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생태학은 흔히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과 그 서식지 환경 간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된다. 생태학에 관한 이러한 개념 정의는 명료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 용어의 의미와 사용범위는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1870년대 이 용어가 출현했을 때, 생태학은 단지 생물학의 한 분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생태학적 개념은 자연과학 내에서도 다양한 분야들, 즉, 생물학과 더불어 지리학, 지질학, 해양학, 기상학 등 지구환경을 다루는 대부분의 학문들에도 직?간접적으로 적용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개념은 자연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활동 전반을 분석하고 나아가 특정한 도덕적 가치나 정치적 이념을 다루는 사회과학 및 철학과 여타 인문학들에도 광범위하게 반영되었다. 즉, 오늘날 생태학은 특정한 학문적 경계를 넘어서 인간사회와 자연환경 간의 관계를 다루는 모든 학문에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함의된 어떤 공통적 요소이며, 또한 이 요소를 다루는 다양한 가치 지향과 관련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다양한 철학적?사회사상적 전통 속에서 발달한 이론들에 생태학적 개념이 어떻게 함의되어 있는가, 또는 이러한 이론들이 생태학적 요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한편, 환경정의의 개념에 기초하여 새로운 생태학을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최근 철학 및 사회사상에서 생태학적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는 주요 이론들을 크게 자유주의적 생태학, 마르크스주의적 생태학, 그리고 포스트모던 생태학으로 구분하고, 그 속에서 다시 주요한 세부 이론(가)들이나 주제들을 다루었다. 이 책에서 다룬 세부 이론들이나 주제들은 철학 및 사회사상 일반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심층생태학만을 제외하고) 인간사회와 자연환경 간 관계에 명시적으로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것들은 분명 생태학적 개념을 풍부하게 함의하고 있거나 많은 생태학적 요소들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구축될 대안적 생태학은 분명 이것들로부터 주요 주제들을 새롭게 받아들일뿐만 아니라, 이것들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세부 이론들과 주제들을 다루면서, 이 책은 인간사회와 자연환경 간 관계에 관한 기본적 이해와 더불어 상호 관련된 두 가지 측면, 즉, 이것들 간에 이미 형성된 물질적 및 의미적 관계에 대한 ‘비판’과 그 대안으로서 이것들 간의 ‘정의로운’ 관계 설정, 즉, ‘비판적 생태학’과 ‘환경정의’의 측면에 특히 초점을 두고자 했다. 우선 비판적 생태학이라는 첫 번째 측면에서, 그동안 생태학은 인간 및 동식물과 그 서식지 환경 간의 관계를 서술 또는 분석하면서 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개별 현상들에 관한 연구에 빠져 있었고, 이로 인해 이 관계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때로 정당화시키기도 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기존의 생태학이 연구 주제를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그 서식지 환경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이들의 관련적 관계보다는 각 실체들의 개별적 존립에 우선 관심을 가져왔으며, 또한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가치중립적 입장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견지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은 각기 존재론적으로 분리된 실체들이 아니라 서로 간의 관계를 통해 각 실체들이 의미를 부여 받게 되는 관련적 존재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즉, 환경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생각할 수 없고, 또한 역으로 사회의 개입이 없는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은 어느 다른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생태학은 이들 간의 관계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고찰해야 한다. 기존의 생태학을 포함하여 자연과학 일반도 실제 어떤 방법으로든 가치판단을 전제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비판적’일 수 있다. 요컨대 비판적 생태학은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을 이분화하는 기존의 방법론에서 벗어나서, 이들을 관련적 실체로 이해하고 이 관계에 내재한 문제들을 분석하며, 나아가 이 문제들의 해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비판적 생태학을 위하여 이 책은 두 가지 사항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비판적 생태학은 단순히 옳고 그름의 판단에 근거한 속류적 비판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립적 독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보편적 기준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 책에서는 ‘환경정의’를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환경정의를 포함한 모든 보편적 기준에 대한 주장 역시 대립적 갈등을 유발하거나, 또는 ‘보편적 기준’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비판적 생태학을 위한 진정한 비판은 관련적 실체들 간에 내재된 모순을 지적하고, 그 모순의 발생과 전개과정을 설명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비판적 생태학에서 비판은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이러한 현실을 정당화시키는 기존 이론들에 대한 비판도 포함한다. 특히 기존 이론들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비교 분석이나 대립적 가치 선호에 의한 옹호/부정이 아니라 이러한 비판을 통한 새로운 대안적 이론의 모색이라는 이론적 실천을 전제로 한다. 