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문 중동지역에는 분쟁뿐 아니라 문명도 있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중동의 역사를 1시간으로 볼 때 55분은 문명이고 5분만이 분쟁의 시간이다. 중동의 문명과 문화는 깊고 넓으나, 그곳의 분쟁과 갈등은 짧고 얇은 것이다. 중동지역에는 인류 최고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이 있고, 찬란한 페르시아와 오스만 문명도 걸쳐 있다. 헬레니즘과 쌍벽을 이루는 가나안의 헤브라이즘(히브리 문명)과 아라비아의 이슬람 문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중동지역은 문명의 발상지이자 동시에 동서문명의 교차로였다. 바다와 육지의 ‘길’은 인류 문명이 소통하는 대동맥이었다. 문명에 건설자가 있으면 언제나 파괴자가 있게 마련일까. 이스라엘과 아랍국 간의 갈등과 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 숱한 내전과 전쟁은 중동의 비극이자 현실이다. 분쟁의 연원이 무엇이든지 간에 중동지역에는 뿌리는 같으나 역사가 변천하면서 합일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두 민족, 두 종교가 있다. 이 둘 사이에는 맥락적 함의에서 또는 문화접변의 측면에서 교리의 핵을 구성하고 있는 신조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코 평화롭지 못한 세월이 이어졌다. 분쟁의 해결을 위한 대안의 모색은 지난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두 민족, 두 종교 사이의 비교연구는 지속되어 왔다. 이 책은 유대인과 무슬림, 유대교와 이슬람의 서로 같고 다름이 신조와 맥락에 따라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한 연구의 한 결과이다. 두 종교 사이의 관계를 ‘금기’라는 주제어를 통해 그 맥을 짚어보고자 한다. 금기는 종교공동체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 정체성의 형성과 질서의 유지, 여러 사회제도의 작동 및 통제기제로서 중요한 사회 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아울러 한 사회의 가치와 신앙, 정서까지도 보존하고 후손에게 전달하는 기능도 담당한다. 특히 음식법(유대교의 카슈루트, 이슬람의 할랄과 하람)과 예배(유대교의 안식일과 이슬람의 솰랏 알 주므아)는 두 종교 간 규범적, 형태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며 이와 관련된 금기사항은 그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종교공동체 또는 국가는 때때로 이러한 금기들을 강화하는 정책을 실시하여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국민통합을 촉진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행위주체로서의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위로부터 부여 또는 강제되는 소극적인 종교적·사회적·정치적 기제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종교·사회적 관습과 제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보면 내적 가치와 이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유대교에서는 안식일, 음식법, 의상, 남녀 성(性)차별 등 금기의 준수 여부 또는 엄격성의 정도에 따라 초정통파 유대교(Ultra-orthodox Judaism), 정통파 유대교(orthodox Judaism), 보수파 유대교(conservative Judaism), 개혁파 유대교(reform Judaism) 등으로 구분된다. 이스라엘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유대교 종파의 이합집산(離合集散) 과정에서, 그리고 아시아·아프리카 출신인 세라파딤 유대인들의 정체성 확립차원에서 이러한 종교적인 금기의 준수가 자발적으로 강화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계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세파라딤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Shas) 당이 급격히 부상한 것은 이것의 일례를 보여준다. 한편, 과거 터키, 튀니지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 금기의 철폐 또는 완화가 근대화와 개혁의 상징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반대로 이란의 경우 이슬람 신정국가(神政國家)화 및 종교정책의 강화와 국민들의 이슬람 혁명정권에 대한 지지가 여성의 히잡 및 차도르 착용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또한 1970년대 이후 중동의 이슬람부흥운동이 서구 세속주의적 물질문명의 침투에 대한 저항의 기제로서 작용하자 이러한 종교적인 금기의 준수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강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유대교와 이슬람의 종교적 금기는 다양한 의도와 형태로 종교적인 집단을 형성·통합 또는 분열시키며 종교성(religiosity)과 내적 가치 및 이념을 드러내고 표출시키는 상징적인 코드로 작용해왔다. 