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문 편지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 중 하나일 것이다. 각종 디지털 매체로 현대화된 오늘날 그런 편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커진다. 이 책은 프랑스 작가들의 편지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발신인과 수신인이 나눈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연인, 친구, 친지와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고, 작품이 어떤 시기에 어떤 의도로 구상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 작가의 성품이나 기질은 어떠했는지, 그들이 어떤 글쓰기 연습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사실 편지에 쓰인 경험을 하는 ‘나’와 편지를 쓰고 있는 ‘나’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다. 글을 쓰는 이의 자존심, 자긍심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건을 정리하고, 숨기고, 과장하고, 지어낸다. 어느 작가든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직접적으로 편지에 쓰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고백하고 기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깊은 곳에 갇혀 있는 것, 혹은 의식적으로 가두어 놓은 것들을 조금씩 바꾸고 이상화하면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한 인간의 내적 갈등의 세세한 주름과 골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비롯해서 일반 독자 및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작가의 사적이며 내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은밀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총 1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제별로는 3부로 나뉜다. 각 장에서는 편지를 쓴 작가의 생애 및 작품세계, 발신인과의 관계에 이어서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를 소개한다. 1부에서는 사적인 편지 중 가장 높은 감성적 밀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사랑의 편지들을 소개한다. 사랑의 편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아름다운 영혼의 그리움, 안타까움이다. 은밀한 감정이 노출된다는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순간을, 고통과 환희의 매순간을 자신 안에 가두지 않고 당당하게 그리고 절절하게 드러냄으로써 연애편지는 아름다운 문학텍스트로 거듭나는 것이다. 2부에서는 작가가 사회에서 자신의 문학적·정치적·사회적 정체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내용의 편지들을 소개한다. 문학적 상아탑에 갇힌 한 개인으로서의 ‘나’가 아닌 공동체 안에서의 ‘나’, 그래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동시대적 문제에 반응하고 분개하고 참여하는 작가의 사색적이며 투쟁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3부에서는 작가의 존재의 이유인 글쓰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일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작가가 출판인 및 편집자와 편지로 나눈 깊은 철학적 고뇌, 혹은 지나치게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 등은 완성된 형태의 책을 통해 적잖이 신화화된 작가와 작품, 그 이면에 가려진 속내를 드러낸다. 또한 여행에서 창작의 영감을 발견하는 과정도 소개된다. 이 책은 프랑스 문학 전공자들로 이루어진 ‘프랑스문학연구회’가 ??프랑스 문학에서 만난 여성들??(2010)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하는 작품이다.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김순경 교수님의 제안으로 첫 모임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그저 같은 길을 가는 전공자들끼리 살아가는 이야기나 나누어보자는 취지로 모였지만 밤이 깊도록 포도주 잔을 기울이며 나눈 잡담과 웃음 속에서 인문학의 향기를 일반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이렇게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필자 모두에게 이 책을 만들어가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각기 다른 작가와 다른 장르를 연구하지만 프랑스 작가라는, 그리고 편지라는 공통된 주제를 기둥 삼아 각자의 공간에서 글을 쓰고, 공동의 대화방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아울러 한울의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4년 5월 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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