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머리에 이제 나의 논리적인 글쓰기는 정년과 함께 마감할 시간이 되었다. 반포의 집과 제물포의 학교를 오가던 25년간의 일과와 작별할 시간이 한 학기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학은 자기 성찰의 언어이다. 자조(自照)의 문학인 수필이든 인물을 내세운 소설이나 희곡이든 그것은 모두 작가가 생산한 자식들이다. ‘시는 이미지다’라고 하지만, 그것도 체험의 소산이라는 점에서는 이런 정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학은 고향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헤세의 ?크눌프?, 하인리히 빌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아니더라도, 문학은 트로이 전쟁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지친 오딧세우스의 행로로부터 시작되었다. 농촌에서 태어나 늘 큰 도시를 떠돈 나는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살았다. 60평생을 지배해 온 크고 작은 일들도 모두 나와 귀향을 했을 때에라야 완료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해가 설핏할 때 집에서 가까운 우면산을 오를라치면 고향 산골 마을을 감싸던 저녁연기의 알싸한 내음이 내 코 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세월에 지친 고가, 벽을 가득 메운 사진틀 속에는 아직도 청년 같은 아버지가 계시고, 짱짱한 어머니가 웃고, 고등학생 누이가 있다. 봄이면 어김없이 온 동네를 밝히는 진달래와 늙은 살구나무와, 그네를 매던 동산의 왕소나무가 나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언덕 밭 도라지며, 멱 감고 가재 잡던 또랑, 황구와 뛰놀던 동구 앞길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간 단행본으로 묶는 데서 빠진 글들을 정리하고 보니 신기하게도 고향 모티프가 꼭지마다 끼어 별처럼 반짝인다. 열다섯 살에 출향했던 소년의 그림자가 쉰 해 동안 두더지처럼 기어 다닌 흔적이다. 반갑고 고맙다. 산만하고 설익은 논리가 많지만, 나는 거짓말처럼 나타난 이 존재에게 박수를 보낸다. 위안 받으며 귀향할 동무를 드디어 찾았기 때문이다. 키를 재던 기둥에 등불 걸어두고 산바람 내려오는 ‘일성정’에 앉아 큰 골 바래기 하며 고향 가 살으리. 보리밭에 바람불면 친구따라 서울 갔던 내력 메일에 올리며 ‘히히 가시내야 고향에 살지’ 하는 시나 읽어야겠다. 2007년 1월 오 양 호
목차펼치기접기
제1장 낭만적 영혼의 귀환 Ⅰ. 문학과 고향 15 1. 고향 모티프의 문학적 성취 16 2. 4월 남풍에 웃는 보리 문동(文童)이 19 Ⅱ. 야만의 전장과 탄화된 서정 23 1. 들어가며 23 2. 인간이 능멸당하는 야만의 대지와 그 절규 29 3. 경제논리와 맞물린 전쟁의 정체 33 4. 죄의식 없는 죄악 속에서 살아남은 남성의 윤리 39 5. 마무리 45 Ⅲ. 일상사의 시적 변용과 그 열락 48 - 박곤걸의 시선집 ??무재개 너머??에 대한 단상 1. 일상의 현상을 재현하는 재능과 기교 49 2. 생생한 언어가 거둔 시적 성취 52 3. 무지개 너머에 자리 잡은 열락의 세계 54 Ⅳ. 토속의 세계에 묻힌 은자의 노래 1. 솔바람 소리를 타고 흐르는 정한 58 2. 관습적 율격과 인간 60 3. 고원과 은자 65 4. 열린 시상이 마침내 다다른 고향 69 제2장 서사문학의 신논리와 반란 Ⅰ. 민족문학의 신논리와 서사의 반란 75 1. 문제의 제기 75 2. 분단소설의 성과와 변화 78 3. 세 가지 서사반란 81 Ⅱ. 감각적 서사에 싸인 사랑의 새문법 112 1. 소프트웨어 시대와 사랑의 양태 112 2. 애정에 순치되는 한 여성의 일탈 116 3. 열정의 탄생, 또는 새로운 사랑의 서사 125 Ⅲ. 서사성의 상실과 회복 137 1. 반서사적 갈등의 덩어리 137 2. ??아가??와 작가 개입 141 3. 서사의 회귀 144 Ⅳ. 전쟁과 기아를 넘는 생존방식 149 ― 기지촌 소설에 나타나는 한국인과 미군 1. 분단소설 속의 미국 149 2. 분단문학과 기지촌 소설 152 3. 50년대 현실의 실존적 검증 156 4. 양색시의 존재론적 의미 160 5. 생존과 자존의 여인상 166 6. 도둑이 된 동네사람들 173 7. 마무리 181 제3장 잊혀진 땅에 묻힌 문학 Ⅰ. 현대 중국 조선족 문학의 자리 185 1. 조선족 문학의 이중성 185 2. 사향가(思鄕歌)와 이국(異國) 188 3. 꽃 모티프의 정체 191 4. 조선족 문학의 내력 196 5. 향토문학의 한 갈래 203 6. 마무리 206 Ⅱ. 정처 없는 디아스포라의 혼, 윤동주 209 1. 고향 상실감의 뿌리 210 2. 개인사와 민족의 디아스포라 213 3. 기대의 세계와 별 218 Ⅲ. 만주, 그 황야와 고향 221 1. 만주가 문학의 고향인 작가 221 2. 동인지 과 한국문학의 북방 이미지 224 3. ‘새 고향’, 타협인가 망명인가 229 4. 살아 남기의 문제 237 Ⅳ. 만주로 간 사람들의 후일담 239 1. 또 한사람의 디아스포라의 혼, 심연수 239 2. 소망스럽지 못한 세태의 대위법적 압축 241 3. 경계 지대로 밀려난 무기력한 지식인 244 4. 신생 제국의 삶과 윤리 251 5. 농본주의 정신의 본질 256 6. 심연수 소설과 문체의 책략 258 Ⅴ. 세기말 한국문학이 만나는 고통 264 1. 작가의식의 행방 264 2. 기아·탈출·살육의 땅 267 3. 작가들의 직무유기 271 4. 정을병의 탈북자 소설 273 5. 통일문학의 종자 275 Ⅵ. 지용선생께 바친 일곱 해의 세월과 기다림 277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