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호텔 접수담당자는 손에 내 예약카드를 들고 읽었다. “미스터 제럴딘 브룩스라고 되어 있네요. 그런데 여자분이시군요.” 맞아요. 나는 그렇다고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우리 예약담당자가 실수를 했네요.” “괜찮아요. 미스터에 s자만 덧붙이면 미세스가 될 텐데요 뭐.” 내가 말했다. “아니요.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손님께 방을 드릴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여자에게 방을 내주는 건 불법이에요.” 그가 말했다. 환한 호텔로비를 돌아본 나는 검은 망토를 입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두 명의 사우디인들을 고개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저 사람들은요?” “저분들은 남편과 함께 오셨어요.” 접수담당자가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자 혼자서 여행하지 않아요. 그럴 이유가 없죠. 매춘부가 아니라면 말이에요.” 1,2년 전만 됐어도 나는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한숨만 쉬고 데스크에서 물러났다. 밤 11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다란시[Dhahran,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에 있는 도시]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가 플라스틱으로 된 공항의자에서 밤을 보낼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호텔 입구에는 택시가 없었다. 텅 빈 호텔로비의 고급 소파가 내게 손짓을 하는 듯했다. 나는 화분 뒤에서 편안한 자리를 찾아내고는 가방에서 검은 차도르를 꺼내 담요처럼 덮었다. 눈을 감으려는 순간 접수담당자가 내 뒤에서 기침을 했다. “여기 계시면 안 됩니다.” 나는 침착하게 달리 갈 곳이 없음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경찰을 부르는 수밖에요.” 그가 말했다. 다란의 경찰서는 세계 모든 곳의 경찰서와 똑같이 딱딱한 벤치와 조야한 전등을 갖추고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사복차림의 형사들이 긴 흰색 옷을 입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전에 경찰서에 드나들었던 것은 범죄에 대한 보도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범죄자로 경찰서를 방문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저편에 앉아 있던 젊은 경관이 내 신분 관련 문서들을 뒤적였다. 호주, 영국, 이집트, 이란, 이라크, 요르단, 미국, 예멘에서 발행한 기자증들이었다. 아랍정상회담과 대통령궁 출입증도 있었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정보부에서 발행한 플라스틱 기자 배지도 있었다. 경관은 이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수직으로 늘어놓더니 수평으로 줄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높이를 재보겠다는 듯이 기자증들을 단처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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