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을 내면서 아시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에 대한 비교사회적 연구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야 할 여정(旅程)이 남아 있는가 조희연(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 1. 민주화는 안정화의 과정이 아니라 복합적 갈등의 과정이다 이 책과 더불어 자매 책이라고 할 수 있는 ??복합적 갈등 속의 한국 민주주의??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는 다년간 연구프로젝트 중 1차년도 연구 성과이다. 현재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에 대한 아시아 비교연구”라는 제목 아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현 단계 한국 민주주의와 아시아 민주주의가 겪는 다양한 변화와 갈등을 ‘비교사회적’ 시각에서 조명하고, 나아가 그 성격을 밝힘으로써 현 단계 한국 민주주의와 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의 ‘병목 지점’을 해명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존 민주주의론을 새로운 관점에서―한국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면서도 기존의 서구적 이론틀을 넘는―재구성해 일종의 ‘한국 민주주의학(學)’을 만들겠다는 문제의식을 포함한다. 책의 제목에서 우리는 ‘복합적 갈등’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돌이켜보면,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과정에는 ‘유토피아적 열망’이 전제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즉, 민주주의가 도래하면서 독재에 따르는 모든 문제점이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느끼는 총체적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열망은 ‘진보적’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이는 사실 자연스러운 열망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부응한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립에는 보수적 의미에서의 온갖 ‘보수적 유토피아주의’와 같은 열망이 작동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열망도 어떤 의미에서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로의 전환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생각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복합적 갈등’이라는 개념을 통해 민주화 과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토피아적 과정이 아닐뿐더러 일거에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기보다는 다종다양한 갈등을 수반하고, 그 갈등을 통해서 노정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해야만 하는 지난한 과정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한국과 아시아의 민주화 과정은 대단히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으로 특징지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사회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각 나라마다 독재를 마감하고 민주화 경로에 오르는 다양한 계기 못지않게, 민주화 이후 변동도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97년 동아시아를 강타한 경제위기는 여러 권위주의 정권에 정치적 위기를 가져왔는데, 이 위기를 타고 넘으면서 체제를 유지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정권과 같은 경우가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30여 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되었다. 타이의 경우는 상당히 극적인데, 1997년 민주헌법 제정 이후 순조로운 민주화의 경로를 가던 중 2006년 9월에 군사쿠데타가 다시 발발해 탁신 정부가 붕괴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국은 2007년 12월 총선에서 친(親)탁신당이 군사정부를 누르고 다수당으로 복귀함으로써 다시금 역전되었다.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탄핵’도 변동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2000년 5월 타이완의 천수이볜 전 총통 탄핵사건, 2001년 7월 인도네시아의 와히드 전 대통령 탄핵사건, 2004년 3월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치열한 갈등의 궤적을 보여준다. 필리핀, 인도네시아처럼 민주화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독재하에서 제기되었던 ‘분리주의적 무장투쟁’이 민주화 과정에서도 분출되어 민주주의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2007년 12월 한국에서는 10년 만에 독재시대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재집권하게 되었고, 2008년 3월 타이완에서는 마잉주 후보가 이끄는 국민당이 8년 만에 반독재운동 전통을 계승하는 민주진보당을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독재의 붕괴와 민주화 궤도로의 진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안정화의 길이라기보다는 복합적 갈등의 경로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2.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출발점으로 하여 이를 넘어서고자: 연구의 문제의식 민주화에 대한 훌륭한 연구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민주화 연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02)를 출발점으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최장집 교수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론에서 중시하고 있는 ‘정당정치의 정상화’와 같은 쟁점들을 민주화 과정의 ‘복합적인 구조적 갈등’의 일부로 보고, 새로운 민주주의론을 재구성하여 이를 기초로 아시아 비교연구를 시도하고자 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연구를 통해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민주주의론의 문제의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이론적·경험적으로 불완전하지만 나름대로 ‘야심찬’ 몇 가지 새로운 이론적·개념적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도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라고 자임한다. ‘다수자 통치’로서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소수자 민주주의론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 첫째, 현실적으로 ‘다수자 통치’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소수자적 시각’에서 재구성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수자 통치’이다. 