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가 ‘추사秋史’라는 어휘와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한학자이신 부친의 글씨에 익숙해 있던 터라, 처음 만난 추사의 글씨는 무척이나 생소했다. 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추사의 글씨와 그림은 이렇게 내 가슴 한쪽에 자리하였다. 추사 선생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이후 최완수 선생의 글을 통해 추사 선생과의 만남은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다시 후지츠카 지카시藤塚?의 추사 연구논문을 번역한 『추사 김정희 또 다른 얼굴』을 만났다. 그 방대하고 치밀한 고증에 기가 눌렸다. 궁금증은 갈수록 쌓여갔어도, 해소할 곳도 물어볼 곳도 없었다. 연구논문들이 쏟아졌지만, 의문을 풀어줄 만한 글은 만나기 어려웠다. 추사 선생에 관한 자료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후지츠카 학문의 저력이 바로 그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고서점과 국내외 도서관을 찾은 지 20년이 넘었다. 2006년 가을, 추사 김정희 서거 15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회가 여러 곳에서 열렸다. 각기 특징이 있는 전시였기 때문에 추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오랜만에 누리는 안복에 환호했다. 그중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는 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는 전시의 자문을 담당하면서 전시품을 선별하는 작업은 물론, 도록에 실릴 자료의 탈초와 번역, 그리고 감수에 이르기까지 행사에 깊이 관여하였다. 그런 인연으로 지하 수장고에서 를 직접 배관하는 호사까지 누렸다. 를 마주한 그날의 감동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160여 년 전 청나라 학자들의 감동이 그랬을까? 60여 년 전 위창과 담원의 감동이 그랬을까? 에 대한 내 관심도 이때부터 본격화되었다. 관심을 가질수록 의문은 늘어갔다. 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는 우연히 그린 것일까? 가 주는 저 황량한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는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가 지금의 모습을 지니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쳤을까? 기존의 연구 성과에서 한 번씩은 언급된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같지 않았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글은 바로 에 관한 나의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왜 에 열광하는 것일까? 의 무엇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일까? 뛰어난 그림 솜씨 때문일까? 가슴 뭉클하게 하는 사연 때문일까? 아니면 청조 문사들의 제영題詠 때문일까? 물론 어느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에 서문이 없다면 이처럼 감동이 밀려오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고, 에 청조 문사들의 제영이 없다면 이처럼 자랑스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에 인장 하나 제목 하나라도 지금처럼 붙어 있지 않았다면, 이런 찬사가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 탄생과 유전에 가슴 뭉클한 사연이 없었다면 이렇게 열광적인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세한도가 탄생하고 유전되는 과정은 그 자체가 19세기 조선 학예의 총화이다. 단순히 그림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림이기 이전에 한 시대 학술과 문화의 결정체이다. 에 대한 연구가 미술사 연구자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수록 추사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지만 의미 있는 연구는 적어지고 있다. 를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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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말하다. 1. 역관 이상적, 운명을 만나다. 2. 끝없는 고난, 유배객이 되다. 3. 의 탄생 4. , 그 황량함의 정체 5. 감상하기 6. 를 그린 사연 7. 오디세이 이야기를 마치며 부록 : 제영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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