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독교 구약성서의 창세기 첫머리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말로부터 시작하여 유일신이 낮과 밤, 바다와 육지, 식물, 새, 어류, 짐승, 사람 등 생물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신의 피조물인 셈이다. 이처럼 기독교에는 한 명의 신이 모든 것을 다 만들어내지만 일본에서는 그와 정반대인 것 같다. 사람이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신이 인간의 피조물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은 끊임없이 신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수도 엄청나게 많아 8백만 명의 신이라는 뜻으로 흔히 「야오로즈八百万의 신」이라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8백만 명이라는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일본인들은 신을 만드는데 있어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존재이다.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들을 만들어냈다.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기독교처럼 천지창조를 한 창세신을 비롯한 산신, 해신, 화신 등 초월적인 존재가 있는가 하면, 뱀, 토끼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도 신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 수목과 바위까지 신이 되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다. 일본의 신들은 각자 자신의 전공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눈병치료, 교통안전, 안산, 복권당첨, 인연을 맺어주고 끊어주는 것까지 각종 다양한 전공이 개발되어 있다. 의사에 비유한다면 일본의 신들은 전문의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 점은 분명히 일본 종교에 있어서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이다. 한 명의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기독교의 하나님과는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종합병원적인 신적인 존재는 일본에서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에서 신의 수는 인간의 욕망만큼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일본의 신들 중에는 인간이 신이 된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다. 인간도 당연히 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사를 인신신사人神神社라고 하는데, 무릇 그 수가 4천 개나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민속학에서는 인신사상人神思想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것이 일본과 인접한 한국과 중국에도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 수적인 것으로 보나, 지금도 그러한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과 중국은 이를 감히 따라가지 못한다. 이러한 점에서 인신사상은 분명히 일본문화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작업은 현대에 있어서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사례가 1953년경 사가佐賀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여기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민속학자 다나카마루 카츠히코田中丸勝彦씨에 의해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는 「마스다 신사增田神社의 유래기」와 「오호 통재라 경관 마스다 순사-순직영령의 제사와 민간신앙-」라는 논문을 통해 사가에서 콜레라가 유행하였을 때 당시 경찰관이었던 마스다 케이이치로增田敬一郞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병자들을 간호하다가 결국 본인도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지역민들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 신사를 세우고, 그를 신으로 모신 것이 마스다 신사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보듯이 마스다 신사는 지역민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을 도와준 은인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만든 추모기념비와 같은 존재이었는지 모른다. 이처럼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지역민들이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은 인물이면 얼마든지 신으로 만들 수 있다. 이들이 신을 만드는 데는 국적과 출신지 등은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러한 예가 야마구치현山口縣 시모노세키시下關市에 있었다. 그곳의 나카야마신사中山神社에는 애친각라 부걸愛新覚羅溥傑이라는 중국인을 모신 신사가 있다. 부걸은 청조의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의 아우이다. 청조가 망한 후 만주국이 건국되고 그의 형 부의가 황제로 있었을 때 그는 일본의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일본과 만주의 친선을 위해 일본의 후작 집안인 사가嵯峨 집안의 딸인 히로와 정략결혼 했다. 전후에는 전범으로 몰려 투옥되기도 하였으나 그 후에는 중국의 요직에 취임하여 일본과 중국의 우호증진에 힘을 쏟았다. 한때 부걸과 히로는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별거하고 있었으나 훗날 일본에서 재회하여 여생을 일본에서 보냈다. 그들의 딸인 혜생慧生은 일본의 아카기야마赤城山에서 사고사를 당하였다. 이러한 가족들을 나카야마 신사측은 경내에 사당을 짓고 신으로 모셨던 것이다. 그런데 이 사당의 내부에는 부걸과 관련된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심지어 그가 릿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學에서 받은 명예박사학위증까지 진열되어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부걸 가족의 기념관과도 같다. 이같이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의 가족들도 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다. 또 일본의 프로 야구팀 치바 롯데가 일본 리그전에서 우승을 하였을 때 당시 롯데의 감독이었던 바렌타인을 신으로 모시는 바렌타인 신사가 치바현千葉縣 마쿠와리시幕張市에 잠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이와 같이 일본인들은 시대를 초월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고, 추모와 기념하고 싶은 존재는 언제든지 신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일본의 고대신화를 연구하면서 일본 속에 존재하는 한국계 신사를 많이 보아왔다. 