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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첫째, 따뜻하게 포용하는 마음의 덕德을 쌓으라. 둘째,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사회를 위해 훌륭한 업적을 세워라. 셋째, 삶에 도움이 될만한 아름답고 멋진 글을 남겨라. 그리하면 비록 오랜 세월이 흐를지라도 그 사업과 명성은 잊히지 않고 후세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를 일러 영원히 죽지 않는 불후不朽라 한다.” (太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雖久不廢, 此之謂不朽.)춘추좌전春秋左傳의 주周나라 양공襄公 24년(BC. 628년)조에 보이는 글이다. 아주 먼 옛날 동아시아에서는 절대자 하나님께 귀의하지 않고 죽어서도 오래 사는 길, 즉 영생永生하는 세 가지 길을 알고 있었다. 입덕立德·입공立功·입언立言이 바로 동아시아적 영생의 길이다. 오늘날에도 이 삼불후三不朽 정신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나는 본시 사람됨이 용렬한지라 80평생을 입덕·입공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요행히도 운이 좋아 오랜 세월을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었고, 평생을 서예문화에 종사하며 서예에 관한 여러 편의 글을 남길 수 있었다. 1989년 여름 어느 날, 나는 친구 양석陽石 형의 청을 받아 그의 첫 번째 서예개인전 도록 맨 앞자리에 그의 작품 감상평문을 올린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한 두 편의 감상평문을 써왔고, 그동안 써온 수십 편의 글들이 여기저기 전시도록 상에 흩어져 방황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감상평문들 중 44편의 글을 골라 약간의 첨삭과 수정을 가한 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책표지 머리에 “삶과 마음의 일필휘지”라는 이름을 얹혀 역사에 길이 남기고자 한다.2.역사란 우리 인류가 몸담고 있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신비스럽고 광대무변한 세계 내의 일체 존재 현상과, 그리고 그것들에 관한 내용의 기록을 총칭하는 말이다. 특히 과거에 일어나거나 행해져 온 사실, 또는 그에 관한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역사歷史라고 부른다.역사는 자연의 역사를 포함하면서도, 인류의 활동을 더 주목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중심에는 문화가 자리한다. 문화文化란, 문덕文德으로 교화한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 인류가 야만으로부터 문명에 이르는 모든 시대를 걸치며 경험하고 고뇌하고 학습하고 연구하고 창조하는 실천적 사유활동을 통해 이룩한 일체의 정신적 물질적 소산所産을 가리킨다. 서예와 문인화의 학술적, 예술적 창조활동과 그에 관한 기록 역시 역사이자 문화이다. 서예와 문인화는 예술적 창작 소재와 조형 형식이 서로 다를지라도 그들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미학정신과 심미 이상이 서로 하나로 소통하고 공유된다는 점에서 서예의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서예는 그 시원과 출발에서부터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에 있어 왔다. 그것은 역사 기록 수단으로서의 문자文字, 즉 한자漢字가 미적 가치 표현으로서의 예술성도 함께 공유하며 출발하였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동아시아 역사 기록의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문자는 곧 한자였고, 한자가 아니고서는 역사의 현장이나 그 발전 과정을 기록하여 현재와 미래로 전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기록 수단으로서의 한자는 사실상 역사 그 자체요, 역사는 곧 한자에 의한 기록 그 자체였다. 뿐만 아니라, 한자는 표의문자表意文字로서 천天·지地·인人 등 이 세계 내의 모든 존재의 의미를 간직하고 지시하는 사유구조이자 형식이며, 한자 하나하나에 철학적, 미학적 사유와 심미의식 및 가치의 주입을 통해 서예라는 고급예술로 창조ㆍ승화시켜 왔다. 