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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즘의 틈새에서

내셔널리즘의 틈새에서

야마시타 영애 (지은이), 박은미 (옮긴이)

한울·2012-03-10

  • 사회과학
  • KDC 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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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작하며 1988년 9월 나는 마음 한구석에 불안과 기대를 품고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때마침 서울 올림픽이 열려 거리마다 올림픽 주제가였던 ?손에 손잡고?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산뜻한 공기와 투명한 창공, 저잣거리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소음, 그리고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한국 특유의 냄새가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한국에서 유학하기로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선의 여성사·여성 문제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 또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에 가서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앞으로 상세하게 기술하겠지만, 나는 이른바 조선총련계 소학교(도쿄 조선제3초급학교)에 다녔고, 일본에 살면서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워왔다. 그러나 6학년 때쯤 아버지가 총련을 그만두게 된 것을 계기로 어머니가 일본인이며 나 자신도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뒤 나는 다른 많은 ‘재일조선인’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내가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 ‘재일조선인이란 무엇인지’ 등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되었다. 또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에 여성학을 마음껏 배울 수 있는 여성학과(Women’s Studies)가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경위로 유학생활을 시작한 나는 곧바로 한국 여성들과 위안부 문제에 매달렸다. 이 문제는 나에게 멋진 주제로 다가왔고, 내가 활동할 만한 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여기에 매달리면서 여성학적 사고를 심화하는 동시에 운동과 일체감을 가짐으로써 정체성 고민을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운동을 진행해나가는 사이, 위안부 인식에 대한 활동가들, 그리고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민족주의 의식에 직면하게 되었다. 나에게 여성학을 통해 배운 이론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던 운동의 민족주의적인 위안부 인식과 운동 내용은 양립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반 조선인 여성이 속아서 연행되어 위안부가 된 경우와 위안소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창기 출신자가 상당수를 차지한 일본인 위안부의 경우를 구별하여, 전자는 ‘성노예’지만 후자는 자기 의사로 된 ‘매춘부’라고 간주했던 당시 한국 활동가들의 인식을 솔직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이하 국민기금)’을 받을 것인지를 둘러싸고 피해자에 대해서보다 운동을 우선시키는 운동방침에도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활동가들과의 견해 차이로 괴로워하다가, 나는 한국인과 일체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의 착각이라는 의식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가 존경하며 믿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를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여성주의)을 주장하며 한국 사회의 여성차별을 고발해온 운동단체 활동가들이 왜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민족주의자가 되는지 알고 싶었다. 물론 ‘민족주의자’라는 말 한마디로 뭉뚱그리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에 따라 그 내용과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이 운동에 관련된 사람들도 똑같지 않고, 모두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함께 활동해온 운동단체의 열 명가량 되는 중심 활동가들은 한국의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 민주화운동에 참가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여성운동에도 적극 매진한 사람들이었다. 또 직접 운동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운동을 지지했으며, 이미 대학교수와 여성단체 지도자로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지식인 여성들이었다. 그 때문에 내가 한국에서 공부한 10년, 아니 후반 5년 정도는 활동가들과의 견해 차이에 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고, 그런 고민은 한국을 떠난 뒤에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자연히 그것이 내 연구주제의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은 그 궤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내가 이 운동에 관여하면서 해온 활동을 돌이켜보면, 첫째로 한국에서 일어난 운동의 내용을 일본에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둘째, 위안소 제도는 무엇인가에 대해 조사, 연구했다. 셋째, 운동단체와 여론에 나타난 남성중심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위안부 담론을 비판했다. 넷째, 한국의 활동가들이 왜 이런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를 식민지지배로 인한 트라우마라는 관점과 여성운동의 역사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았다. 다섯째, 위안부 문제를 나 자신의 내셔널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뇌와 연결지어 생각해본 것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장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장에서는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원점으로 거슬러올라가 양친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한국에 유학 와서 위안부 문제에 매달리게 된 경위를 기술했다. 제1장에서는 ‘위안부’ 또는 ‘위안소’ 제도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이 제도의 토대가 된 조선의 공창제도에 관해 고찰했다. 