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경이로운 우주 애리조나 사막에 위치한 천문대 위의 별들은 이례적으로 밝고 선명하게 빛났다. 널찍한 빛의 띠인 은하수도 확실하게 보였다. 둥근 지붕 아래에서 천문학자들은 작업에 착수했다. 액체 질소를 가져다가 장비들을 차갑게 식히고 밤새 올바로 작동할 수 있을지 점검한 다음, 망원경을 머나먼 은하와 성단을 향해 돌렸다. 나는 그곳에 잠시 머무는 방문객으로서 어깨너머로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망원경에서 스크린으로 전송된 먼 은하의 사진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관측을 방해할 만한 빛은 단 한 가닥도 남기지 않기 위하여 둥근 지붕들 사이의 좁은 길에는 조명을 켜지 않았다. 한 관측소에서 다른 관측소로 그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나는 별과 은하와 우주 전체, 그리고 우주와 인간의 관계에 관한 생각과 꿈에 잠겼다. 그때 나를 사로잡았던 느낌을 지금도 되살릴 수 있다. 광대한 우주 앞에서, 무수한 별들―적색거성,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로 이루어진 신비의 세계 앞에서, 수없이 많은 갖가지 모양의 은하들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그리고 그 우주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또 많이 알고 싶다는 바람.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마법과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카를 프리트리히 폰 바이체커는 열두 살 때 천체지도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자신의 회고록에서 임마누엘 칸트의 유명한 말을 변형하여 이렇게 표현했다. “내 안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 내 위에는 도덕 법칙…….” 우주의 신비에 대하여 최대한 많이 알기를 원하는 것은 열정적인 천문학자들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똑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강연에 이은 토론과 대화에서 나는 사람들이 그저 단순한 사실에도 큰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천문학을 연구하게 만드는 추가적인 동기는 우주 전체의 의미에 대하여, 그리고 그 의미와 지구에 사는 우리의 실존과의 관계에 대하여 확실한 앎을 얻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현재 자연과학의 세계관을 알기 쉽게 서술하고 그것이 우리의 자기 이해에 대하여 갖는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그러므로 우선 자연과학의 근본적인 지식을 검토하고, 이어서 그 지식과 철학 및 신학의 문제들과의 관계를 다룰 것이다. 당연히 나는 독자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우주의 신비에 감동하여 자기 스스로 깊은 생각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자연과학의 영역 안에서 확실한 앎과 사변적인 이론을 명확히 구분하고 자연과학이 타당한 영역의 한계를 명확히 긋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이 타당한 한계 내에서 자연과학은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규정하며, 자연과학적 지식은 무지에서 나온 주장에 의해 의문시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자연과학 안에서 대답될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전제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는 어디로 갈까?”라는 오래된 질문들은 현대 우주과학과 생물학에서 부분적으로 대답을 얻었다. 우리는 우주의 긴 진화 사슬에서 잠정적으로 도달된 결과물이며, 우주 안에서는 단 한 개의 원자도 사라지지 않고 심지어 우리의 삶과 별들의 진화조차도 서로 연관되어 있다. 우주가 빅뱅을 통해 탄생하고 뒤이어 분산된 기체가 은하들의 시스템으로 진화하여 복잡한 우주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은 우리의 일상 경험을 훨씬 벗어나며 종종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시간과 공간도 빅뱅에서 탄생하고 블랙홀에서 소멸하므로 더 이상 우리 경험의 절대적 범주일 수 없다. 혹시 우리의 시공간적 실존은 단지 현실의 부분적 측면에 불과한 게 아닐까? 우리의 확고한 일상 세계는 물리학자들의 놀라운 지식에 의해 열린 미시세계의 기본입자들과 비물질적인 장들에 의해 떠받혀진다. 그 입자들과 장들의 양자역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심지어 객관적으로 주어져 관찰자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생각에 의심을 품게 만든다. 우리는 실재 세계를 두루 살피면서 정말 신비로운 것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것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정확하게 서술한다 해도 그것들의 신비로움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모든 설명은 이 책의 제목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인 ‘창조자 없는 창조?’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비록 나는 최종적인 대답을 제시할 수 없지만, 자연과학적 세계 서술의 한계에 대한 탐구가 신앙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분명해지기를 희망한다. 위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건 “아니요”라고 대답하건, 그 판단은 자연과학으로 결정될 수 없는 개인 각자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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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제1부 들어가는 글 1 경이로운 우주 2 배후에 무언가 있을까? 제2부 거시세계 -빅뱅에서 블랙홀까지 1 직접적인 경험 - 사고실험 2 우주과학 밤의 어둠/ 별의 일생/ 은하/ 우주의 크기와 우주배경복사/ 우주모형(가속팽창/ 휘어진 공간/ 적색편이와 시간적 진화)/ 시간을 축소하여 표현한 우주의 진화 3 우주 속 구조들의 발생 중수소, 헬륨, 리튬/ 구조 형성(빛나는 물질/ 은하 속의 암흑물질/ 은하단 속의 암흑물질/ 비중입자 암흑물질)/ 은하의 형성(암흑 무리와 빛나는 은하/ 별과 원소들) 4 우주배경복사 초기 우주 속의 소리진동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5퍼센트의 효과 5 최초의 1초 급팽창모형/ 시초 6 인본 원리 7 종말은 어떠할까? 8 극적인 시간과 공간 - 빅뱅과 블랙홀 공간과 시간/ 중력/ 블랙홀/ 중력붕괴/ 블랙홀을 관찰할 수 있을까?(X-선 쌍성 속의 블랙홀/ 은하 중심의 블랙홀)/ 양자이론과 블랙홀(특이점/ 호킹 복사) 9 공간과 시간은 발생하고 소멸한다 제3부 만물의 궁극적 토대 - 양자 세계와 기본 입자들 1 물질의 근본 요소 2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 3 양자장이론 4 근본적인 힘들 5 기본입자 힘 전달 입자/ 경입자/ 쿼크 6 대칭성과 보존법칙 7 상호작용들의 통일 자발적 대칭성 붕괴/ 전기약력/ 강한 상호작용/ “표준모형”/ 대통일이론 8 만물의 이론을 찾아서 초끈이론/ 안정적인 장과 덧없는 물질 9 양자세계의 경이로움 입자, 파동, 장(슬릿에서의 굴절/ 입자 개념의 변화-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양자이론은 어떤 실재를 기술하는가?/ 조심하세요, 수학입니다!/ 해석의 시도들/ EPR 역설/ 초월자? 10 부록 얽힌 상태(얽힌 상태를 만드는 방법?)/ 아스페 실험/ 원격이동/ 양자 암호기술/ 양자컴퓨터 제4부 한계의 설정과 초월 1 자연과학적 세계상의 의미 2 자연과학과 종교가 맞닿는 자리 3 생명의 발생 의식 4 우주과학적 논증 5 세계는 계획에 따라 진화하는가? 6 창조원리 7 요약 참고문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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