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어판 저자 서문 한국어로 나의 책이 나온다니 기쁘고, 번역을 한 강명신 선생에게도 매우 감사한다. 지금 책을 다시 쓴다면 몇 가지 바꾸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책을 처음 쓸 때보다도 더 확신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이다. 초판 서문에서도 말했듯 우리가 도덕에 대해 말하고 어떤 행동을 일컬어 도덕적으로 그르다고 할 때, 이런 말들이 어떤 것을 내포하는지 정확하고 완전한 개념을 갖지 않은 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도덕’이나 ‘도덕적인 그름’을 말할 때 그들이 언급하는 것은 행위의 기준인데, 이때 행위기준은 모든 사람이 행위지침으로서의 권위를 가진다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수용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기준이다. 이것이 ‘도덕’과 ‘도덕적인 그름’이라는 말의 의미 중 일부이다. 한국말에서도 마찬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용어의 의미는 이 기준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는 행위의 기준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열린 질문으로 남겨둔다. 이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확고한 답을 제시하는 저자들도 있다. 예를 들면 이들은 기준들이 종교적인 토대를 가진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대다수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들은 심지어 도덕이 과연 종교적인 기초가 아닌 다른 토대를 가질 수 있을지를 우려하기도 한다. 혹은 도덕의 토대는 종교이지만,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불분명하다고 믿기도 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이런 질문에 답하면서 위와 같은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도덕적인 그름을 규정하고 어떤 행위를 옳다 그르다고 할 때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를 해명하고, 또한 이것에 대해 우리가 왜 신경을 써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설명하려고 한다. 어떤 행위에 대해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를 물을 때, 우리가 묻는 것은 그것이 타인들에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내 생각으로는 행동이 그르다는 것의 의미는 타인들이 그 행위를 허용하는 원칙을 합당하게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옳은 것에 대해 우리가 주의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이 합당하게 거부하지 못할 근거를 가지고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설명을 4장에서 제시했으며, 이 설명이 도덕의 내용에 대해 가지는 함축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장들에서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제시하는 목표는 해석을 하려는 것이다. 나의 설명이 독자들이 이해하는 도덕의 내용과 중요성을 포착하는지 묻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렇지만 규범적인 목표가 있으므로 개혁주의적이기도 하다. 즉, 나는 독자들 스스로 생각하던 것에 부합하는가에 상관없이 호소력 있고 채택할 가치가 있다고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전의 자신이 하던 생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겠다. 우선 도덕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범위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성문제를 도덕적 물음의 아주 중요한 예로 여길 것이다. 성행동에 대한 몇 가지 문제로, 내가 기술한 도덕의 의미에서도 도덕적 물음으로 간주되는 되는 예는 강간과 성적인 배신이다. 이런 행동들은 폭력과 강압, 그리고 약속을 안 지키는 일에 대한 일반적 도덕적 금지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행위의 도덕적 그름은 성 자체와는 무관하다. 성과 구체적으로 연관된 다른 물음들로서, 자위나 동성 간의 동의에 의한 성행위 따위는 나의 설명에서는 도덕적인 이유가 전혀 아니다. 따라서 나의 설명은 도덕의 일부만을 망라하는 것이다. 성행위에 대한 몇 가지 질문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특별한 의무, 자기통제나 노력, 자제 등의 가치에 대해서는 남겨둔다. 이런 가치들은 도덕적 가치들로 여겨질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도덕 전체를 포착하지 못하고 도덕 전체의 중요성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로 나의 설명을 반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독자들이 무시하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 물음이 있다. 그것은 통상적으로 말하는 도덕이라는 넓은 영역이 실제로 얼마나 통일성 있는가 하는 문제다. 강제와 폭력에 대한 금지를 신경 쓰는 이유와, 동성애나 자위에 대한 금지에 주의하는 이유, 그리고 자제에 가치를 두는 이유 사이에 유사성은 얼마나 있는가?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그것들이 진지하게 생각할 만한 것들인 한에서, 같은 이유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보통 이해하는 도덕의 영역은 이런 식의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고 나는 4장 7절에서 이를 도덕의 분절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둘째로 독자들 가운데 몇몇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도덕의 중심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서도 나의 설명이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내가 기술한 것과 다른, 폭력이나 살인에 대한 금지에 대해 주의할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도덕이라는 말로 서로 다른 것을 언급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까 누군가 어떤 행위를 도덕적으로 그르다고 말할 때 다른 사람이 부인한다면, 이때 실제로는 의견이 불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 사람은 그 행위가 신명론에 의하면 금지되는 어떤 속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를테면 타인들에게 정당화할 수 없는 다른 속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의견이 다르지만, 도덕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주제의 내용에 대해 다른 것이 아니라 행위의 권위 있는 기준으로서의 원칙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른 것이다. 8장에서 불일치의 가능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논의했다. 상대주의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논했다. 즉, 사람에 따라 권위 있다고 여기는 다른 기준을 받아들일 합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 책이 나온 이후, 가장 많은 주목과 비판을 받은 장이 5장이다.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5장에서 제시한 총합의 문제에 대한 답변이다. 제시된 행위 때문에 해를 입거나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수가 언제 어떻게 중요한가라는 것인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영향을 입을 사람의 수가 행위의 그름에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있다. 만일 바위 위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있고 다른 쪽에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밀물이 밀려와서 내 보트로는 어느 한쪽에 있는 사람들만 구할 수 있다면, 첫 번째 바위로 가서 더 많은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할 이유를 구성하고,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은 그르게 되는 확실한 이유가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수를 구조하지 못하는 것이 그르게 보이는 이유는, 수가 5에서 50으로 혹은 500으로 커질수록 보다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익을 보는 사람의 수를 따지 것이 결론을 그르게 할 수 있는 사례들도 있다. n명의 사람이 5분 동안 두통을 겪지 않게 하는 대신, 한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는 일이 그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n명이 실제로 몇 명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첫째 부류의 사례에서 수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둘째 부류의 사례들에서도 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함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내가 제시하는 게약주의는 두 번째 부류에서 이익을 볼 사람들의 수를 더하는 일을 제외한다. 우선 원칙을 거부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집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근거에서 그렇다. 둘째로는 개인들의 주장도 그 원칙을 수용함으로써 이런저런 영향을 받는 방식에 기초해야지, 몰개인적인 의미에서 나쁜 결과에 이르게 한다는 주장이라면 곤란하다. 문제는 원칙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한 이런 제약들이 첫째 부류의 사례에서 사람 수를 더하는 일에 대한 설득력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 부류에서는 허용가능성이 실제로 영향을 입을 사람의 수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제약들을 느슨하게 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다(데렉 파핏이 “Justifiability to Each Person”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바 있다. Ratio16(2003), 368~ 390). 그렇지만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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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한국어판 저자 서문?5 역자 서문?37 서문?14 감사의 글?33 1부 이유와 가치 1장 이유 41 2장 가치 135 3장 복지 179 2부 옳음과 그름 4장 그름과 이유 235 5장 계약주의의 구조 299 6장 책임 387 7장 약속 457 8장 상대주의 509 부록 윌리엄스의 내적 이유와 외적 이유에 대하여 559 참고문헌?578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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