내가 이 연구를 시작한 1990년대 초는 조선의 공창제도에 관한 연구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거의 전무했다. 그래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어떤 경위로 일본식 공창제도가 조선에 도입되었고 그 특징은 어떠했는지에 관해 조사했다. 조선에서 위안부 징집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게 된 배경에는 공창제도의 침투와, 그에 동반된 주선업자와 인신매매라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제2장에서는 위안소 제도를 일본군이 자행한 성적폭력의 전체상 속에 위치 지워 전쟁과 성폭력이라는 측면에서 위안부 문제를 상대화하여 파악하려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군의 성적폭력의 특징과 위안부의 역사적 성격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3장에서는 여성학의 관점으로 한국의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이른바 민족주의적인 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그리고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위안부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이것은 이화여자대학대학원 여성학과에서 공부하고 논의한 내용이 토대가 되었다. 제4장에서는 앞 장에서 논의한 문제를 더욱 진전시켜, 왜 운동단체 활동가들이 이런 인식을 지니게 되었는지에 관해 살펴보았다. 특히 주디스 허먼의 연구를 도입하여 위안부 생존자들을 성적폭력 피해자로 간주하는 일의 중요성과, 활동가들 역시 식민지지배에 따른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제5장은 앞 장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각도를 바꾸어 한국의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의 주체를 198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흐름 속에 위치 지우고자 했다. 운동단체의 중심이 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민주화운동의 진전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이런 흐름과 한국에서의 여성학과 페미니즘운동의 계보는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 일본 사회든 한국 사회든 근대에 형성된 민족의식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를 그 토대로 한다. 어느 사회에서든 여성은 배제되고 차별대상이 되었다. 이런 배제와 차별의식은 그 자녀와 외국인, 그리고 ‘이질적’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쳤다. ‘조선(한국)인인가, 일본인인가’ 하는 양자택일적인 질문은 이러한 타자 배제의 사회구조 위에서 성립되어온 것이 아닐까. 한국의 민족주의적 위안부 인식에 대해 고찰하는 동안 그런 점이 명확하게 눈에 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이며, 양자택일을 미리 고민하는 것조차 스스로 그것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종장에는 그런 사고를 담았다. 추가된 장은 일본인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글이다. 일본에서 이 책을 출판한 다음, 이 책에서 일본인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출판 직후 일본인 위안부에 관한 논문을 쓸 기회가 찾아왔다. 문제 제기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국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해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한국어판에서 추가했다. 한편 본문에도 여기저기 언급했지만,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는 운동이 일어난 당시부터 ‘정신대’라는 어휘를 일본군 위안부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해방 후 한국에서 하나의 집단적 기억으로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여자정신근로령(女子挺身勤?令, 1944년 8월 일본에서 공포)에 기초하여(실제로는 그 이전부터이지만) 일본의 군수공장 등에서 노동을 강요당한 약 4,000명에 이르는 조선인 여자정신대원들이 해방 후 위안부와 혼동된 것이다. 여기에 위안부 문제의 한국적 특징이 있다고 말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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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시작하며 5 ??한국어판 서문 12 ??서장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갈등 17 1. ‘조선인’으로서 17 2.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고뇌 24 3. 한국 유학과 위안부 문제 30 4. 정신대 문제의 부상이 드러낸 것 38 ??제1장 일본군 위안소제도의 배경: 조선의 공창제도 50 1. 공창제도 실시의 배경 52 2. 조선인 매매춘에 대한 공창화정책 59 3. 공창제도의 확립 64 4. 공창제도의 전개 71 ??제2장 일본군에 의한 성폭력의 진상과 그 특징 86 1. 성적폭력의 유형과 특징 88 2. 위안소제도의 토양 92 3. 성적폭력의 구조 102 ??제3장 한국 여성학과 민족 113 1. 여성학의 성립과 ‘민족’ 문제 116 2.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민족’ 논의 123 3. 아시아 여성학의 시점 134 ??제4장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의 전개와 과제: ‘성적피해’라는 시각에서 138 1. 위안부 문제의 전개와 민족주의 142 2. 위안부와 공창 149 3. 성적피해란 무엇인가 154 ??제5장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의 위상 : 1980~1990년대의 성폭력 추방운동과 관련하여 163 1. 민족민주운동과 성폭력 추방운동: 1980년대의 여성운동 164 2. 성폭력 추방운동의 질적 전환: 1990년대의 여성운동 175 3.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의 위상 192 ??종장 내셔널리즘을 넘어서기 위하여 204 1. 위안부 문제와 내셔널리즘: 2000년 ‘법정’ 후의 과제 204 2. 한·일 내셔널리즘과 위안부 문제: 박유하, ??화해를 위해서??에 대해 214 3. 배제와 차별에 저항하는 관점 229 ??추가장 일본인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과 담론: 침묵이 의미하는 것 235 1. 일본인 위안부란 237 2. 전후 일본의 위안부 담론 248 ??보론 근로정신대가 된 사람들의 인생 피해에 대하여 262 1. 조선인 소녀들에게 ‘근로정신대에 간다’는 말이 의미했던 것 262 2. 일본에 가서 받았을 충격 265 3. 조선으로 돌아온 후에 겪게 된 인생의 곤경 : 근로정신대로 갔던 일이 조선 사회에서 의미하는 것 266 4.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의 연관성 270 5.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의 책임 272 ??지은이 후기 274 ??옮긴이 후기 277 ??참고문헌 281 ??찾아보기 294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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