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랫동안 시를 읽고 쓰고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또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청소년기의 시 교육이 시적인 감수성은 물론 시 감상 능력까지를‘말살’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였다. 시에 가까운 말과 문장을 구사하던 아이들이 어째서 중등과정을 거치기만 하면 시에 문외한이 되어버리는 것인지 놀라웠다.스무 살이 되어, 시를 읽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때를 놓친 지 오래! 고등교육을 마치거나 대학에 입학한 성인들이 이렇게 이구동성이다. 시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그거 사차원들의 암호 아니에요?, 재미나 감동을 전혀 못 느끼겠어요…… 여전 히 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몇몇‘늦된’시 독자들이 서점에가서 시집을 고르느니, 팬시 시집이고 꽃무늬 시집 들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30년 전의 내 모습이고, 몇 년 후 내 딸의 모습이고,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다.중고등과정의 시 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시가‘죽지 않는’길이라고 믿고 있다. 이 책이 시를 읽는 능력, 시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까닭이다. 시어 하나하나를 꿈꿀 수있는 섬세한 감각과 열린 상상력, 그것들을 엮어 한 편의 시로 종합 해낼 수 있는 논리적인 사유는 시를 읽는 데 필수적인 능력임에 틀림없다. 그 감상과 이해를 유기적인 한 편의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 또한 문학적, 아니, 인문학적 글쓰기의 기본일 것이다.현대시가 어렵다면 그 어려움을 온몸으로 뚫고 넘어가는 게 정공법이다. 특별히 시 읽기의 대상 작품을 교과서에 자주 실리면서 다른 해석의 여지가 많은 시들을 고른 까닭이다. 사실은, 우리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들 중 가장 어려운 시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 품들을 고른 까닭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를 나름의 감각과 논리로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이 쌓였을 때 쉽고 좋은 시의 매력은 보너스처럼 더욱 돋보이는 법! 등반가에게 험준한 산이란 즐거운 도전의 대상이듯, 이 책에 실린 마흔 편의 시를 뚫고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떠한 시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천하무적 시 읽기’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시의 난해함을 즐기기 위한 힘과 당당한 긍지 또한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휘리릭 읽을 만한 책은아니다. 한 손엔 밑줄 칠 연필을 들고, 한 손엔 메모할 노트를 들고 읽기 바란다.천하무적 시 읽기의‘노하우’는 시가 시인 까닭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시가 시인 까닭은 시가 알지 못하는데서 울려오기 때문이다. 시의 뿌리는 쉽사리 잡히지 않고 시의 꽃 가루 또한 어디로 흩어지는지 분명하게는 알 수 없다. 우리의 삶 혹은 존재의 조건처럼 말이다. 또한 시가 시인 까닭은 시 자체가 애매하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시의 의미는 열려 있을 뿐, 열려 있는 여백 혹은 틈에 독자 스스로가 찾은 의미를 채워넣어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시가 시인 까닭은 읽어도 읽어도 써도 써도 시의 끝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물과 세계,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사랑, 거기에는 끝이 없는 것처럼! 그게 바로 우리 삶의 절망이자 희망이고, 시의 한계이자 비전일 것이다. 그러니 시를 잘 읽으려면 시가 시인 까닭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수밖에! 이 책은 오래전에 기획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 읽기 및 쓰기에 관한 책『시가 말을 걸어요』를 펴낸 직후였다. 그 책은, 초등 학교에 입학한 첫째 딸을 위해 연재를 시작해서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2004년에 출간되었다. 출간 직후부터 줄곧, 첫째 딸이 고등학교 들어갈 즈음 청소년을 위한 교과서 시 읽기에 관한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리고 2006년 겨울부터 청소년계간 문예지『풋,』에 연재를 시작하였다.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는 엄마 가 제 아이에게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것 역시 시에 관한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이 책을 기획한 일차적인 동기다. 국어 선생님이 되 고자 하는, 대학과 대학원의 제자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기존의 해석과 다른 부분들도 있기에 시를 전공 하는 사람들도 읽어주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시를 읽는다는 것, 특히‘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는다는 것은 지 식과 정보로서의 시 읽기를 넘어서야 하는 일이다. 대입 수학능력 시험에서조차도 지식이나 정보로서의 시의 이해를 묻는 문제는 사 라진 지 오래다. 두 편 이상의 시를 제시한 후 그 시들 간의 공통점 (차이점)을 중심으로 시를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 고 있으며, 나아가 표현 능력까지를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매 편의 글 말미에“그리고 여기”를 첨가해‘수능형 세트 형식’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으니, 두 시 간의 공통점(차이점)을 찾아보 고 덧붙인 시를 꼼꼼하게, 촘촘하게 자발적으로 해석해보는 일은 독자들의 과제로 남겨두었다. 