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경성 모던타임스』의 무대는 부제에 나타났듯이 1920년대 서울이다. 여기 담긴 이야기는 ‘그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과 그들이 겪은 사건에 관한 스케치다. 이 글을 펴내는 2014년 서울을 기준으로 한다면, 90년 전 즈음 이곳에서 일어난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책으로 치자면 바로 앞 장 이야기라고 불러도 좋을, 근대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근대의 이야기다. 100년이 채 되지 않은 때이므로, 만약 세기의 달력이 있다면 한 장을 막 넘기는 시점이 될 것이다. 책 속의 사람과 사연이 있던 자리는 그들의 후손과 그들이 남긴 유산이 숨쉬는 곳이 되어 있다. 시간 따라 공간 따라 비슷하게 살아가도 그 방식은 서로 다르다. 한때의 거주자는 사라지고 새 전입자가 들어온 이곳은 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다른 곳이다. 이를테면 같은 지번이지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집에 다른 사람이 사는 셈이라고 할까. 아니, 한곳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격이라 할까. 과거는 외국처럼 낯설고 타인처럼 어색하다. 지금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매우 다른 그때의 이곳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남겨진 기록에 의거하여 기술함을 원칙으로 했다. 역사서 외에 당시의 신문, 잡지, 공문서 등 공적 기록, 일기와 회고 같은 사적 기록을 통해 사건과 인물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선행 연구자들의 관련 성과물들 또한 큰 보탬이 되었다. 개인적 기록이면서 사회적 보고서라 할 문학작품 역시 참고자료가 되었다. 하지만 기록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몇몇 지점은 제반 정황을 종합 고려해 약간의 추리를 동원해 서술한 경우도 있다. 사건과 마찬가지로 『경성 모던타임스』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대부분 실존인물이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상 가상의 인물을 두어 명 설정하였다. 그 시대를 시종 관찰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한림’은 실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상만으로 지어낸 인물은 아니다. 한림은 특정 인물은 아니지만 신문기자를 비롯한 당시의 다양한 군상에서 이모저모를 모자이크처럼 합성한 인물상이다. 서사의 효율적 전달을 위한 방편으로 고심 끝에 실존인물들 사이에 한림이라는 관찰자 혹은 화자를 등장시켰다. 숱한 사건과 인물과 사연이 시공을 넘나드는 글의 전개에서 구성의 혼란을 줄이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이 글은 소설이 아니지만 일부 소설형식이 가미되었다. 한림과 사적인 관계인 하나코 같은 주변 인물 역시 완전히 창작된 인물이라기보다 개연성 있는 인물로 가공하여 설정하였다. 한림은 이야기의 진행자이자 관찰자로서의 역할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사건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만 활동하도록 제한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역사적 사실에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허구는 섞지 않는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활동 폭과 개입도를 최소화한 관찰자 한림의 역할을 보완하는 취지에서 몇몇 실존인물이 빈번히 출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 인물들의 비중이나 역사적 의의가 커서라기보다 당시 사회상이나 속살을 비교적 잘 드러냄이 저자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은 문인 혹은 예술가가 많은데 이는 여타 군상들보다 상대적으로 효과적으로 시대상을 드러내보여서였음을 밝혀둔다. 근대는 무엇인가. 한국인은 누구인가. 지난 100년 동안 어떤 상황을 맞아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왔는가. 그에 대해 서울이라는 공간이 시간 따라 겪어낸 바를 각종 기억을 통하여 얻어듣고 간접 관찰한 개인적 정리의 결과가 이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저런 기록을 맞추어가다보면 비교적 진상에 접근할 것이라고, 지난 세월에 대해 나름 측량해본 중간보고서라 여기며 감히 책을 묶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한 개인의 눈에 비친 측면일 뿐이라는 데에 다시 생각이 머무른다. 스스로 겪어 본 짧은 세월에 대해서조차 별로 말할 게 없는데 역사적 사실에 기대어 벌인 이 작업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개인적 판타지요 환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없지 않다. 그게 무엇이건, 꿈속이건 꿈밖이건 거짓만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나름대로 사실을 토대로 한다고 했으나 숨어 있는 사실을 더러 놓친 것도 있을 것이다. 차차 선배 동학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기회 닿는 대로 개선해나가겠다. 인내심을 갖고 작업해준 문학동네 편집부에도 감사를 전한다. 2014, 갑오년 우수, 서울에서 박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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