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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따라 갈래지은 우리말 관용어 사전

의미 따라 갈래지은 우리말 관용어 사전

최경봉

(주)일조각·2014-05-20

  • 언어
  • KDC 71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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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머리말 이 책은 우리말 관용어를 의미에 따라 갈래지어 수록한 사전이다. 이러한 사전을 편찬한 목적은 명확하다. 상황 맥락에 따라 그에 적절한 관용어를 선택해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일에 임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싶은데 이를 표현할 만한 말이 없을까? 생동감이 느껴지는 관용어라면 더 좋을 텐데.”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이러한 감정을 나타내려면 어떤 말을 써야 하지? 내가 느끼는 이 오묘한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하려면 관용어가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이런 생각은 대개 생각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아무리 국어사전과 관용어사전을 뒤적여도 우리가 원하는 표현을 찾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사전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일까? 사전의 표제어가 너무 부족해서일까? 사전의 뜻풀이와 용례가 변변치 못해서일까? 그러나 사전의 내용을 보충하더라도 이런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에 임하는 적극적 태도’와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 사전에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말들이 사전 속에 꼭꼭 숨어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1996년 3월 지금은 고인이 된 박영준 교수와 관용어사전(《관용어사전》, 태학사)을 출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전이 출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 자모순으로 배열된 관용어사전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관용어사전》의 공저자로서 관용어사전의 개선 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발표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관용어가 언어의 화용적 변이 양상을 보여 주는 어휘소임을 거론하며, 관용어를 언어의 사용 맥락에 따라 갈래지어 사전에 수록했을 때 사전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게다가 각종 포털에서 무료로 국어사전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국어사전과 거의 동일한 체제로 편찬한 관용어사전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날로 커졌다. 《관용어사전》의 공저자로서 《관용어사전》의 체제를 비판하고 그 효용성을 의심해야 하는 건 참으로 불편한 일이었다. 결국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나는 《관용어사전》에 수록된 관용어를 사용 맥락에 따라 갈래짓는 일을 시작하였다. 2000년 겨울방학 때였다. 그러나 웬걸, 관용어를 사용 맥락별로 갈래짓는 시도를 한 지 한 달 만에 일을 접었다. 아쉬움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4,000여 개의 관용어를 의미 혹은 사용 맥락에 따라 갈래짓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를 일 년이 아니라 한 달 만에 깨달은 건 다행 아닌가! 그러나 《관용어사전》 공저자로서의 책임을 쉽게 벗어던질 수는 없었던지라, 박영준 교수와는 관련어 정보를 강화하는 선에서라도 개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주고받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드러나는 내용상 오류들에 피차 괴로워하던 차였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다른 일에 쫓겨 혹은 다른 책에 밀려 일을 시작하자는 말은 선뜻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2007년 11월 박영준 교수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를 떠나보내고 나니 뭔지 모를 사명감이 밀려왔다. 그로부터 햇수로 칠 년, 그동안 나는 겨를만 있으면 관용어사전에 매달렸다. 용례를 수집하고 철저하게 용례에 근거하여 뜻풀이를 하면서 관용어를 갈래짓는 방식을 고민했던 과정은, 사전 편찬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수집한 관용어를 갈래지어 정리하면서 《관용어사전》의 내용과 체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사전 기술 원칙을 새롭게 정하면서 대부분의 용례가 교체수정되었고, 표제어와 뜻풀이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실제 용례에 기초하여 사전을 기술한다는 것. 용례를 수집하고 정리한 후 표제어를 정하고 그 뜻을 풀이하는 작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나름 엄청난 일을 벌였음에도 내가 자못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이 시대가 나에게 베푼 혜택 때문이었다. 