이는 상商ㆍ주周시대(BC. 2100-BC. 220)의 종정금문鐘鼎金文이나, 상이 은殷으로 개명된 후 출현한 갑골문甲骨文 등에서 증명된다. 이처럼 그 처음부터 역사 기록으로서의 수단성과 미적 표현으로서의 예술성이 함께 공유된 한자, 즉 서예는 진秦ㆍ한漢ㆍ당唐을 거치며 크게 발전하고, 송宋ㆍ명明ㆍ청淸대에 이르러서는 시詩ㆍ화畫와 함께 삼절三絶이라는 이름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예술이냐 아니냐의 논란과는 아무 관계없이, 예술 그 자체로 빛을 발하여 왔다. 서예야말로 기록성과 예술성을 하나로 공유하고 있는 동아시아 특유의 예술양식이다.그러함에도 예단藝壇의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도 서예가 과연 예술일 수 있는가에 관해 논란論難하고 시비是非하는 사람들을 간혹 접하게 된다. 동아시아 문화에 대해 거의 식견이 없는 미국이나 서구 중심적 문화사대주의자들의 희롱일 뿐이라고 보아 넘길 수도 있겠으나, 어느 한편으로 생각하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서예가 예술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예가라고 자처하는 작가들이 서예에 대한 자각적, 자득적 서예개념으로 서예를 창작하느냐의 여부에 있다고 하겠다. 여기 더하여 행서와 초서만이 예술이요, 여타 서체의 서예는 예술이 아니라고 목청을 돋우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 또한 서글픈 일이다. 화가가 문자를 그림으로 그리면 예술이요, 서예가가 문자를 붓으로 쓰면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서와 초서로 쓰면 예술이요, 전서와 예서 등의 서체로 쓰면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색으로 그림을 그리면 예술이요, 먹물로 그림을 그리면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가 서예에 대한 아무런 자각적 개념 없이 무작정 필묵으로 붓글씨를 쓰는 데 있다. 서예가인가 아닌가, 또는 붓글씨가 서예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서예에 대한 자각적 자가개념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와, 서예창작 상에 서예가의 철학적, 미학적 사유 내지는 자가적 서예개념이 개입되어 이루어졌느냐의 여부에 있다고 하겠다. 붓글씨가 모두 서예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진정한 서예는 곧 철학이자 미학이요 예술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3.뒤돌아보면,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문묵운향文墨韻香의 훈기 속에서 자라왔고, 6, 7세 때 붓을 잡은 이래, 때론 어떤 특수사정으로 잠시 붓과 그 생각을 놓은 적은 있어도, 오늘에 이르도록 그 활동이나 생각을 멈춘 적이 없다. 서예는 곧 내 삶의 행로行路요 마음의 궤적軌跡이나 다름없다.내가 추구追求하고 지향志向하는 서예미학과 서예창작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서예 경험과, 자연 생명과의 대화와 호흡, 그리고 삶과 생명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와 학문적 이론 탐구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자득적自得的 서예개념으로부터 비롯된다.서예는 심흉心胸 깊숙이 순수생명정신으로 응축된 서예개념의 지紙ㆍ필筆ㆍ묵墨과의 합일적 운용에서 순간순간 창출되는 문자조형적 생명의 리듬 상에 군더더기 없는 소심素心이 소환되는 심법의 예술이다. 심법은 본시 생래적 천기天機가 번득이는 성령性靈의 세계로, 유무有無와 형상形上ㆍ형하形下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순백의 심미체계 그 자체요, 태고太古의 생명의 신비가 정적靜寂으로 잉태孕胎되어 있는 순흑현색純黑玄色의 카오스(chaos)적 홍몽鴻蒙 경계 그 자체이다.심법에 의해 탄생하는 서예세계는 느낌과 직관의 예술이다. 자연 생명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호흡, 긴긴 세월을 인고忍苦하며 다져온 삶의 궤적軌跡과, 그리고 삶의 궤적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와 연찬硏鑽의 역사가 심흉 깊은 속에 켜켜이 응축되어 순간으로 탄생하는 삶과 생명의 예술이다. 