들 눈에 덜 띄는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더 중요한 권력집중의 형태, 즉 법률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가 급격히 변화함으로써 초래되는 권력의 집중에도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법률은 변화하고 있고, 법률의 변화는 우리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문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변화하는 데 대해 당신은 걱정할 것이다. 당신이 인터넷에 대해 관심이 있든 없든, 그리고 당신이 새파이어보다 좌파든 우파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 그리고 내용 중 많은 부분은 리처드 스톨먼과 자유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으로부터 아이디어나 힌트를 얻은 결과다. 사실 나는 스톨먼의 글들, 특히 그의 저서인 《자유로운 소프트웨어, 자유로운 사회(Free Software, Free Society)》에 들어있는 에세이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이 책에서 전개하는, 이론적 통찰이라고 할 만한 모든 것을 스톨먼은 이미 몇 십 년 전에 모두 다 글로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따라서 누구라도 나의 이 책은 스톨먼의 글로부터 파생된 것일 뿐이라고 말해도 좋다. 이런 비판이 진정한 비판이라면 나는 그 비판을 받아들인다. 법학자나 법률가의 일이라는 것 자체가 언제나 파생적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하나의 문화(미국사회를 지칭-옮긴이)에 그동안 언제나 그 자신의 전통이었던 하나의 전통을 상기시키는 것 이상의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스톨먼과 마찬가지로 나는 미국문화의 가치에 입각해 그 전통을 옹호한다. 아울러 스톨먼과 마찬가지로 나는 미국문화의 가치란 자유라는 가치라고 믿는다. 그리고 역시 스톨먼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런 미국문화의 가치는 과거의 가치인 동시에 미래에도 지켜져야 할 가치라고 믿는다.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자유문화를 미래에도 계속해서 가질 수 있으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가야 한다. 자유소프트웨어를 옹호하는 스톨먼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자유문화를 옹호하는 주장도 피하기 어렵고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운 하나의 혼돈에 부닥친다. 자유문화는 재산권이 없는 문화도 아니고, 작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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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들어가는 글 1부 해적행위 1장 창작자들 2장 단순한 복제자들 3장 목록 4장 해적행위자 영화 / 음반 / 라디오 / 케이블 텔레비전 5장 해적행위 해적행위 1 / 해적행위 2 2부 재산 6장 창시자들 7장 기록자들 8장 변형가들 9장 수집가들 10장 재산 할리우드가 옳은 이유 / 애초의 발단 / 법률: 유효기간 / 법률: 효력범위 / 법률과 아키텍처: 규제대상 / 아키텍처와 법률: 실행력 / 시장: 집중 / 종합하면 3부 수수께끼 11장 키메라 12장 해악 창작자들을 억압함 / 혁신자들을 억압함 / 시민들을 타락시킴 4부 균형 13장 엘드레드 재판 14장 엘드레드 법안 결론 후기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사례: 이전에는 당연시됐던 자유의 재구축 / 자유문화의 재구축: 한 가지 아이디어 그들이 곧 해야 할 일 1. 형식적 절차의 확대 등록과 갱신 / 저작권 표시 2. 저작권 유효기간의 단축 3. 자유이용 대 공정이용 4. 음악의 해방 5. 변호사들을 대거 해고하기 주석 감사의 말 옮긴이의 뒷글 찾아보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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