이 책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두 번째 측면은 ‘환경정의’이다. 환경정의를 고찰하면서, 환경정의란 매우 규범적이고 윤리적인 개념이지만, 또한 (그러하기 때문에) 매우 이데올로기적 개념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환경정의는 예비적으로 환경자원의 배분이나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한 배분 또는 공정한 보상 등을 추구하며, 나아가 인간들 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간의 정의로운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환경정의는 분명 도덕적 가치나 정치적 이상을 함의하며, 사람들에게 당위적인 것으로 인식되도록 한다. 그러나 철학이나 사회사상의 전통에서 인간사회와 자연환경 간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이론은 생태학적 개념뿐만 아니라 이러한 (환경)정의의 개념을 내포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윤리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시키고, 나아가 자신의 주장을 반영한 현실 정책이나 제도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정의에 관한 연구는 경험적으로 ‘환경적 부정의’를 직·간접적으로 초래하는 이론들을 비판하고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윤리적으로 어떤 특정한 ‘환경적 정의’를 주장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기존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여 인간사회와 자연환경 간에 더욱 정의로운 관계를 개념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바와 같이 자유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기존의 철학 및 사회사상에서 발달한 다양한 이론은 거의 모두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환경)정의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이 이론 들은 정의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고찰하여 이론화하고자 한 롤스의 정의론에서부터 정의의 개념을 외형적으로 완전히 부정하는 마르크스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실질적으로 환경정의의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든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 책의 연구 초점은 이러한 이론들에서 상이하게 개념화 또는 주장되고 있는 환경정의에 관한 논의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이에 관한 대안적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정의의 이론화를 위하여 이 책은 두 가지 사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자 한다. 첫째는 인간들 간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한 기존의 사회정의 이론들을 인간사회와 자연환경 간 관계로 확장하거나 유추하고자 할 때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즉, 인간들 간 관계는 물질적인 관계와 (좁은 의미, 즉, 칸트적 의미에서 이성과 관련된) 윤리적 관계를 모두 전제로 하지만, 인간과 자연 간 관계에는 물질적 관계(에너지 관계를 포함하여)는 존재할지라도 윤리적 관계가 성립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적 관계가 다시 중요해진다. 즉, 환경정의 이론은 개별 실체로서 동식물이나 심지어 무생물들이 그 자체로서 윤리적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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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책을 펴내면서 5 서장_ 지구공동체 윤리로서 환경정의와 환경교육 1. 서론 17 2. 환경정의운동의 등장과 발달 21 3. 환경정의에 관한 연구동향과 이론 유형 29 4. 시장의 논리를 넘어 환경정의의 윤리로 38 5. 지구공동체 윤리로서 환경정의를 위한 교육 47 6. 결론 55 제1부 자유주의적 생태학과 환경정의 1장_ 자유주의적 환경론과 환경정의 1. 서론 63 2. 환경문제에 관한 자유주의적 관점 65 3. 로크의 자유주의에 함의된 환경론 72 4. 자유지상주의의 환경론적 함의 78 5. 공리주의의 환경론적 함의 85 6. 자유주의적 환경론을 넘어서 92 7. 결론 105 2장_ 롤스의 정의론과 환경정의 1. 서론 112 2. 롤스의 자유주의적 정의론: 개관 115 3. 환경 자원의 정의로운 배분 125 4. 롤스 이론의 확장과 생태적 정의 135 5. 결론 153 3장_ 심층생태학과 생태적 정의 1. 서론: 근대성의 위기로서 환경위기 158 2. 심층생태학의 등장과 발달과정 161 3. 생물평등주의와 자아실현으로서의 생태윤리 168 4. 심층생태학과 탈구조주의적 생태학 176 5. 심층생태학적 생태정의론의 가능성과 한계 181 6. 결론 189 제2부 마르크스의 생태학과 환경정의 4장_ 마르크스의 사상에서 도덕성과 정의 1. 서론 197 2. 도덕성 및 정의에 관한 마르크스의 개념화 201 3. 자본주의, 사회주의, 정의 문제 208 4. 환경정의 이론을 위한 몇 가지 함의 221 5. 결론 237 5장_ 마르크스의 생태학과 생산적 환경정의 1. 서론 243 2. 마르크스의 생태학과 정의의 원칙들 247 3. 자본주의의 사회적·환경적 부정의 비판 254 4. 분배적 정의에서 생산적 정의로 265 5. 사회주의에서 사회적^환경적 정의의 이론 270 6. 결론 285 6장_ 자연의 지배, 탈소외, 인정 1. 서론 290 2. 자연과 인간 본성의 변증법적 관계 295 3. 자연의 지배 304 4. 자연으로부터의 (탈)소외 314 5. 자연의 인정 325 6. 결론: 자본주의적 인간-자연관계를 넘어서 336 제3부 포스트모던 생태학과 환경정의 7장_ 스피노자의 자연철학과 환경윤리 1. 서론 345 2. 근대적 자연의 이해와 데카르트적 자연관 비판 347 3. 스피노자의 자연관과 생태학 351 4. 스피노자의 반도덕주의와 환경윤리 358 5. 스피노자의 자연철학과의 접합 364 6. 자연주의적 환경윤리의 딜레마 374 7. 결론 380 8장_ 니체의 생태학과 자연주의적 환경정의 1. 서론 385 2. 반자연주의에 대한 니체의 비판 391 3. 니체의 생태학에서 자연과 인간 395 4. 형이상학적 정의에서 자연주의적 정의로 408 5. 자연주의적 윤리에서 환경정의 415 6. 결론 429 9장_ 포스트모던 생태학과 환경정의 1. 서론: 탈근대적 모험으로서의 생태(철)학 434 2. 탈구조주의의 생태학과 환경윤리 437 3. 들뢰즈의 행동학과 리좀적 자연주의 448 4. 차이와 공생으로서의 환경정의 459 5. 결론 471 찾아보기 479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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