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말 관광을 제대로 공부해보고자 마음먹은 지 꽤 오래 지났으나 아직껏 한 번의 마침표는커녕 쉼표조차 찍지 못하고 지금에 이른 것 같다. 필자는 그동안 관광의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장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나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숱한 관광문제도 결국 사람들을 제대로 알아야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이 글쓰기였다. 누구나 깨우치는 평범한 진리이겠지만 학문에 대한 낭만적인 짝사랑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실망이기보다 어떤 중요한 것을 소홀이 여긴 반성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느지막한 나이에 시작한 ‘나머지’ 공부 같던 현장 글쓰기는 새로운 눈으로 관광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이 글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10여 년 전 눈 내리는 겨울의 추운 날 유건을 쓴 채 엿을 팔고 있던 한 청학동노인을 만나고서부터였다. 당시 흰 저고리 차림으로 손님도 뜨음한 길섶에 나와 선 청학동사람과 관광객으로 찾아온 이방인인 필자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거리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사이에 생기는 거리감과 다른 긴장 같은 것이었다. 그 후 그러한 긴장감은 한번 그를 알아봐야겠다는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결국 호기심은 자주 청학동으로 나를 드나들게 했고, 그가 사는 청학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자주 현지를 드나들면서 그동안 생각해오던 관광에 대한 인식 속에 이미 그릇된 시선이 작용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막연히 관광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비판적 시선으로 봐야한다는 그런 책무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관광을 팔기 위한 상품으로만 바라보는 시책들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반감도 현장에 들어가서 보면 그럴만한 사정들이 있기 마련이며, 일에 관계하는 사람들 간의 이해에 따라 관광현상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평범한 이해만으로도 나만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았다. 필자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제대로 현상을 인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믿는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것부터가 새로운 시작이었던 셈이다. 어떤 감정이든 자기가 알고 있던 지식만으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감정을 없애야 사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청학동 사람, 청학동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가까이 다가가서 세밀하게 살피면서 스스로 알아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 글은 청학동靑鶴洞의 전통이 어떻게 상품화 과정을 통하여 재구성되어 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청학동은 지금도 전통의 창출을 통해 변해 가고 있는 곳이다. 필자는 먼저 청학동이 관광지로 변화되는 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러한 변화과정을 알기위해서 관련된 그곳의 사회?문화적 매커니즘을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청학동이라는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관통하면서 공간적으로도 외부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의 매듭을 풀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청학동의 문화 현상은 내부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문제는 지역사회뿐 아니라 더 넓은 외부 사회로부터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요인들과 상호작용하고 서로 의존하게 된다. 필자가 그런 점에 주목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면밀히 살펴보게 되면 청학동에서 지금까지 유지해온 전통을 변형시키기도 하고 재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요인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다른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화적 역동성이 돋보이는 여행의 시대이다. 여행이 빈번한 시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명소일수록 지역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 속에서 청학동과 같은 환경에 놓인 곳은 지역주민의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이 소비대상이 되며, 지역주민은 소비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청학동과 같이 비교적 외부의 입김이 늦게 불어온 장소일수록 외부의 힘이 강하게 개입하게 되고 자본이 침투하게 된다. 그러한 환경에 놓인 지역주민들의 생활은 관광객들에게 의존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청학동이 특히 그런 곳이다. 청학동 주민의 삶은 1973년경 언론에 ‘발견된 청학동’으로 소개된 후 점차 외부인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으로 바뀌어 갔다. 청학동은 외부인에 의존하는 생활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전통을 생산하면서 그곳의 소비문화도 새롭게 형성하기도 하는 장소이다. 그런 환경은 관광지 자체의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문화나 국가사회의 변화 과정 속에서 관광현상을 다양하게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관광은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경험하기 이전의 일상 속에 이미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정보들을 접한 상태에서 여행하는 현상이다. 그들이 접한 다양한 정보는 여행하는 중에 관광소비를 일으킨다. 현지의 상품화과정은 정부의 정책, 지역의 전통생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관광업자들의 상업적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의 관광현상은 특히 전통이 관광 상품화되는 과정과 더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관광도 전통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그로 인해 방문지역의 사회 문화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한 환경은 중앙정부로 하여금 전통문화를 상품화하기 위한 숱한 전략들을 내놓게 했다. 