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어판 서문 저로서는 한국어판 서문을 쓰게 된 일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왜냐하면 문화 교류란 이문화異文化 상호 간의 이해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구체적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에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을 저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그 이유를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일본인을 위해 썼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인이 불을 잊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은 인간에게 많은 은혜를 주는 것이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불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빛나는 현대문명을 쌓아왔습니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인의 일상생활에서 불은 거의 모습을 감추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바로 50년 전까지 일본인은 취사를 비롯해 불에 의지하여 생활해왔는데 말입니다.) 마침 그러한 때 ‘3·11’(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그것에 의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대사고)이 일본 열도를 덮쳤습니다. 원자력발전소(원전)를 가동시키고 있는 ‘핵의 불’이 폭발한 것입니다. ‘핵의 불’은 원전 주변에 사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앞으로 백 년간은 이 지역에서 사람이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의 ‘핵의 불’은 아직도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사랑이나 증오 같은 인간의 정념은 늘 불에 비유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불타는 듯한 사랑’이라든가 ‘애를 태우는 질투’ 같은 말처럼 말이지요. 왜냐하면 불이 간단히 제어될 수 없는 것처럼 정념도 이성에 의해 제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인은 핵의 불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고 말았습니다. 아니 믿게 되어 버렸습니다. 핵의 불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인 이상, 완전한 안전성을 추구한다면 원전은 전혀 수지가 맞지 않을 터입니다. 우리 일본인은 드디어 그런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저는 일본인이, 불은 커다란 은혜를 주었지만 동시에 간단히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사례는 대부분 일본의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의 양식 있는 출판인이 이 책의 일본어판이 간행된 직후 일본인을 향한 저의 메시지를,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 대한 메시지로 고쳐 읽어 한국어판의 간행을 제안해주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어판을 만들 때 한국의 사례나 사진, 각주를 더함으로써 보다 설득력 있는 책으로 편집하고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듣고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판의 주도면밀한 편집 태도를 알게 되어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책을 출판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어느 한 나라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한국의 한 출판인이 가르쳐주었습니다. 사계절출판사의 강맑실 사장님과는 지난 10년 동안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함께해 왔습니다. 그녀의 꾸밈없는 인품은 동아시아출판인회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번에 그녀의 진지한 제안을 듣고 저는 출판에 대한 그녀의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한국어판을 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주신 사계절출판사 편집부의 조건형, 진승우 씨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강맑실 사장님의 기대에 부응하여 한 사람이라도 많은 한국 독자에게 전해지기를,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에 조금이나마 공헌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2012년 9월 도쿄에서 오쓰카 노부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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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한국어판 서문 5 머리말 8 프롤로그 불과 생명의 탄생 최초의 불 17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출현 23 제1장 불과 인류의 진화 처음 불을 쓴 인류 29 불을 독점하다 34 요리와 인류의 진화 39 안전성과 쾌적함 45 제2장 고대인과 불 구석기시대의 집과 불 53 조몬 문화와 화로 58 불을 만들다 64 불을 지키고 새 불을 일으키다 69 제3장 신화 속의 불 불의 신 가구쓰치의 탄생과 살육 77 가구쓰치의 피와 사체에서 생긴 것 84 세계의 신화와 불의 기원 92 프로메테우스 신화 98 제4장 민속 안의 불 ‘미개’ 민족, 그리스와 로마의 경우 109 화로에서 부뚜막으로 117 화로와 이로리 125 이계로 통하는 불 132 제5장 종교와 불 조로아스터교 141 불 의식 149 화장의 탄생 157 데카르트의 난로방, 파스칼의 불 165 제6장 불빛이 여는 근대 조명의 분리 179 횃불에서 촛불로 186 램프에서 전구로 194 조명과 도시 202 제7장 예술과 불 ‘이중 불꽃’ 213 바로크의 빛과 어둠 222 편재하는 빛 233 야주로의 촛불 245 에필로그 불의 패러독스 259 후기 270 미주 274 보론: 한반도의 난방 문화, 온돌 - 송기호(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285 옮긴이 후기 303 찾아보기 307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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