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을 내며 비정상성에 둘러싸인 어느 정상성의 섬 이런 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몇 해 전 어느 시사 잡지에 실린 기사에서 비롯되었다. 그 잡지는 우리 학교에 ‘좌파사관학교’라는 딱지를 떡 하니 붙여놓고 있었다. 그 잡지야 자기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면 마구잡이로 시대착오적인 사상 검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극우 잡지니 그러려니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특정 개인이 아니라 학교 전체에 ‘좌파’, 게다가 ‘사관학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그저 심상히 넘기기 어려운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 ‘좌파’란 공격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너 좌파지?” 하는 손가락질에 “난 좌파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것은 은연중에 그들의 반상식적인 이념 공세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결코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래, 나 좌파다. 어쩔래?”라고 대답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가 결코 큰 대학은 아니지만 모두가 하나의 색깔, 하나의 이념만 가진 것처럼 도매금으로 넘겨도 좋을 만큼 그렇게 작지도 않다. 우리 학교 안에도 매우 다양한 사고, 다양한 색깔, 다양한 이념, 다양한 논리가 존재한다. 적어도 우리 학교는 교수와 직원, 학생 등 모든 구성원이 학내에서 어떤 생각이든 어떤 논리든 구애받지 않고 표출할 수 있는 자유를 다른 어떤 대학보다 많이 누리고 있고, 그 어떤 대학에 비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다양한 색깔이 공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글쎄, 산업화 시대와 군사 정권 시대의 일사불란한 획일주의적 사고에서 여태 벗어나지 못한 집단에게야 그런 다양성 자체가 ‘좌파’적인 특성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대학이야말로 모든 사상, 사고, 이념이 자유롭게 활개치고 맘껏 목청을 높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마땅하다. 또 대학이야말로 이 사회의 잡다한 비리나 모순과 거리를 두면서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며, 이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대안적 방향을 꿈꾸는 비주류 담론이 제약 없이 숨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내가 다른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면에서 성공회대만큼 자유롭고 성찰적이고 비판적이며 대안 담론에 열려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재단에 밉보인 교수가 해직을 당한다거나, 이사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신문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총장이 교수를 불러 훈계를 한다거나, 교수가 학문적 양심에 따라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아 징계를 한다거나 하는 식의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당연한 일이 오히려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게 우리 사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회대는 이 사회의 만연한 비정상성 속에 외로이 떠 있는 정상성의 섬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학이 좀 별난 대학, 이상한 대학, 심지어 좌파 대학이라는 소리를 듣곤 하는 것도 그렇게 ‘지나치게 정상적이기’ 때문일 터이다. 성공회대는 전국적으로도 규모가 가장 작은 대학에 속한다. 그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도 적지 않지만 우리 대학의 많은 구성원은 그러한 작음의 이점을 마음껏 누리기도 한다. 언젠가 특강을 위해 우리 학교를 방문했던 한 지인은 캠퍼스에서 교수와 학생이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크게 놀랐다는 말을 했다. 교수와 학생의 거리가 그렇게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작은 대학의 이점이 아닐 수 없다. 또 어떤 지인은 학생들이 가끔 총장실을 찾아가 커피를 얻어 마신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학생 대부분이 총장의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대학의 일반적인 모습이고 보면 그 친구의 놀라움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다. 교수들끼리 매주 모여 축구를 즐기고 때로는 직원, 학생과도 축구를 하곤 하는 모습도 외부 사람에게는 대단히 재미있고 신기하게 받아들여져서 더러 매체의 취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나는 성공회대학을 특징짓는 것은 무슨 좌니 우니 하는 이념이나 색깔 따위가 아니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공동체다운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모습을 밖에서 우리 대학을 보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여기 실린 글들은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해온 여러 교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교에 관한, 학생에 관한, 그리고 이런저런 학교의 교육 내용과 프로그램에 관한 소회를 적은 것이다. 