좋은 시는 또다른 시를 부르는 법이 거늘, 제시된 시 이외의 시들을 찾아내 비교(대조)해보는 일 또한 자발적인 과제로 남겨둔다. 또한‘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를 정말로 좋아할 수 있도록, 시의 맛과 시의 정신을 느끼면서 풍요롭게‘맘껏’상상 하며 읽어내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 참고서들부터 덮어 라. 모든 시 구절에 밑줄 긋고 달아놓은 단답형 해석부터 덮어라. 그리고 먼저 읽어라, 느껴라, 상상하라, 그리고 궁금해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시가, 여러분 앞에! 연재하는 동안‘교과서’라는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18종의 문학 교과서에서 이제는 종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검정’에서‘인정’교 과서로 바뀌고 있다. 교과서에 실린 시 또한 다양해지고 그 범위도 넓어졌다. 그러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시들은‘교과서에 실렸 던 시’혹은‘교과서에 실릴 만한 시’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열 여덟부터 마흔여덟(물론 정신연령이다!)까지 시에 입문하려는 사 람들이 읽어야 하는 시,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시 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무엇보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컸다. 처음『풋,』의 지면을 흔쾌히 마련해준‘뱀률’시인이 있었고, 재기발랄한 그러나 엄혹한 장인정신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수를 놓듯 책을 엮어준‘민쟁’시인이 있었다. 이 책의 일차 독자들 이 되어준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생들이 있었고, 항구여일 내 마음속 독자들이었던 두 딸들이 있었다. 특별히, 책 출 간 계획을 듣고 흔쾌히 두 손을 잡아주셨던 최용석(고려대학교사 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 선생님과 정윤혜(삼각산고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계셨다. 중고등학교들의 눈높이에서 읽어주시고 조언해 주시고‘편집자주’까지 도와주셨다.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면 두 분들의 도움에 빚진 바 크다. 모두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책 역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져버린, 수많 은 마음속의 책들 중 한 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두 딸들부 터 즐겁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금은 어렵게 읽더라도, 읽고 나서 시와 한 뼘쯤 더 친해진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나아가 어떤 시든 나름대로 읽어낼 수 있고, 나아가 좋은 시와 의미 있는 시를 가려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2011년 늦여름에 정끝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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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 영원히 변치 않는 이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꽃, 진달래꽃 김소월,「진달래꽃」─ 이성복,「꽃피는 시절」18 어떻게 오시는 그 누구시기에 한용운,「알 수 없어요」─ 오규원,「버스 정거장에서」29 ‘서러웁게’차갑고‘길다랗게’파리한 백석,「멧새 소리」─ 박용래,「월훈」42 온종일 울렁이며 떠 있는 그네, 아니 사랑 서정주,「추천사 ─춘향의 말1 」─ 장석남,「배를 매며」51 차 례 2 시의 형이상학적 깊이와 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바람 다시 읽기 윤동주,「서시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마종기,「바람의 말」62 ‘까마득한’날에 부르는‘아득한’노래 이육사,「광야」─ 고은,「눈길」74 ‘열렬한 고독’과 대면하는 생명의 진리 유치환,「생명의 서書」─ 김남조,「겨울바다」87 모호하게 살아 있는‘눈’ 김수영,「눈」─ 최승호,「대설주의보」 3 시의 새로움을 위하여 그림처럼 그린, 근대를 향한 무서운 노래 이상,「오감도 시제1호」─ 황지우,「호명」112 상호텍스트적 맥락에서 듣는‘풀벌레 소리’ 이용악,「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정진규,「몸시詩·32 - 풀잎」124 나비의‘허리’를 보다! 김기림,「바다와 나비」─ 송찬호,「나비」136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삼월의 눈 김춘수,「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혜순,「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146 4 시의 여백과 미의식 유리창에 어른거리는‘차고 슬픈 것’의 정체 정지용,「유리창 1」─ 김현승,「눈물」158 구름에 달은 어떻게 가는가 박목월,「나그네」 ─ 김사인,「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169 가을 강에 타는 울음은 어디서 오는가 박재삼,「울음이 타는 가을 강」─ 김용택,「섬진강 5」183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서 읽어내는 아름다운 내용 김종삼,「북 치는 소년」─ 남진우,「김종삼」194 5 청춘의 노래를 들어라! ‘마돈나’라는 이름의‘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 이상화,「나의 침실로」─ 박두진,「청산도」208 청춘의 백미, 절망의 절창으로서‘비애’ 오장환,「The last train」─ 최승자,「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223 새파란 청춘의 언어로 노래하는‘페시미즘의 미래’ 박인환,「목마와 숙녀」─ 기형도「그집 앞」236 농악과 춤에 깃든‘우리’의 신명 신경림,「농무」─ 정호승,「맹인 부부 가수」248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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