그 속에는 가야, 신라, 백제, 고구려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한국계 인물들이 일본에서 신이 되어 있었다. 여기에 대한 연구는 한일 양국에 있어서도 이미 상당한 양의 결과가 축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심도 있게 진행 중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으로 일본의 신들 중에는 고대 한국인들이 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고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 가운데 일본에서 신이 된 사람은 없을까? 고대를 제외하고 대거 집단으로 일본열도로 이주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두 차례가 있었다. 하나는 임란과 정유의 왜란 때 일이고, 둘은 일제의 식민통치 때의 일이다. 이러한 불행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한국인들은 대거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이동하여 정착했다.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 일본에서 신이 된 사람은 없는 것일까? 일본에서 인신사상이 예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내려오는 전통적인 관념이라면 한국인이 신이 되는 경우가 고대에만 국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사람이 있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자 민속학자이기도 한 고마츠 카즈히코小松和彦가 그의 저서 신이 된 사람들에서 신이 된 조선인으로서 이참평李參平을 들고 있는 것이다. 이참평은 임란 때 일본으로 잡혀간 조선도공으로 일본 최초로 백자의 도토를 발견하여 아리타有田 도자기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즉, 오늘의 아리타를 있게 한 공로자이었다. 그 결과 그는 사후 지역민들로부터 현창되는 인물로 인정되어 현재 도조신사陶山神社에 모셔지는 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임란포로들 가운데서도 일본에서 신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고마츠의 연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여 준다. 즉, 일본에서는 신이 되는 데는 출신지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임란 때 일본군에 잡혀간 수많은 조선인들 가운데 이참평과 같이 신이 된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만일 있다면 어떤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은 어떻게 신이 되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사정이 다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고마츠의 이참평론 이외에 이렇다 할 연구 성과를 낸 적이 없다. 필자는 임란 포로들 가운데 이참평 이외에도 조선인이 일본에서 신이 된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수많은 임란포로들이 일본에 정착하였고, 또 그들은 일본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임란포로들이 거주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예상했던 바와 같이 많았다. 지역도 카고시마와 구마모토, 사가, 나가사키, 후쿠오카, 도쿄, 오카야마 등 비교적 골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참평과 같이 도공인 경우는 나가사키현의 미가와치에도 있었다. 고려할머니와 이마무라 죠엔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도공과 관계없는 사람으로 구마모토에는 가토신사에 조선인 김환, 카고시마에는 우리의 국조 단군, 사가에는 조선인 이종환이 도진마치를 개척한 공로로 당인신사의 신이 되어 있었다. 그 뿐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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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9 01 아리타 도산신사의 신이 된 이참평 017 1. 머리말 17 2. 도일 동기 20 3. 이참평의 출신지 28 4. 일본에 있어서 이참평의 활약상 31 5. 도산신사의 신이 된 이참평 41 6. 마무리 50 02 부산신사의 신이 된 고려할머니 053 1. 머리말 53 2. 왜군에 잡혀 일본으로 간 조선소녀 ‘갓난이’ 57 3. 죽어서 신이 된 조선여인 갓난이 64 4. 갓난이 후손들의 과거와 현재상 73 5. 마무리 77 03 도조신사의 신이 된 조선인 후예 이마무라 죠엔 079 1. 머리말 79 2. 그의 조부 거관은 임란포로이다 83 3. 미가와치 도자기의 기초를 만든 산노죠 91 4. 도조신사의 신이 된 이마무라 죠엔 96 5. 도조신사와 이마무라가의 후예들 103 6. 마무리 110 04 당인신사唐人神社의 신이 된 이종환 113 1. 당인신사의 조선인 113 2. 표류민으로서 사가에 정착한 조선인 115 3. 왜군과 함께 조국을 침략한 조선인 121 4. 사가번의 어용상인이 된 조선인 126 5. 당인신사의 신이 된 조선인 131 05 구마모토의 신이 된 김환 137 1. 머리말 137 2. 구마모토에 정착한 임란포로 140 3. 기요마사의 죽음에 할복 순사한 조선인 146 4. 기요마사의 배신陪神이 된 조선인 김환 152 5. 마무리 155 06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의 단군 159 1. 머리말 159 2. 옥산신사의 제신이 단군이라는 언설 161 3. 고려신에서 단군으로 168 4. 단군에서 일본의 신으로 178 5. 마무리 186 07 일본신이 되기를 거부한 논개 189 1. 머리말 189 2. 보수원의 건립동기 198 3. 격분하는 한국인 208 4. 역사학에서 본 논개와 로쿠스케 212 5. 민속학에서 본 논개와 로쿠스케 231 6. 맺음말 239 08 코즈시마의 신이 된 오다 쥬리아 247 1. 머리말 247 2. 조선에 있어서 오다 쥬리아 251 3. 일본에 있어서 오다 쥬리아 255 4. 그녀를 신으로 모신 일본인 265 5. 마무리 280 09 조선의 원령과 돌을 신으로 모신 사당 283 1. 머리말 283 2. 다쿠多久의 고라이콘겐高麗權現 285 3. 우시마도牛窓의 초센바대명신朝鮮場大明神 292 4. 마스다益田의 사토리 이와聖岩 300 5. 마무리 306 10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모셔진 귀무덤의 영혼 309 1. 서론 309 2. 귀무덤의 발생과 공양자 314 3. 귀무덤에 묻힌 영혼들 323 4. 귀무덤은 왜 만들었을까? 336 5. 귀무덤은 어떻게 이용되었을까? 356 6. 귀무덤은 교토에만 있을까? 365 7. 외국인들은 귀무덤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375 8. 마무리 382 후기∙385 참고문헌 392 찾아보기 402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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