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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예찬

야구예찬

정운찬

(주)문학동네·2013-10-25

  • 문학
  • KDC 69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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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_야구는 대사가 없는 드라마다 주변을 돌아보면 야구에 빠진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유니폼을 사 서 입고 다니거나 좋아하는 팀의 선수 명단을 줄줄 꿰는 수준은 이 제 명함도 못 내민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지 못하는 날이면 퇴근시 간에 스마트폰으로 경기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는 정도도 애교다. 어 떤 이는 중계방송에서 나오는 딱 소리와 함성만 들어도 이게 홈팀과 원정팀 중 어느 쪽이 친 타구인지, 홈런인지 안타인지 파울인지 감 이 온다고 하니 이 정도면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종교의 수준으로 들어선 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 다. 올 초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프로야구팀 하나가 심각한 연패 에 빠지자 인내를 외치며 목탁을 두드리는 팬이 있는가 하면, 마침 내 1승을 거두자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양 눈물을 흘리는 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야구라는 마약이 주는 중독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여러분이 야 구를 좋아한다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가볍게 취 미로 야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떤 선수가 좋거나, 분위기가 마 음에 들거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꺼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골수팬 수준의 야구광들은 아마 자기 삶의 이야기를 꺼 내지 않고서는 자신의 야구 사랑을 온전히 설명해내기가 쉽지 않으 리라. 부모님 손을 잡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주친 야구장…… 파 릇파릇한 20대의 어느 날 봤던 그 짜릿한 경기…… 숨도 못 쉬게 더 운 날 벼락같이 솟아오르던 홈런…… 삶의 일부를 채우는 이 경험 들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야구를 빼고는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조차 생길지 모른다. 나는 “야구는 대사가 없는 드라마다”라는 말은 다소 오해의 소지 가 있다고 본다. 야구경기의 드라마틱한 전개가 선사하는 쾌감과 환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사실 어느 스포츠나 그런 극적인 승 리나 패배가 주는 감동과 좌절은 있다. 가파른 기승전결보다 오히 려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과 같은 힘이 야구에 있기에 우리는 감정 을 이입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야구라는 스포츠는 우리 삶과 참으로 닮아 있다. 시즌중 100경 기를 훨씬 넘게 치루기 때문에 승리와 패배는 항상 존재하고 선수 들 역시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한 해를 버텨낸다. 오늘 이겼지만 바로 내일 패할 수 있고, 오늘 추락했어도 내일은 솟아오를 수 있 다. 그렇게 수많은 환희와 아픔 속에서 묵묵히 결승점까지 걸어가 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이 오르내림 속에 전해지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오늘 이기든 지든, 시즌은 계속된다.” 마치 우 리의 인생처럼. 우리는 환상을 기대하며 드라마를 보지만, 드라마는 우리가 삶 에서 마주치는 희로애락을 빗대어 그린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공감 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야구에 빠져드는 것은 야구와 빼닮은 나의 삶 때문이며, 그렇기에 야구는 대사가 없는 드라마다. 돌이켜보면 내가 좋았던 시절에도, 나빴던 시절에도 야구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골목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함부로 배트를 휘두르 던 때에도, 숨 막히는 가난과 답답한 미래로 고통 받던 때에도, 고 립무원의 유학 시절에도, 교수와 총장, 국무총리로 바쁜 나날을 보 내던 때에도 우리팀이나 내가 응원하는 팀들은 무수히 이기고 졌 다. 그러면서 야구는 내 인생사에서 빠뜨리기 어려운 일부가 되어버 렸다. 어떤 것이라도 50년 정도 사랑해왔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 긴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야구 얘기를 입에 올리다보니 언제부턴가 주위에서 야구에 관한 책을 한 권 내보라는 권유를 자주 받았다. 그러나 나는 야구를 좋아할 따름이지 그에 관한 내 지식이나 정보 는 변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야구의 역사나 주요 경기, 유명 선 수들과 그들의 기록 등에 관한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 어 요즘은 아예 메이저리그가 열리는 현지에서 그것만 취재하고 분석하는 기자나 전문가 들도 있다. 더구나 우리 야구나 메이저리 그의 역사를 훑은 책들도 많이 출판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 게 현 실이다. 거기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책 하나를 더 얹을 깜냥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나는 책을 내라는 권유에 늘 손사래를 쳐왔다. 그러나 야구가 온전히 야구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상과 맞닿 아 있는 삶의 기록 중 하나라면, 꼭 야구 도사나 전문가만이 야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 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야구가 우리 사회에서 친숙한 존재로 적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 오랜 기억을 되짚다보니,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기록에 대해 서는 자신 없는 대목이 많다. 그때마다 인터넷이나 신문기사 등을 뒤적여 오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부분 이 많다. 독자들께서는 야구에 얽힌 대개의 에피소드들을 내가 전 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한 소품으로 여겨주시기 바란다. “달을 가 리키는데 손가락을 보고 비웃지 마십사!” 하며 나의 불찰을 합리화 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참고한 국내외 언론사의 야구 관련 기사와 다양하 면서도 수준 높은 야구 서적들이 이 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였다. 이 자리를 빌려 야구 기사를 쓴 기자님들 그리고 야구 서적을 펴내 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2013년 9월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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