정부의 전략은 전통문화를 수단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들이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들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과제들을 발굴하기도 하고 조직을 개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부 시책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이 필요로 하는 관광사업들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때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일수록 관광개발에 열중하며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자 한다. 이러한 환경은 추진 주체인 정부, 자치단체,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 중에서 우위를 점하는 가치가 작용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일수록 관광시책을 분별없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그들의 전략은 주로 자연과 일상생활을 상품화하는 일이다. 물론 어떤 것들은 성공하여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광사업들은 처음에 계획한 대로 실익을 주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학동처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지역으로 잘못 알려진 곳 일수록 그렇다. 이 부분에서 필자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그 탓을 전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돌리려는 태도이다. 청학동은 마을로 탄생하면서 이미 기존의 관광지와 다른 사회 경제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맺어 왔다. 하지만 외부세계는 마을 내부의 전통을 제대로 알아내려고 하지 않은 채 마을의 전반적인 일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들은 청학동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방적인 시선을 상품생산에 반영한다. 필자는 개발의 목적과 수단의 거리가 멀수록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당면한 청학동의 관광개발 문제는 관광객만을 고려해 청학동 주민들의 전통을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간주해 생긴 결과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지역 주민들은 전통을 관광객들의 요구에 반응하여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 주민들은 생산된 상품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상인이 된다. 관광이 실천되는 현지의 공간은 전통문화가 생산한 문화가치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곳은 문화가 경제적 거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모순된 입장은 생산주체들에게 많은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필자가 접한 청학동도 여러 갈등이 생기고, 갈등을 극복하면서 적응해나가는 현장이었다. 필자는 청학동을 이해하려면 그곳을 진심으로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학동은 처음에는 외부와 단절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한 곳이었다. 점차 바깥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주민들은 원래의 그들의 삶과 다른 삶터를 만들어 가며 살아왔다. 외부인들은 처음에 이곳을 찾을 때 ‘이상향理想鄕’으로 알고 찾아 왔다. 어떤 측면에서 볼 때 외부인들의 환상과 상상력이 청학동에 대한 허구적 전통을 구축하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외부인들은 물론 청학동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다. 대개의 대중관광객들은 그저 소비자로서 청학동을 바라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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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4 I.‘이상향’ 청학동의 발견 15 1. 은둔의 이상향 청학동 19 2. 풍수지리의 명당 청학동 29 3. 피안의 청학동, 실재하는 청학동 51 II.청학동의 풍수지리와 배경 59 1. 청학동의 풍수와 지리 60 2. 청학동의 옛 마을 ‘도인촌’ 67 3. 청학동 사람들의 생활 75 III.‘고립’에서 ‘관계’로: 청학동의 변화과정 89 1. 도인촌 사람들의 종교적 수행 생활 90 1) 선천세계를 준비하는 갱정유도인 91 2) 도道를 공경하며 새 세상을 준비하는 생활 99 3) 꿈꾸던 선천세계는 어디로 103 2. 외부와의 교류와 청학동의 개발 109 1) 외부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청학동 109 2) 도道로 시작된 갈등이 생존하기 위한 싸움으로 112 3) 관광개발을 둘러 싼 도인들 간의 갈등 117 3. 상가의 확산과 관광으로의 진입 131 1) 청학동에 불기 시작한 관광 ‘붐’ 132 2) 새로운 청학동, 삼성궁의 등장 142 IV.청학동 전통의 날조와 관광지 형성 147 1. 신비화된 낙원과 과거에 대한 향수 148 1) 신비스런 청학동, 향수 이미지 149 2) 청학동과 만들어진 이미지들 163 3) 날조된 청학동의 전통 185 4) 새로운 청학동의 전통 192 2. 외부집단에 의한 개발과 명소의 탄생 205 1) 변해가는 마을인심 207 2) 외부 이익집단의 개발 개입 215 3) 새로운 명소의 탄생 237 V.전통의 상품화와 새로운 청학동 243 1. 관광객의 시선과 관광지 형성 244 1) 청학동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시선 244 2) 청학동의 관광객 253 3) 무대화된 관광의 출현 263 2. 무대화된 관광과 창출된 전통 273 1) 관광 무대의 구성과 구체적 형상화 274 2) 삼성궁의 재구성과정과 축제 280 3) 관광 공간을 통해 창출된 전통 294 VI.청학동의 변화와 정체성 재구성 313 1. 수행자에서 서당 사업가로 315 1) 수행과정으로서의 서당 교육 315 2) 청학동의 서당 사업가 319 3) 예절교육의 현대적 응용 327 4) 전통 서당의 재구성 332 2. 전통에서 현대로 341 1) ‘청학도인’에서 ‘청학동사람’으로 342 2) 농민에서 상인으로 349 3) 전통과 현대성의 융합 353 3. 전통의 상품화와 만들어진 전통들 360 1) 전통의 변형과 재생산 361 2) 변화에 대한 적응과 갈등 364 3)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367 4) 그래도 청학동은 있다 372 VII.맺으면서 391 참고문헌 401 찾아보기 407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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