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말 언젠가 나는 출근 인파로 가득 찬 만원 버스 속에서 1시간 이상을 선 채로 갇혀 있어야 했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버스 속에 탑승한 사람들의 얼굴을 읽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같았다. 그들은 노동의 고통을 호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밝은 표정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을 읽으면서 노동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부지런한 개미는 무조건 올바르고, 게으른 베짱이는 항상 나쁜 것인가? 우리는 왜 일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왜 우리는 노동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현재 노동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옛날 사람들도 우리들처럼 일과 직업 세계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을까?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일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은 어느 날 내가 버스에서 던진 질문들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의 형성을 파헤친 베버의 저작이 길을 안내해 주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20대를 보냈던 1980년대와 마주쳤다. 이념의 시대인 1980년대에 나는 마르크스의 편에 서 있었고, 마르크스의 편에서 막스 베버를 향해 돌을 던졌다. 20대 시절 나에게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부르주아 사상가에 불과했다. 그 시절 나는 막스 베버의 문제의식을 잘 몰랐고 오해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밖에 없는 많은 말들을 뱉어냈다. 40이 되어 이 책을 쓰며 나는 80년대에 내가 뱉어냈던 말들과 화해했고, 막스 베버에 대해 품고 있던 오해들을 불식시켜 나가는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았다. 이 책은 크게 프롤로그, 에필로그와 더불어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베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고려했다. 고등학생부터 일반 독자까지 두루두루 베버의 저작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구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각 장을 주제에 따라 작은 단락으로 나누었고, 작은 단락에는 소제목을 달았다. 독자들은 소제목을 보면서 작은 단락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독자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전문적인 내용은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통해 별도로 처리했다. 독자들은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각자의 독서 호흡에 따라 선택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프롤로그에서는 막스 베버의 문제의식을 다루고, 1부에서는 막스 베버의 저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배경지식을 담았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이 저작에서 사용된 방법론은 1부에서 다룬다. 2부에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다룬다. 3부의 주제는 막스 베버 저작의 역사성과 현재성이다. 3부는 막스 베버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베버가 살던 시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현대 현상을 분석한다. 2부가 막스 베버 저서에 대한 해설서 성격이 강하다면, 3부는 새롭게 시도된 막스 베버 식의 현대 문화 분석이다. 베버는『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 정신을 대표하는 이념형적인 인물을 제시한다. 벤자민 프랭클린과 리차드 박스터라는 인물이다. 이들은 베버가 설명하려 했던 자본주의 정신이 낳은 문화적 특징들을 농축적으로 보여준다. 3부에서는 베버가 시도한 이념형적 서술을 본받아 현재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여러 유형에 대한 이념형적 분석을 시도한다.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하는 레베카, 돈 벌기 자체가 목적인 슈미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동중독에 빠지는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자와 노동의 강제를 거부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꾼 등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념형적 인물이다. 막스 베버의 텍스트를 해석하고, 동시에 베버의 방법론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는 연구방법에 따라 1부, 2부 그리고 3부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독립된 목적을 지니고 있는 서술 체계의 특성 때문에 독자들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이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프롤로그를 읽고 난 이후 막스 베버의 테제가 궁금한 독자들은 1부를 생략하고 2부로 건너뛰어도 된다. 만약 막스 베버의 테제뿐만 아니라 막스 베버의 문제의식의 현대적 적용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3부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적 해석에 관심이 깊은 독자라면 프롤로그 이후 3부를 먼저 읽고 그 다음으로 1부와 2부를 읽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언제나처럼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여러 사람들이 원고 정리를 도왔다. 이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초고를 꼼꼼히 읽고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더 친절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조언해준 출판평론가 이권우와 사계절 출판사의 편집자 서상일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다. 2008년 3월 9일 노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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