나는 소설 연구자들의 지적·육체적 노동에 힘입어 출간된 다양한 소설어사전을 뒤적이며 한국어의 보물을 손쉽게 탐색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눈부시게 발달한 정보화 기술 덕에 정보의 바다로 나아가 생생한 관용어를 마음껏 낚아 올릴 수 있었다. 특히나 90여 년에 걸쳐 쌓인 신문과 잡지 더미를 헤집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나에게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newslibrary.naver.com)’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는 뱃놀이 삼아 다녀올 수 있는 보물섬이었다. 의미 갈래에 따라 표제어를 배치하고 많은 용례를 분석하다 보면 뜻풀이는 더 정교해지기 마련이다. 같은 부류에 속하는 여러 관용어의 두루뭉술한 뜻풀이를 방치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같은 부류에 속하는 관용어 간의 의미 차이를 다시 고민하다 보니 뜻풀이에는 해당 관용어의 사용상 특수성과 어감 등이 많이 반영되었다. 또한 복수의 의미를 지닌 관용어를 의미에 따라 갈라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는데, 갈래에 맞게 관용어를 배치하다 보니 동일한 형태의 관용어를 두 개 이상의 갈래에 분산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음어 혹은 동형어에 가까운 관용어를 하나의 표제어로 설명했던 관행에서 볼 때 이는 나름 혁신적인 시도라 할 만하다. 이렇게 정교한 뜻풀이에 몰두하던 즈음 뜻풀이의 원칙을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양오진 교수의 제안으로 한중 관용어사전 집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양오진 교수와 함께했던 한중 관용어사전 편찬 사업은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때 진행한 집필 작업의 성과는 이 사전에 고스란히 흡수되었다. 번역을 염두에 두고 뜻풀이와 용례를 간명하게 다듬었으며, 한국 문화에 낯선 사전 이용자의 요구를 의식하며 관용어의 기원과 관련한 정보를 보강했던 것이다. 이때 관용어의 기원을 찾는 작업은 상당 부분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 《우리말 유래사전》(박일환) 등과 같은 선행 연구에 기대어 이루어졌다. 물론 이 사전의 가장 큰 성과는 갈래의 체계를 만들고 이 체계 안에서 4,300여 개의 관용어를 갈래지은 것이다. 한계를 절감하며 포기했던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음에도 ‘갈래의 체계’를 다시 고민하게 된 것은 《例解 慣用句辭典》(井上宗雄)의 분류 체계를 접하면서부터이다. 비록 일본어 사전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갈래의 얼개와 유사한 성과물이 있다는 데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감이 자만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체계가 흔들렸고, 앉았다가 일어서면 관용어의 배치가 달라졌다. 이는 의미를 갈래짓는 일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러니 독자들의 너그러운 마음과 유연한 사고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내 나름대로 혼란을 최소화할 장치를 몇 가지 마련하여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연관 갈래와 관련어 정보, 그리고 색인 정보가 그것이다. 번잡할 수도 있는 장치이지만,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이 사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상의 작업을 거치다 보니 이 사전은 이전의 《관용어사전》과 많이 달라졌다. 고통과 번민의 시간만큼 내용과 체제가 일신되었다. 이 사전을 ‘개정판’이라 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내가 관용어사전을 출간하였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작업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이전에 출판한 《관용어사전》은 이 사전의 뿌리이자 출발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편찬 작업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부터 《관용어사전》을 함께 만들었던 박영준 교수를 가슴 두근거리며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이 사전의 내용과 체제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을까? “이왕 내는 거 좀 더 다듬어 보라고.” 그의 죽음이 새로운 사전을 집필한 동기가 된 데 대해 아쉬워하지는 않을까? “결국 이렇게 낼 거 좀 더 일찍 서두르지 그랬어.” 조금은 아쉬워도 내 등을 두드리며 대견해하지 않을까? “우리가 냈던 《관용어사전》을 개정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렇게 발전한 모습으로 재탄생했으니 나야 고맙지. 수고했어, 최 선생.” 고백건대, 1996년 출간한 《관용어사전》은 사전 편찬에 대한 식견이 없을 때 시작하여 그 식견을 채 갖추기도 전에 마무리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업은 그 당시의 작업을 반성하고 저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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