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말 ‘적도(適度)’라는 말은 사실 일반적으로는 생소한 낱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평소에 잘 안 써온 터라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뜻풀이에 해당하는 ‘알맞은 정도’라는 말을 책 제목에다 붙일 수는 없는 일이겠다. 특히 헬라스인들의 사상을 다루면서, 그들이 진지한 뜻에서 말했던 ‘적도(適度: to metrion)’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우리에게나 익숙한 ‘중용’ 등의 낱말로 얼버무리듯 주물럭거린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적도(適度) 또는 중용의 문제는 초기의 헬라스인들 때부터 그들의 중요한 관심사였고, 특히 플라톤 철학에서는 핵심적인 주제다. 따라서 이 분야의 전공자인 저자로서도 덩달아 진작부터 정리해볼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온 주제였다. 특히 플라톤에 있어서의 ‘적도’의 문제는, 2001년에 낸 『헬라스 사상의 심층』의 머리말에서도 밝혔듯, 플라톤 철학과 관련된 저자 나름의 오랜 동안의 핵심적인 숙원 과제였다. 그의 철학에서 근원적 원리가 되는 ‘좋음(善)’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방식이 특히 적도 등의 구현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으로 말하고 있어서, 이를 체계적으로 구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도의 문제를 다루면서, 방금도 말했듯, 중용의 문제를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겠기 때문이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적도 또는 중용의 사상’으로 아우르는 모양새를 갖추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구상만 하고 정작 착수까지는 못하고 있던 차에 2010년에 (사)한국학술협의회에서 이 협회가 주관하는 ‘석학연속강좌(2011년도 제13회)’에서의 발표와 관련된 교섭이 왔다. 처음엔 당장 응하기엔 망설여지는 처지였다. 장장 5년에 걸쳐 『플라톤의 법률』 역주 작업을 끝낸 뒤라 무리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협회의 사정도 있는 터라 용단을 내고, 기왕의 과제와 관련된 발표에 합의하고, 이 작업에 매달렸다. 그래서 그 이듬해에 자료적 성격을 갖는 발표(두 차례의 공개 강연과 네 차례의 세미나)를 일단 마쳤으나, 그것은 내 나름으로 구상한 저술에는 한창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뒤에도 2년 반에 걸친 고된 작업 끝에 지난 여름에야 마침내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고, 이제야 그 교정을 보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저자로서는 전공의 한계 때문에, 부제가 말하듯, 이 주제를 헬라스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다루되, 비슷한 시기의 옛 동양의 이른바 사서(四書)나 성서를 비롯한 몇몇 문헌들에서 접하게 된 관련된 내용들을 곁들여 약간씩 다루었을 뿐이어서, 적잖이 아쉽다. 그렇더라도 행여 이 책이 이 주제와 관련된 확장된 논의의 시발점이라도 된다면, 참으로 반길 일일 것이다. 끝으로 앞서 밝힌 공개 강연과 세미나에서의 사회자 및 지정 질의자가 열다섯 분이나 되는 터라, 일일이 그 이름은 밝히지 않지만, 저자로서는 고마운 마음임을 밝힌다. 유익한 지적과 질의가 더러 있었기에, 모두 유념하면서 글을 썼다. 2014년 연말을 앞두고 저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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