신묘막측神妙莫測한 순흑 현색의 먹빛으로 명명백백明明白白한 순백純白의 고결高潔을 일깨우고, 일심一心의 일필획一筆畫으로 먹빛의 신비를 담금질하는 흑백상생黑白相生의 예술이다. 붓질의 질주 속에서 호흡으로 여유로운 심정心靜의 예술이요, 심정의 여유로운 고요 속에 태고太古가 숨을 쉬는 신비의 예술이다. 삶과 마음의 군더더기 없는 진실을 일필획으로 토해내는 본디마음의 체현활동體現活動이요, 일필획의 리듬으로 내적 순수심흥純粹心興을 토해내는 소심素心의 유예활동遊藝活動이다. 붓을 놓으면 숨어버리는 마음의 진실을 본디자리로 되돌려 놓는 환아還我의 활동이요, 끈질기게 달라붙는 욕망의 티끌을 일거에 씻어버리는 세심洗心의 작업이다. 서예는 필경 순간의 성실誠實로 삶과 마음의 영원永遠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일필휘지一筆揮之 아니겠는가.4.“삶과 마음의 일필휘지”는 “자기기망自己欺罔이 없는 삶과 마음의 붓질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함이다. 그러나 보고 읽는 이에 따라 그 의미는 약간씩 다를 수 있다. “삶과 마음의 일필휘지”는 “삶과 마음이 일필휘지하다”, 또는 “삶과 마음으로 일필휘지하다”, 또는 “삶과 마음을 일필휘지하다” 등의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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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엮으며 · 201. 양석의 서예, 그 삶과 마음의 일필휘지一筆揮之 · 1402. 농인의 전각, 법고자강法古自强의 미학세계 · 2403. 하석의 서예, 전통 지양적 법고창신의 세계 · 3004. 치당의 법고유신法古有新과 상법유의尙法有意의 서예 · 4405. 하석의 한글서예, 위違화和 미학의 주체자각적 체현 · 5206. 후산의 서예, 정법正法과 정도正道의 현시 · 6407. 농인의 서예, 법고法古에서 탐신探新으로 · 7008. 송산의 유정형有定型 무기교無技巧의 서예세계 · 8009. 이당의 서예, 전통서예와 시각디자인의 미학적 화회 · 8810. 근초의 서예, 성정과 지기에서 빚어진 문야文野혼융미 · 9811. 평인의 서예, ‘포스트모던 서예’의 한국적 시도 · 10212. 농인, 서예의 정격·탈격·파격의 자유인 · 11613. 유정의 서예, 가을의 물과 바람과 하늘의 품격미 · 12614. 소랑전小浪展전에 부친다 · 13215. 청원의 문인화, 일격미逸格美와 사의경지의 현대적 추구 · 14416. 노석의 한국적 포스트모던 서예를 향한 고뇌 · 15017. 인강의 문인화, 인문정신의 구도자적 체현 · 15818. 수암의 서예, 열린 우졸愚拙과 소박미의 세계 · 16819. 학산의 서예, 심미적 자유의지의 체현활동 · 17620. 청곡의 소통미학적 삶과 예술 · 18621. 휴산, 구만리 장천으로 자유롭게 비상하라 · 19822. 서이의 그림, 너무 슬퍼서 더욱 찬란한 색채의 열락 · 20823. 송민 서예의 미학적 원형사유와 메타포적 세계 · 21824. 연당의 서예, 원심圓心의 원형성적 공간감의 미학세계 · 23025. 미당, 예술은 생각대로 하는 거야 · 23826. 고산 서예의 장자미학적 지향 · 24227. 인간 어라연, 그 전각의 미학적 세계 · 25628. 근정의 문인화, 본래자성本來自性의 심미적 체현 · 26629. 소현의 문인화와 소나무의 미학정신 · 27830. 소원의 서예, 성령聖靈을 우러른 청순과 우졸의 심미경 · 28831. 석지의 일획미학적一畫美學的 서예세계 · 29432. 효재의 서예, 동아시아 인문정신의 미학적 추구 · 30633. 시중의 서예, 전통서예의 방법적 해체와 조자신화의 형상화 시도 · 32034. 고산의 도자서화각, 노장심학적 심미활동의 양명심학미학적 전환 · 33235. 수우의 풍죽화와 풍류미학 정신 · 34436. 산내, 성실 하나로 삶·학문·예술을 일관하다 · 36237. 은당의 문인화 세계, 자각적 고독의 심미적 체현 · 37238. 미당 서예의 유예미학적遊藝美學的 지향 · 38439. 벽암의 서예, 그 발칙한 꿈의 시현 · 39840. 금정의 서화세계, 자각적 생명의 심미적 체현 · 41041. 용인의 서예, 전아미와 신속미의 조화세계 · 41842. 예나의 학·예 일체적 삶의 추구 · 42843. 경연의 너그럽고 정직한 서예 풍도風度 · 43644 .함산, 순간을 성실하며 영원을 꿈꾸는 서예가 · 448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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