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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놈아!

그래, 이놈아!

배동현

(도서출판)한강출판사·2016-02-25

  • 256쪽
  • 문학
  • KDC 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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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인의 말 길 위의 남자이고자 하는 이유 ―다섯 번째 시집 출판을 준비하며 우리는 봄의 길목에서 느닷없이 닥치는 추위를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라고 쉽게 정의하고 말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유심히 바라다보면 꾸준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계절을 만들어 가는 자연의 지혜와 이치가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며칠 따뜻하면 겨울이 끝나는가 싶어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진다. 한 며칠 봄기운에 들떠 있다 보면 그것 보란 듯이 이내 추위가 맹위를 떨치곤 한다.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있는가 싶으면 나쁜 일이 생기는 이치 또한 자연의 운행에 기인한다. 그러기에 선현들은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하여 좋은 일이 생기면 마음 닦기를 게을리 하지를 않았다. 들꽃은 민족의 꽃이다. 겨레의 위상을 꿋꿋이 지켜온 끈질긴 꽃이다. 격렬하지 않으면서도 나중에 보면 재가 남을 만큼 불꽃이고, 소매를 스치듯 밋밋한 것이나 헤어진 뒤 가슴을 만지면 심장이 으깨져 핏물을 쏟을 만큼 감동적이다. 화끈한 사람들이 볼 때는, 그것도 만남이냐 싶을 정도로 작고 보잘것없어 하찮아 보이는 것이 후에 문득 어른어른 생각나는 그리운 들꽃이다. 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도 이런 것이 아닐까. “작은 초가라서 처마가 짧아 무더위에 푹푹 찔까 몹시 걱정돼, 서늘한 솔잎으로 햇살을 가려 한낮에도 욕심껏 그늘 얻었네, 새벽에는 이슬 맺혀 목걸이로 보이고 밤에는 바람 불어 음악으로 들리네, 그러나 불쌍해라! 정승 판서 집에는 옮겨 앉는 곳마다 실내가 너무 깊네.” 조선조 제일의 시인이라 칭송받는 권필(1569∼1612) 선생의 시詩 의 해설이다. ‘송붕’은 시원한 그늘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이면 이슬이 맺히고 밤이면 솔바람 소리 시원하여 마치 귀족들이 차고 다니는 목걸이 같고 현악기의 합주처럼 들린다고 했다. 이 시 속에는 시대의 역사가 있고, 당대의 문화가 있다. 또 그 이면에는 보석 같은 문학과 철학이 숨쉬고 있다. 몇 해 전인가 어느 척추장애인의 시집 출판기념회 기사를 읽고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아직도 내 마음에 선하다. 소외계층의 아픔이 하도 절절해 복지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기사 내용을 인용해 신문지상에 소개한 일도 있었다. “아픈 몸도 다 버리고/ 나무 지팡이도 다 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새처럼 자유롭게/ 하루만 단 하루만이라도/ 훨훨 날아 봤으면.” 시인의 딸이 어머니의 시를 낭송하자 시인도, 딸도, 시집 출판을 축하하러 온 동네 사람들도 모두 눈물을 참지 못해 마을회관은 울음바다가 됐다고 기자는 전했다. 전남 진도군의 척추장애 시인 주경자(53) 씨의 출판기념회의 뒷이야기이다. 산골 여인 주경자 씨의 첫 시집 『하루만 날아 봤으면』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주민들이 열어 준 조촐한 잔치였다. “아버지가 차라리 죽으라며 어린 나를 물 한 방울 안 먹이고 방에 방치하여 영양실조로 장애가 됐다.”며 등이 굽고 다리 근육이 퇴화한 병까지 겹쳐 걸을 수 없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한 주 씨는 마당을 무릎으로 기어 다닌다. 욕지거리를 퍼붓던 아버지가 미워 그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그녀는 사춘기 때, 구두 신은 여자를 보고 죽기 전에 꼭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저렇게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걷지 못할 바엔 죽어 버리자며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하곤 했다. 주 씨는 딸을 낳은 후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작고 하찮은 몸뚱어리에서도 소중한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놀랐고 열심히 살기로 다짐했다 한다. 그런 주 씨에게 남편 강금성(50) 씨는 하늘의 ‘선물’이었다. 주 씨는 집 밖에 나가지 못해 창문을 열어 놓고 부르던 노랫소리가 윗마을 오두막집까지 들렸고 노래를 들은 남편이 찾아온 인연으로 둘은 결혼했다. 암 판정을 받은 환자인 주 씨의 유일한 치료약은 남편 강 씨가 산에서 캐다 달여 주는 버섯물이 전부다. 그녀는 불편한 삶의 곡절을 모두 시로 녹여냈다. 이 날 인사말에서 그녀는 시詩 한 수로 답례했다. “울고 웃는 인생이라/ 세상을 한탄할 일도 많겠지만/ 육신이 허술하면 마음으로 살고/ 마음이 허술하면 육신으로 이기며/ 살아 있으매/ 사랑을 노래할 수 있고/ 살아 있으매/ 인생을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노래했다. 그녀는 시 한 수로 힘든 세월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한 편의 파노라마다. 그 길 위에 나도 이제는 서 있다. 가야 할 길이 좀 늦었다 싶어도 이 길 위의 남자이고자 고집한다. 지난 2014년도에 네 번째 시집 『계사장초』를 발간, 한국시인연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돌같이 굳어 가는 못난 마음을 시詩로 용해하는 마술사가 되고자 하는 것이 그녀가 오늘 내게 준 가파른 이유다. 2016년 2월에 시사일보 경북본부장 배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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