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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의 참회

엘리스 피터스

(주)북하우스·2014-11-30

  • 문학
  • KDC 8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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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왕과 황후 11월 초 어느 날, 정오가 좀 지난 시각에 레스터 백작의 사자는 말 안장의 자루 속에 지난 석 달 치의 소식을 채워넣고 세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시루즈베리 시내에 들어갔다. 시루즈베리 사람들도 이미 그 소식은 대강 알고 있었다. 하지만 로버트 보먼트 백작이 런던에서 보내주는 소식은 시로프셔의 행정장관이 개인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정보들보다 훨씬 상세하고 정확했다. 백작은 젊은 행정장관 휴 버링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잉글랜드를 무력하게 만든 내전의 광기 속에서 제정신을 잃지 않은 사람의 하나로 점찍어두었다. 오랜 전쟁으로 왕과 황후의 양 진영은 탈진 상태에 이르렀지만 불행히도 양쪽 모두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로버트 백작은 사람들이 이성을 되찾아 소모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올 것에 대비해 휴 버링가처럼 유능한 젊은이들에게는 정보를 제공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전이 서서히 종막을 향해 내닫고 있는 서기 1145년인 올들어 암울했던 잉글랜드에도 어렴풋하나마 희망의 빛이 밝아오는 듯했다. 아직 그 빛은 희미하지만 왕좌를 두고 치열하게 각축을 벌였던 두 사촌조차도 차츰 무력감을 느끼고 싸움을 해결할 다른 방도를 찾는 조짐이 뚜렷했다. 백작의 소식을 갖고 온 청년은 전에도 같은 심부름을 한 적이 있어서,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한 와일 가를 따라 올라간 뒤 대십자가 상을 돌아 성문으로 가는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성의 경비병들은 청년이 지니고 있는 백작의 견장을 잘 알고 있어서 두말 않고 그를 통과시켰다. 휴는 그 소식을 듣고 성 안의 병기고에서 나왔다. 좁은 아치문을 통과한 바람에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그는 손의 먼지를 털면서 사자를 성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지난 석 달 치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접객소 곁방에서 청년은 안장 자루 속의 내용물을 테이블에 꺼내놓으면서 말했다. “요즘 가벼운 훈풍이 일고 있어서 우리 주군께서는 열심히 그 냄새를 맡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이는 걸 간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신중을 기하고 계십니다. 바람이 쉽사리 그칠 수도 있으니까요. 템스 강 골짜기에 있는 성들이 왕에게 넘어간 일뿐 아니라 동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도 관련 있는 조짐들입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때 에데사(메소포타미아 서북부의 고대도시. 초기 기독교의 중심지로서 십자군의 지배를 받았던 백작 령의 주요 도시―옮긴이)가 모술(메소포타미아의 북부 도시―옮긴이)의 이슬람교도들의 수중에 떨어진 이래 모든 그리스도교도들은 예루살렘 왕국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새로운 십자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또 현재의 상황을 비관하고 있는 잉글랜드 양 진영의 영주들은 십자군을 영혼의 안식처로 생각하여 환영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 백작님의 공식적인 서한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청년은 편지를 휴의 손에 넘겨주면서 활달하게 말했다. “제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골자를 대충 말씀드릴 테니 서한문은 시간 나실 때 천천히 읽어보셔도 됩니다. 저는 여기서 지체할 수가 없거든요. 돌아가는 길에 코번트리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기라도 하는 게 좋겠군.” 휴는 그렇게 말하고 먹을 것을 가져오게 했다. 그들은 복잡하게 뒤엉킨 잉글랜드의 상황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지난 여름의 몇 달 동안 잉글랜드의 상황은 다소 혼란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더이상의 전투를 벌이기 어려운 겨울이 닥쳐오면서 이제 얽힌 매듭들은 풀릴 가능성이 엿보였다. 적어도 사태가 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희망을 걸 수 있게 할 만한 조짐이었다. “설마하니 로버트 보먼트 백작님이 십자군에 참가하리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나는 클레르보 수도원 측에서 십자군에 참가하라고 강력하게 권하는 설교가 나올 거라는 얘기를 들었네. 그쪽 수도회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서는 그 권유를 뿌리치기가 힘들겠지.” 