우리 대학에 설치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글도 있고 학교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토로한 글도 있고 학생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한 글도 있다. 우리 학교를 구성하는 교수와 직원, 학생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한 그루의 나무라면 성공회대학교는 그 다양한 나무들이 서로 기대고 어우러지며 이루는 하나의 숲이다. 여기 실린 글들은 말하자면 신영복 선생의 유명한 서예 작품처럼 나무와 나무가 서로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더불어 이루는 숲과도 같은 글들이다. 우리 성공회대학교의 ‘더불어숲’에서 가장 크고 우뚝한 나무가 있다면 김성수 총장이시다. 지난 8년간 그분은 너른 가슴과 풍성한 덕으로 우리에게 가장 따뜻하고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주셨다. 그분과 함께했던 시간은 우리 성공회대 공동체 모두에게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분이 이제 임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나신다. 우리는 이 작은 책을 그분께 드리기로 했다. 감사와 사랑을 담아, 그리고 존경을 담아. 2008년 6월 글쓴이들을 대신하여 김창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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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헌사 1?5 김성수 주교님을 좋아합니다/김근상(성공회 서울교구 주교) 헌사 2?11 “야 임마, 잘해……”/이정호(성공회 샬롬의 집 신부) 책을 내며?15 비정상성에 둘러싸인 어느 정상성의 섬/김창남(신문방송학과 교수) 제1부 사람이 사는 마을 느티아래 첫 번째 이야기?25 Cyber와 似而非: 김성수 주교/이정구(신학과 교수) 느티아래 두 번째 이야기?30 나의 대학 시절 그리고 성공회대학교/신영복(석좌교수) 느티아래 세 번째 이야기?43 “자유교양 대학을 아십니까?”/조효제(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 느티아래 네 번째 이야기?52 우리는 사람이 사는 마을로 간다/이지상(교양학부 외래 교수) 느티아래 다섯 번째 이야기?63 더 숲 트리오의 노는 이야기/김창남(신문방송학과 교수) 느티아래 여섯 번째 이야기?71 무소속 구락부/한홍구(교양학부 교수) 느티아래 일곱 번째 이야기?80 ‘느티아래’에서 신학하기/김기석(신학과 교수) 느티아래 여덟 번째 이야기?90 희망을 노래하는 법/김진업(사회과학부 교수) 느티아래 아홉 번째 이야기?96 성공회대학교에 있는 것과 없는 것/박경태(사회과학부 교수) 느티아래 열 번째 이야기?103 오럴 사커와 모럴 사커/정윤수(축구평론가, 교양학부 외래 교수) 느티아래 열한 번째 이야기?114 학생들이 나에게 준 희망의 메시지/장화경(일어일본학과 교수) 제2부 세계로 열린 창 느티아래 열두 번째 이야기?123 가르치며 배우며/장영석(중어중국학과 교수) 느티아래 열세 번째 이야기?132 일거삼득의 마력, SPELL/조병은(영어학과 교수, 전 SPELL 주임 교수) 느티아래 열네 번째 이야기?145 좌절 속에서 희망 찾기/이남주(중어중국학과 교수) 느티아래 열다섯 번째 이야기?151 2014년 어느 봄날의 꿈/김명철(글로컬IT학과 교수) 느티아래 열여섯 번째 이야기?158 “왜 필리핀인가?”/이영환(사회복지학과 교수) 느티아래 열일곱 번째 이야기?170 러시아라는 낯선 창,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길/김창진(사회과학부 교수) 느티아래 열여덟 번째 이야기?177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이혜원(사회복지학과 교수) 느티아래 열아홉 번째 이야기?182 캠퍼스의 새 바람/진영종(영어학과 교수) 느티아래 스무 번째 이야기?191 목사, 수의사, 변호사, 운동가가 함께 공부하는 곳/조희연(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 느티아래 스물한 번째 이야기?201 교환 유학생 이야기/양기호(일어일본학과 교수) 제3부 더불어 꾸는 꿈 느티아래 스물두 번째 이야기?209 다시 쓰는 교육지표/고병헌(교양학부 교수) 느티아래 스물세 번째 이야기?217 성공회대학교가 추구해온 새로운 대안 교육/이재정(신학과 교수, 전 통일부 장관) 느티아래 스물네 번째 이야기?223 사회봉사: 노인 휴대전화 교육 도우미/이가옥(사회복지학과 교수) 느티아래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233 학교 홍보의 필요성과 자정 노력/김재화(영어학과 명예교수) 느티아래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239 뒷심의 미학/김덕봉(글로컬IT학과 교수) 느티아래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245 자전거와 전철로 출퇴근하는 즐거움/권진관(신학과 교수) 느티아래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251 X와 Y/박창길(유통정보학과 교수) 느티아래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255 럭비공, 재령이 이야기/최영묵(신문방송학과 교수) 느티아래 서른 번째 이야기?262 휴대전화, 이메일, 편지 그리고 우리/유동주(신문방송학과 교수) 느티아래 서른한 번째 이야기?269 혼자서 가는 자동차/홍은지(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 느티아래 서른두 번째 이야기?279 ‘주초(酒草)’에서 자유로운 신학과/김은규(신학과 교수)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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