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1. 한밤중,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늦은 밤, 구탄초등학교 하늘에 둥글고 희끄무레한 물체들이 떠다녔다. 얼핏 보면 풍선 같았다. 하지만 풍선이라 하기에는 그 움직임이 수상했다. 바람은 아까부터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데, 물체들은 학교 주변을 뱅뱅 맴도는 것이었다. 꼭 볼일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까치문방구 김 사장은 가게 문을 닫다 말고 물체들을 보았다. “저…… 저건!” 김 사장은 눈을 비비고 다시 하늘을 보았다. “놈들이야! 놈들이 날 찾아낸 거야!” 김 사장은 허둥지둥 가게 안으로 되돌아갔다. “놈들이 사람들 마을에 나타났다는 건…… 때가 됐다는 거야. 그 망할 놈의 풀씨를 기어이 대량생산한 거야. 어쩌면 벌써 뿌렸는지도 몰라. 막아야 되는데…… 난 틀렸어. 이 일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아야 돼.” 김 사장은 가게 장부를 마구 뒤적였다. “놈들 눈을 피하려면 어른보다는 아이가 나을 거야. 어디 보자, 여기 단골 꼬맹이들 중에서…… 똘똘한 놈이 누가 있더라……. 그래, 까치쿠폰에 야무지게 도장을 받아가는 놈들!” 김 사장은 볼펜으로 다섯 명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 중에서도 몸이 빠릿빠릿한 녀석이어야 해.” 그러자 다시 세 명이 추려졌다. 두룽마을 최풍, 도아리, 해넘재마을 목한수. 김 사장은 먼저 목한수의 이름을 뺐다. “한수는 서울 간댔지? 여름방학 수학 스파르타 특강인가 뭔가 듣는다고. 그럼 아리랑 풍이가 남는데……. 똘똘한 걸로 치면 아리가 나은데, 방학이라 녀석한테는 목걸이를 전해줄 방법이 없고. 풍이 고 녀석은 방학에도 사나흘에 한 번씩은 들르니까…….” 결국 김 사장이 고른 아이는 풍이였다. 풍이는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까치문방구에 들렀다 가는 꼬맹이들 중 하나였다. 바가지머리에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앞니가 삐뚤빼뚤하던 고 녀석. 김 사장은 날마다 풍이의 티셔츠를 보고 그날 급식 메뉴를 알아맞히곤 했다. 티셔츠에 불그죽죽한 국물이 묻어 있는 날에는 육개장, 노르스름한 물이 들어 있는 날에는 카레였다. 쿠폰에 까치도장을 꽉 채울 때마다 풍이는 상품으로 포켓몬스터 카드를 골랐다. 시시한 카드가 나오면 금세 시무룩해져서는 인사도 않고 휙 나가버리던 녀석, ‘라이츄 브레이크’ 카드를 뽑는 게 인생의 목표라던 그 꼬맹이……. “열 살밖에 안 된 너한테 이런 짐을 지워서 미안하다. 그래도 뒷일을 부탁한다, 풍아.” 김 사장은 구시렁대며 뭔가를 급히 챙겨서 가게를 뛰쳐나갔다. 그로부터 십 분 뒤, 김 사장은 쫓기고 있었다. 김 사장은 스쿠터를 몰고 강변을 따라 달렸다. 둥글고 희끄무레한 물체들은…… 아그리꼴라들이었다. 사실 놈들에게 ‘아그리꼴라’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김 사장이었다. 아그리꼴라는 옛날 로마인들이 쓰던 말로 ‘농부’라는 뜻이다. 실제로 놈들은 농부였다. 빛과 물이 넉넉한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적당한 행성을 발견하면 터를 잡고 농사를 지었으니까. 한때 김 사장은 아그리꼴라들의 지구 정착을 돕던 연구원이었다. 하지만 놈들의 끔찍한 계획을 알아차리고는 도망쳤다. 그 뒤로는 까치문방구 김 사장으로 숨어 살았다. 놈들과 싸울 방법을 남 몰래 연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그리꼴라들이 기어이 김 사장을 찾아낸 것이다. “김도경 박사! 달아나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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