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한국어판 서문 에세이 『시각 저 끝 너머의 예술L�Art perte de vue』은 사실상 출간된 지 지금으로부터 스물다섯 해도 넘은 『소멸의 미학Esth�tique de la disparition』의 연속선상에 있는 책이다. 『소멸의 미학』에서 우리는 이미 운송수단의 혁명, 그리고 곧바로 이와 짝을 이룬 정보의 순간 전송 혁명과 더불어 세계의 지각작용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 운동학cin�matique이라 불리는 가시계의 에너지에 대해 얘기했다. 결국 예술의 형상들을 근본적으로 지배하던 형태론은 점차 박자와 시퀀스로 구성된 리듬학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인상주의 이후의 ‘추상예술’은 바로 이 리듬학의 현재성―과거 조형예술의 형식주의와 순수 건축적 형식주의라 할 ‘구성주의’가 영상의 음악되기로 대체된―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번째 천 년이 시작된 지금, 공간의 차원과 예술적 산업적 대상의 실물 크기에 영향을 미친 변동이 현재 두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한편으로 ‘한없이 작게’―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보았다면 감격했을 미소성微小性으로의 축소―를 지향하는 기술 발전, 다시 말해 과거에 형태의 외관이 갖던 구체제를 이제 곧 거의 인지되지 못할 수준까지 축소시킬, 나노 기술이 가능케 한 소형화 추세를 들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건물과 기계의 거인증적 초대형화 경향을 들 수 있다. 초대형 높이의 건물과 거대 적재량을 갖는 운송수단들은 이미 이에 대한 병적 징후들을 보인다. 온실효과에 대한 부담이 그간 지나치게 늘어난 자동차 운행의 감소를 요구하는 대신, 기차를 포함한 비행기·선박의 새로운 초대형 수송 능력, 그리고 메갈로폴리스에서 과다한 토지 점유율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고층건물의 증가는 이 초대형화 경향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에 주목하자. 우리의 지각 대상인 현실의 가속화가 이미 이전에 회화적 영상과 조각적 영상의 비구상, 곧 추상을 초래했다면, 21세기가 실현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 세계를 구성하는 실물 크기 차원의 축소, 더 나아가 ‘표현주의’가 선언적으로 보여주었던 한없이 거대한 오브제들과 괴물스런 기계 속으로 사라지기, 그리고 동시에 한없이 작은 것 속으로 사라지기, 즉 시각의 상실이다. 이제 감각의 상실, 객관적 한계의 상실은 정도의 이탈, 다시 말해 그리스 철학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휴브리스hubris, bris1)의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2008년 1월 20일 폴 비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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