로버트 달(R. Dahl)의 민주주의론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선호(preferences)를 왜곡하지 않는 자유선거 실시, 그에 기초를 둔 엘리트들 간 다원적 경쟁이 보장되는 체제이다. 그렇게 보면, 독재는 위로부터의 동원과 억압을 통해 다수 선호와 지지 성향을 왜곡하는 체제였다. 당연히 민주화 과정은 왜곡과 억압을 극복하고 자유선거를 통해 다수 선호와 지지에 부응하는 ‘공정한 다수자 통치’를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둔 정치변동 과정이 된다. 즉, ‘왜곡되지 않은’ 공정한 다수자 통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다음과 같이 물을 수 있다. 정치적 민주화가 낳은 ‘공정한’ 다수자 통치 속에서 소수자―소수자를 특정 측면에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배제, 불평등, 차별을 받는 존재로 규정한다면―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배제, 불평등, 차별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 내포와 외연은 다르지만 사회경제적 하위 주체(subaltern), 약자, 하층계급, 민중, 다중 등은 이러한 소수자성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소수자는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빈곤여성, 도시빈민, 도시하층민, 노동자, ‘공돌이’, ‘공순이’와 같이 다양한 존재 형태를 띤다. 다수자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다수자 정치가 가능한 엘리트 다원경쟁적인 구도가 형성되는 것으로도 민주주의의 ‘충분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소수자 관점에서 봤을 때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 실현된 것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현실의 수많은 ‘다수자 민주주의’는 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배제와 불평등, 차별과 공존하면서 유지되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화 이후 ‘직접 행동’이나 ‘시민불복종’과 같이 다수자 민주주의 속에서 소수자들의 요구와 이해를 표현하는 제도적·비제도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 자체―우리 사회에서는 이조차 부정되지만 독재시대와 비교한다면―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예외적’ 자기표현 통로를 인정하더라도, 실제로는 다수자 민주주의에서 소수자들의 요구와 이해는 곧잘 ‘민주주의 외부’로―형식적으로는 내부에 있으나―추방된다. 그러므로 다수자 민주주의는 다수자의 의지를 ‘참칭’하는 과정에서 ‘소수자적 반(反)민주주의’로 전락할 여지가 많다. 민주화가 본격화된 이후 많은 민주화 국가들은 복합적 갈등과 위기를 겪는데, 이 근저에는 독재하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차원에서 억압·배제되었던 소수자와 약자들의 분출되는 요구와 이해가 새로운 형식적 민주주의 속에서 얼마나 실현되는가에 대한 치열한 갈등이 깔려 있다. 그래서 민주화 과정은―일반적 기대와 달리―안정화 과정이 아니라 불안정화 과정, 혹은 복합적 갈등과 위기의 과정으로 전개된…
목차펼치기접기
차례 책을 내면서 | 아시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에 대한 비교사회적 연구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야 할 여정(旅程)이 남아 있는가|조희연 9 1. 민주화는 안정화의 과정이 아니라 복합적 갈등의 과정이다 9 2.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출발점으로 하여 이를 넘어서고자: 연구의 문제의식 11 3. 전체 연구 흐름과 이 책의 내용 24 4.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야 할 여정(旅程)이 남아 있는가 31 제1장(총론) | ‘다층적인 탈독점화 과정’으로서의 민주화와 그 아시아적 유형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에 대한 비교정치사회학적 유형화를 위한 기초 논의|조희연 35 1. 들어가면서 35 2. 민주주의 공고화론에 대한 검토와 새로운 논의 지점들―복합적 갈등에 대한 두 가지 사고 경향 38 3. 다층적인 탈독점화 갈등으로서의 민주화와 그 갈등의 성격 47 4. 아시아 사례들의 유형화를 위한 기초 논의 74 5. 맺으면서: ‘민주주의의 사회화 없이 민주주의 공고화 없다’ 95 제2장 | 대만의 정치사회적 독점구조의 균열과 변형|박윤철 103 1. 들어가는 말 103 2. 정치사회적 민주화의 특징과 독점구조의 변형과정 105 3. 독점적 권위주의 당국체제의 구조와 운영방식 111 4. 정치사회적 변혁과 독점구조의 균열: 분권과 다원화의 가능성 121 5. 정치사회적 독점구조의 불안정적 재편성 134 6. 맺는 말 140 제3장 | 필리핀의 과두제 민주주의 정치적 독점의 해체 없는 민주화|박승우 147 1. 서론 147 2. 필리핀의 민주주의 이행과 시민사회의 전개 151 3. 정치적 독점구조의 해체를 위한 새로운 변화와 그 한계 162 4. 과두지배엘리트에 의한 정치적 독점의 지속 170 5. 요약 및 결론 181 제4장 | 타이 민주주의의 전환 과두정치로서의 ‘포퓰리즘’의 진화|박은홍 187 1. 문제의 제기 187 2. 이론적 검토: 포퓰리즘과 과두정치 189 3. 군부-군주 포퓰리즘 동맹의 등장 194 4. 금권 포퓰리즘의 등장과 종언 199 5. 결론: 과두제적 포퓰리즘의 지속, ‘포스트-이행’의 파국 207 제5장 | 독일과 일본의 정치적 독점 해체 과정에 대한 비교 연구|이홍균 213 1. 머리말 213 2. 독일 국가사회주의와 일본 군국주의의 몰락과 군정체제 215 3. 독일과 일본의 전후 책임 및 보상 221 4. 일본과 독일의 정당정치제도와 시민사회 226 5. 맺음말 234 제6장 | 아시아 민주주의와 젠더 정치학의 복합적 관계: 필리핀 사례를 중심으로|허성우 239 1. 서문 239 2. 연구의 이론적 배경과 목적·연구방법·연구대상 243 3. 필리핀 정치와 민주주의의 특징: 친족 정치와 그 성별화 248 4. 필리핀 젠더주류화와 전반적 정치독점(OMP)-남성중심적 정치독점(MPM) 254 4. OPM-MPM 해체의 페미니스트 전망 268 5. 결론 279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