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옮긴이의 말 자신이 걸어온 1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이겠으나, 꾸준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는 더더욱 뜻 깊은 작업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도시여행자》는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에게 있어서 그런 의미를 가지는 작품집이다. 다시 말해 10년의 세월에 걸쳐 발표한 10편의 단편들을 묶어낸 이번 작품은 데뷔작 《최후의 아들》로부터 그의 대표작 《악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창작의 궤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목에서 말하는 ‘거리의 안내’란 작가가 작품들을 통해 독자에게 제시하는 길 안내라는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작가 스스로의 길 찾기, 즉 문학과 소설가로서의 길 찾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어쩌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는 데뷔 첫 10년간의 기초 다지기 과정은 물론 그간의 변화 양상을 독자 앞에 진솔하고 소박하게 소개하는 장을 마련한 셈이다. 따라서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이 발표 시기와 문학지, 분량, 주제, 등장인물,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제각각 다른 빛깔을 띠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그러면서도 작가가 늘 관심을 가지는 ‘공간’, 즉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삶의 양상을 표현한다는 기본적인 모티브가 바탕에 깔려 있으며, 모든 작품에는 ‘요시다다움’이라고 할 만한 일관된 기조가 유지된다. 이는 지극히 사소한 일상, 찰나적 순간, 딱히 두드러질 것 없는 대화 등의 묘사를 통해 인간의 섬세한 심리와 인생의 깊이를 상기시키는 소설적인 마법을 능수능란하게 발휘하는 역량에서 비롯되는 일관성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명료한 결말이 아니라 그보다 한두 걸음쯤 앞에서 갑자기 우뚝 멈춰 선 것 같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와 선택권을 부여하는 특징도 곳곳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진부해 보이는 인간사를 묘사하면서도 결코 평범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며,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삶의 난해함과 무게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엿보인다는 뜻이다. 한편 그렇게 자기만의 세계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획기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 도전해본 다양한 작풍과 작가의 관심 추이의 변화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처럼 매우 관념적인 문학 풍미가 흘러넘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에서처럼 도시적이면서도 달콤한 연애 분위기가 드러난 작품도 있고, 처럼 모순적이고도 모호한 인간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도 있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특징을 갈무리 지었다고 할 수 있는 표제작 를 살펴보면, 어느 날 무작정 상경해 주인공의 집에 자리 잡고 무위도식하는 형, 회사에 다니면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가족과 거의 동거하다시피 하는 기묘한 관계를 소설로 쓰는 ‘나’, 그리고 폐허가 되어버린 ‘군함도’에서 가짜 가이드 노릇을 했던 과거의 회상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리고 이들 각각은 느슨하면서도 절묘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면서 절대적인 현실을 상대화시키고 높은 완성도를 이뤄낸다. “소설에 쓴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다만 이 소설에는 쓰지 않은 일이 더 많다. 포도 따기라도 하듯 나는 지금껏 흠집 없이 잘 익은 송이만 따온 것이다. (중략) 내가 하는 일은 완전한 현실에서 몇 송이만을 따내어 거짓으로 내일에 남기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의 이 독백이야말로 이번 단편집 전체의 가장 강렬한 인상이자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이 단편 말미에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장면을 덧붙임으로써 실제의 현실에 미약하나마 저항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그곳에 존재할 뿐인 형의 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들은 결국 지극히 소극적이긴 하지만, 자신들을 얽어맨 녹녹치 않은 현실에도 빈틈이 있음을 나타내고자 저항하는 것이다. 비록 가혹하고 버거운 우리의 삶은 현실에서나 작품에서나 어쩔 수 없이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개개인을 만들어내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세상과 마주하며 계속해서 소설을 쓴다. 절망과 무연한 그 궤적이 바로 이 작품집이다. 그러니 이렇듯 작품들을 통해 현대인의 숙명과도 같은 인간과 현실과의 거리를 좁혀 나가려 노력한 지난한 발자취를 되짚어보면서 더욱 발전된 작가의 다음 10년을 상상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꼭 성급한 기대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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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나날의봄 영하5도 태풍이지나간후 새벽2시의남자 젖니 녀석들 오사카호노카 24 Pieces 등대 캔슬된거리의안내 옮긴이의말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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