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울음과울림사이 십 년 전, 고전 강좌에서『시경』을 처음 만났습니다. 사서삼경 중 하나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읽어 보지는 못 했어요. 어려운 한자로 쓰였더라도『논어』나『맹자』는 일기 쉽고 재미있게 풀이된 책이 많은데 이상하게『시경』은 접하기가 힘들었어요. 시를 풀 이하는 게 다른 글보다 어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짧은 글 속에 많은 뜻과 느낌이 들어 있으니 쉽게 설명하기가 힘든 거죠. 『시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삼천 년 전 사람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공자님이 모아서 책으로 엮은 거라고 합니다. 삼천 년 전……,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죠. 그런데 이 옛날 노래들 이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들이 느꼈던 기쁨으로 내 마음 이 환해졌고, 그들이 느꼈던 슬픔으로 내 가슴이 저렸어요. 참 이상한 일이죠? 어떻게 수천 년 전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 게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요? 온몸의 세포를 활짝 열어 놓고,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게 하고, 오장육부에 사무치고, 뼛속까지 저리게 할 수 있 을까요? 처음『시경』을 읽었을 때 가장 감동했던 시는「백주柏舟」예요. 사 랑을 잃은 여자가 닻도 없고 돛도 없이 물결 위에 둥둥 떠가는 잣나무 배처럼 의지할 곳 없는 자기 처지를 한탄하는 노래입니다. 요즘은 여자도 능력 있으면 혼자 살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 았나 봐요. 혼자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장사를 할 수도 없으니 먹고살 길이 막막한 거죠. 게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해 봐도 위로는커녕 지탄만 합니다. 네가 얼마나 못났으면 이런 지경이 됐냐고 말이죠. 여 자는 자다 일어나 가슴을 땅땅 치며 탄식합니다. “근심이 많은 마음이여, 빨지 않은 옷과 같구나!” 이 구절이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습니다. 나도 주위에 얘기 할 사람이 없어 답답한 처지였거든요. 그런데 나보다 더 답답한 심정 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를 읽으니까 갑자기 속이 후련해졌어요.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한데 표현할 길이 없어 꽉 막혔던 것 을 시가 대신 표현해 줘서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 나는 갑자기 해방이 된 것 같았습니다. 『시경』은 내가 혼자일 때 찾아와 준 친구입니다. 혼자 답답해하고 있을 때 조용히 내 말을 들어 준 친구. 내 속에 갇힌 울음을 나보다 더 크게 울어 준 친구. 그런 친구를 만나자 내 속에 갇혀 있던 울음은 세상 밖으로 나와 커다란 울림이 되었습니다. 혼자 울면‘울음’에 그치지만 함께 울면‘울림’이 됩니다. 함께 공 명하는 친구를 만나면 지질한 삶도 아름다운 노래가 됩니다. 지금 혼 자라고 생각된다면『시경』과 함께 후련하게 울어 보세요! 함께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 봅시다! 2014년 11월 정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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