청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백작님은 전적으로 국내의 일에만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하지만 주교들이 동방에서의 상황 변화에 따른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현지로 떠나기에 앞서서 국내 질서를 어느 정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왕과 황후로 하여금 합리적인 생각을 갖게 해서 교착 상태를 타개할 길을 찾도록 해보자는 논의를 또다시 벌이고 있습니다. 체스터 백작이 스티븐 왕 측과 열심히 접촉한 끝에 왕과 만나서 충성을 맹세했다는 소식은 들으셨겠죠? 그 뒤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왕은 그날 늦은 시간에 백작을 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는 두 분이 스탠퍼드에서 만나기 일 주일 전쯤에 그런 사실을 이미 눈치챘죠. 라눌프 백작이 왕의 진영에 들어가려면 자기가 예전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는 그쪽 진영의 몇몇 귀족을 매수해서 환심을 사야 할 입장이었기 때문에 미리 얼마 동안 정지(整地)작업을 벌여 왔거든요. 백작이 우리 주군과 몇 년 동안 소유권 다툼을 벌여온, 자기의 마운트소렐 성 근처에 있는 땅을 우리 주군에게 선선히 양도한 것도 다 그 때문이죠. 그 사람이 편을 바꾸려면 왕의 마음뿐 아니라 왕의 편에 선 모든 사람의 마음도 함께 눅여놔야죠. 그러니 두 분이 스탠퍼드에서 만난 건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서 왕은 체스터 백작과 화해하고 그 사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장관께서는 패링던과 크리클러드에서의 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필립 피츠로버트가 자기 아버지나 황후와의 오랜 인연에도 불구하고 자기 성과 함께 그 양쪽에 자리 잡은 튼튼한 성들을 스티븐 왕에게 바치면서 왕의 진영으로 넘어간 사실 말입니다.” 휴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글로스터의 아들이 그렇게 하다니! 글로스터는 황후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여태까지 변함없이 황후 편에 서 있는 사람인데 이제 그 아들이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왕의 편에 가서 붙다니! 어쩔 수 없어서 임시변통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그 사람은 모드 황후를 위해서 싸웠던 것만큼이나 열심히 스티븐 왕을 위해 싸울 걸세.” 사자는 말했다. “필립의 누이가 체스터 백작의 아내이며, 그 두 사람이 동시에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둘 가운데 누가 상대방을 설득했는지, 배후에 다른 무엇이 있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일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왕이 그 두 동맹자를 얻고 게다가 아주 튼튼한 성들까지 수중에 넣게 되는 바람에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겁니다.” 휴는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기분이 아니겠지. 주교들에게도 말일세. 또다시 아주 의기양양해져서 당신이 절대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되었을 거야. 그러니 주교들이 그분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레스터 백작의 사자는 씩 웃으며 말했다. “로저 드 클린턴 주교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그분은 코번트리를 회의 장소로 제공했고 스티븐 왕은 기꺼이 그곳에 와서 상대의 말을 들어보겠다고 했으니까요. 주교 측 사람들은 이미 양측에 안전통행권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코번트리는 양측 모두에게 적당한 장소죠. 체스터 백작의 마운트소렐 성이 가까이 있어서 백작이 그곳으로 손님을 초대해 교분을 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번트리 수도원에는 손님들 모두를 수용할 만한 공간이 있거든요. 아무튼 거기서 회담이 열릴 겁니다. 거기서 얼마나 많은 성과가 나올지야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회의를 망치려고 안간힘 쓰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필립 피츠로버트 같은 사람이 그 대표적인 경우겠죠. 그 사람도 자기 아버지를 직접 만나 자기가 한 일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곳에 올 겁니다. 양측의 화의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망치려는 거죠. 우리 주군은 장관께서 그 회의에 참석하셔서 이 주의 입장을 대변해주기를 바라십니다. 해주시겠죠? 우리 주군은 장관님의 마음을 잘 알고 계십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고 계시죠. 장관님은 그분이 기대할 만하다고 꼽고 있는 분들 가운데 한 분이니까요. 주군께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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