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주4·3 구술자료 총서 7권과 8권을 펴내며 4?3이 다시 전국을 달구고 있다. 정부에서는 2014년 제66주기 4?3 위령제를 맞아 4월 3일을 ‘4?3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했다. 유족과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대통령이 4?3 위령제에 참석해 국가추념일로 처음 치러지는 이 날의 의미를 더욱 빛내달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제주도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수차례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위령제에는 총리가 대신 자리해 4?3의 정신인 ‘화해와 상생’을 소리 높여 칭찬했다. ‘4?3을 대하는 작금의 현실을’이라고 하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희생자 일부에’ 그러나 그뿐, 서울로 돌아간 총리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 출석해 한 여당 의원의 ‘4?3 희생자 선정에 문제 있다’는 질의에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며 일부에 대해서는 재검증을 거치겠다고 대답했다. 작금의 4?3 현실을 한 눈에 보여준 가슴 아픈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어쨌거나 4?3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에도 구술 정리의 대장정을 이어간다. 그 엄혹했던 시절, 영화 이 눈앞에 삼삼하게 떠오르는 용눈이오름과 큰넓궤에서, 금악오름에서, 아니 한라산의 이름 모를 여기저기에서 단지 목숨 하나를 부지하기 위해 온갖 시련을 겪었던 보통사람들의 삶을 이야기로 엮는다. 작년에 이은 ??제주4?3 구술자료 총서?? 7권과 8권의 발간이다. ‘한림면과 한경면의 증언을 엮은 것이다’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번 책자는 연구소에서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수행했던 ‘제주4?3 1,000인 증언채록 사업’ 과정에서 녹취된 1,028명의 증언채록 중 한림면(7권)과 한경면(8권)에서 모아진 것이다. 한림면은 ‘만벵듸의 눈물’, 한경면은 ‘가리방으로 기억하는 조수리 12살 소년의 4?3’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13명의 아픈 이야기를 담았다. 흔히 구술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history from bottom up)’를 가능하게 한다고 얘기한다. 유력자들의 역사가 아니라 사회 주류를 이루는 보통사람들의 역사를 재구성해 이제껏 역사자료를 통해 접근하기 어려웠던 그들의 일상생활사를 다시 서술해낸다는 것이다. 4?3의 구술증언도 마찬가지다. 자료 부족으로 그간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4?3 일상사’를 우리는 제주도 모든 지역의, 성별을 불문한 많은 경험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이야기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것이다. 가슴에 새겨주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렵게 기억해낸 그 아픔과 힘들었던 하루하루를 한 땀 한 땀 우리 가슴에 새겨주고 있다’고 하면 어떨까요? 제주도 보통사람들의 4?3 일상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구술자들 개개인의 아픔은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의 제목에서도 쉽게 느껴진다. 한림면 편에선 ‘제주도민이라는 것 때문에 타격이 심했다’, ‘처갓집에서만 15명이 희생됐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한림중학생 네 명을 전교생 앞에서 총살했다’, ‘중학생이 불붙은 장작으로 구타하더라’, ‘한림지서에서 치욕적으로 맞았다’, ‘슬피 우는 딸 찾아 꿈속에 온 아버지가 그립다’고 그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한경면은 어떤가. ‘섯알오름 학살의 기억’, ‘가리방으로 기억하는 12살 소년의 4?3’, ‘고향도 바꿔버린 4?3’, ‘그런 야만족이 따로 없었다’, ‘우리 아방, 아빠! 아빠! 허는 딸 안은 채 경찰 총에 맞안 죽었다’, ‘여성들도 물허벅에 죽창 들런 보초를 서다’ 등등은 그 아픔과 힘들었던 하루하루를 어렵게 기억해내며 한 땀 한 땀 우리 가슴에 새겨주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녹취한지 10년이 채 안 되었음에도 자료를 들추다보면 아픔 하나가 더 오롯이 솟아난다. 어렵게,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여 양지로 얼굴을 내밀었던 보통사람들이 이제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이다. 무엇을 구술하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어렵게 자신의 경험을 구술하던’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런 사실을 접할 땐 가슴이 허탈하다 못해 사뭇 저려온다. 어렵게 구술하던, 당시 구술자의 온몸의 생채기가 그대로 전달돼 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이들의 구술을 흑백필름인 채 역사의 저편에 그대로 묻어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서출판 한울에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수고했다. 한울의 김종수 사장님, 고경대 씨, 윤순현 부장님, 하명성 씨, 양혜영 씨, ○○○ 씨, 그리고 제주어 교열을 담당해주신 송경미 씨, 모두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1,000인 증언 채록사업에 참여했던 4?3연구소의 여러분들, 마지막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림면 편의 정리를 맡아 고생하신 허영선 님께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 4?3은 희생자와 구술자, 지금 4?3일을 하는 모두를 잊지 않을 것이다. 제주4?3연구소장 김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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