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저자서문 작년 10월 29일 6자 회담의 미국 측 대표 크리스토퍼 힐은 북경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핵실험 성공 후 처음으로 갖는 회담이었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모두 북경에 쏠려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미국 대표는 잠적하고 만 것이다. 세계의 언론과 정보기관들이 그의 행방을 좇았지만 그는 곤돌리사 라이스의 곁을 극비리에 빠져나와 남태평양의 한 점 섬 피지에 가 있었다. 그는 거기서 무엇을 했던 것일까? 무신경하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나는 왠지 과거 한반도의 운명을 두고 미묘한 시점에 열렸던 회담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일본의 가쓰라와 미국의 태프트가 맺었던 밀약. 그리고 태평양 전쟁이 끝 무렵에 이르렀을 때 미국의 루스벨트와 소련의 스탈린 간에 열렸던 얄타회담. 한반도의 백성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지만 가쓰라 - 태프트 밀약은 이미 조국의 운명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얄타 회담 역시 한반도의 백성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남북 분단은 이 때 결정되었던 게 아니었던가. 북한 핵은 주변의 모든 나라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북한 핵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가 못하다. 그럼 당사자인 북한은 어떨까? 나는 북한이야말로 최대의 패배자라고 확실히 믿는다. 사람들은 과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남북의 공동핵개발을 주제와 소재로 했던 내가 신념을 꺾었느냐고 물어올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가 일본 등의 야욕으로부터 독자적으로 나라를 지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북한의 핵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흉물이라고 나는 분명히 얘기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보다도 200만에 이르는 북한의 아사자를 들고 싶다. 핵무기든 뭐든 국가의 정상적인 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그 가치판단은 획일적일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처럼 수백만의 아사자를 발생시키면서 김정일의 독재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핵무기라면 고려할 여지가 없다. 나는 일부에서 핵무기가 통일 후엔 우리 민족의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피와 죄악의 산물인 북한의 핵무기라면, 그것은 무조건 폐기되어야 하며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이 부끄러운 역사의 산물인 북한 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고 해서 전 인류의 적으로 간주되는 것 또한 옳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미국이나 프랑스가 핵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 때문에 비난받지는 않는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지금 우리는 민족의 숙제로 주어진 북한 핵 문제를 여하히 현명하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제까지 북한 핵의 패배자였던 모든 당사국을 승자로 바꿔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아울러 그 숙제에는 시한이 있다는 사실 또한 알리고자 한다. 그날 피지에서는 크리스토퍼 힐과 중국의 관리 사이에 소름끼치는 밀약이 있었다. 그들이 상정하는 기간 내에 북한 핵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으면 미군은 즉각 김정일을 암살하고 북한에 진주해 모든 핵시설을 장악하며 중국은 미군의 진주와 핵무기 접수를 용인하는 대가로 평양과 원산을 이은 선의 북쪽을 영토로 편입한다는 내용이다. 바로 제 2의 얄타협상이요, 가쓰라 태프트 밀약에 다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남한이든 북한이든 이런 가공할 음모를 분쇄할 힘이 없다는 점이다. 통일을 원치 않는 젊은이들이 70%를 넘고 전쟁이 나도 나가 싸우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이 80%를 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북한의 붕괴를 막을 힘이 어디 있으며 밀려드는 난민을 수용할 여유를 어떻게 가질 수 있겠는가. 얼마 전 국가정보원의 핵 담당 직원들이 찾아와서는 절규했다. 조국이 나아가는 길은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가공할 문제를 국정원의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5천년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우리는 숱한 도전을 받았고 당당하게 응전했다. 그리고 그 주역은 언제나 국민이었다. 나는 이 책을 빌어 우리 국민들에게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고 외치고 싶다. 애국이라는 단어가 홀대받는 시대라지만 모든 강국의 국민들은 언제나 애국적이었고 자신들의 역사를 스스로 창조해왔다는 점을 우리 독자들과 같이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대교 베텔스만의 김영관 대표, 김만 상무, 그리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함께 고생한 권향미 주간, 이진영 팀장, 이현미님께 감사한다. 김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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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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