동시에 사회관계를 규율하고, 종교공동체의 경계를 구분하며, 다양한 차원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게 했다. 따라서 금기의 형성, 변화, 제도화와 개인에 의한 수용 또는 해체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러한 금기가 가지고 있는 형성적·맥락적 함의에 따른 규범화 과정의 연구는 중동의 종교, 정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긴요(緊要)하다 할 수 있다. 평소 학문적 뜻을 같이하며 꾸준히 교류해오던 네 명의 동지들 ―두 명(최창모, 최영철)은 이스라엘에서 공부한 유대교 및 이스라엘의 정치 및 사회 전공자, 다른 두 명(이원삼, 김종도)은 이슬람 국가에서 연구한 이슬람 신학 및 아랍어 전공자로 구성―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지원사업 분야에 지원해보기로 마음먹고 국내외 여러 자료를 기초 조사한 바, 국내학계는 물론 국제학계에서도 유대교와 이슬람의 금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그리 많지 않음을 발견했다. 국내외 일부 학자들이 단편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지만 유대교와 이슬람의 금기에 대한 체계적인 비교 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특히 금기의 법규범화에 대한 연구는 이슬람과 유대사회를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 뜻을 모아 심혈을 기울여 여기까지 달려왔다. 우리의 연구는 유대교와 이슬람 종교 사회의 기본 틀을 이루고 있는 경전(구약 성서와 코란 및 하디스)을 중심으로 한 이론 연구와 이러한 금기가 국가에 의해 어떻게 실정법으로 규범화되어가고 있으며 실제 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적용되고 수용되어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실행 연구로 나누어 진행했다. 즉, 두 종교의 금기에 대한 규범과 실제를 결합시키려 한 것이다. 종교가 현실 사회를 상당부분 지배하고 있는 중동지역에서 금기의 법규범화 과정을 사례별로 분석함으로써 전통과 변화의 상호 관계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결과는 기대한 것만큼 만족스럽지 못하여 세상에 내놓기가 무척 부끄럽다. 우선 체제 면에서 유대교와 이스라엘, 이슬람과 여러 이슬람 국가의 배경과 연구 환경이 서로 달라 통일성을 찾기가 무척 까다로웠음을 밝혀둔다. 특히 이슬람 국가의 경우 국가에 따라 그 편차가 적지 않아 일반화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또한 유대교는 금기와 관련된 법규나 판례가 공개되어 있지만 이슬람권은 비공개 상태라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주제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얼마간의 해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잘것없는 연구 결과를 선뜻 출판해주신 도서출판 한울 김종수 대표와 연구비를 지원해주신 한국학술진흥재단에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2008. 6. 25. 연구자들을 대표해서 최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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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유대인의 금기와 그 성격?최창모(건국대학교) 1. 들어가는 말 / 11 2. 금기란 무엇인가 / 18 3. 유대인의 돼지고기 금기 / 28 4. 유대인의 안식일 노동 금기 / 43 5. 금기의 성격과 사회적 기능 / 56 제2장 유대인의 금기의 법규범화?최영철(서울장신대학교) 1. 들어가는 말 / 71 2. 돼지고기 금기 / 73 1) 돼지고기 금기와 유대인 / 73 2) 법규범화 과정 / 75 3) 금기 규범의 변화 / 77 4) 사법부의 판례 / 84 3. 안식일 / 88 1) 영국 위임통치시대의 안식일 관련법 제정 노력 / 88 2) 안식일 규범 법규범화의 정치·사회·역사적인 배경 / 90 3) ?업무시간 및 휴식법(Work Hours and Rest Law)? / 96 4) 안식일에 관련된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례 / 98 5) 안식일 규범의 준수실태 / 102 4. 요약 및 결론 / 104 제3장 이슬람법에서의 허용과 금기?이원삼(선문대학교) 1. 들어가는 말 / 109 2. 허용과 금기의 근원인 이슬람법 / 111 3. 법판단(?ukm) / 118 1) 정의 / 118 2) 허용과 금기 행위의 구분 / 121 3) 법판단의 실제 / 136 4. 유효성 조건 / 139 5. 인간의 조건 / 149 6. 이슬람법 원칙 / 155 7. 예외의 종류 / 163 제4장 이슬람의 금기?김종도(명지대학교) 1. 들어가는 말 / 167 2. 금기의 부류 / 170 3. 이집트의 금기 / 206 4. 결론 / 223 참고문헌 / 225 찾아보기 / 232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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