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서문 서양미술사에 대해 알려면 어떤 책을 봐야 하느냐는 질문을 적잖이 받습니다. 여전히 독자들은 첫걸음으로 삼을 만한 책을 찾고 있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하는 책은 아직 없다고 봅니다. 이 책은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당신을 위한 책입니다. 나는 어떻게든 흔히 말하는 미술사와는 다른 색깔을 지닌 책을 쓰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위한 이 책은 ‘일반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써야 했습니다. 널리 통용되는 교양을 담아야 했으니까요. 이 책의 목적은 관례와 당신 사이를 매개하는 것입니다. 미술을 둘러싼 관례의 세계를 개괄하고 해명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나는 미술사의 복잡한 국면을 한 줄기의 이야기로 엮으려 했습니다. 흔히 미술사 입문서는 ‘선사 시대 미술’, ‘이집트 미술’,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 등으로 시작하는데,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시작합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미술사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시대가 ‘르네상스’이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부터 19세기의 인상주의를 거쳐 현대미술까지 살피고는, 맨 앞으로 가서 ‘선사 시대 미술’부터 ‘중세 미술’까지 다룹니다. 그러니까 시대순으로 가기는 가되, 친숙한 영역에서 덜 친숙한 영역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뭔가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미술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순서로 풀어가는 게 의외로 괜찮더군요. ‘선사 시대 미술’과 ‘이집트 미술’ 등은 시대순으로는 앞쪽에 놓이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낯설고 재미없는 대목입니다. 혼자서 미술사 책을 읽을 때 앞쪽의 이 대목을 대충 건너뛰거나, 혹은 이 대목 때문에 주저앉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를 살피고 나서는 선사시대와 고대의 미술에 대해서도 한번 다가가 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이야기는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문 뱀처럼, 처음 시작된 자리에서 끝납니다. 과거는 고정된 것이고,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오늘날을 사는 이들이 발견하고, 판단하고 평가함으로써 역사라는 지위를 얻습니다. 오늘이 어제를 평가하고, 내일이 오늘의 자리를 빼앗습니다. 오늘날 유명하다는 예술가들이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유명했는지를 따져보면,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과거는 오늘날의 시각을 통해 끝없이 재발견됩니다. 시작한 자리에서 끝나는 이야기는 결국 끝없이 계속되는 이야기겠지요. 원고를 끝내는 데 세 해가 넘게 걸렸고, 그러다보니 처음에 원고를 살펴주었던 편집자는 떠났습니다. 작업 후반에 원고를 맡아 책의 방향을 잡느라 애쓴 윤이든 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7년 2월 이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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