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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크로이체르 소나타

톨스토이 지음/이채윤 (옮긴이)

열매출판사·2008-03-28

  • 문학
  • KDC 8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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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작가 후기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의 중기 걸작 가운데 하나인 바이올린 소나타 9번 A장조(작품 47)는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R. 크로이처에게 헌정되면서 일명 라 불리기 시작했다. 세 개 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바이올린의 역할을 한 격조 승화시킨 협주곡적 성격을 지닌다. 너무도 달콤하고 위험할 만큼 정열적인 그 음악에 심취한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y(1828∼1910)는 62세의 나이에 결혼 생활의 비극을 다룬 동명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1889)를 썼다. 그런데 체코의 작곡가 야나체크Leos Janacek(1854∼1928)는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현악 4중주를 작곡했다. 이 곡에는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로부터 영감을 받아’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참여하는데, 그는 바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살아 있는 전설 에릭 로메르Eric Rohmer(1920∼ ) 감독이다. 그는 1956년에 영화 를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지금도 음악으로, 소설로, 영화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톨스토이의 작품치고는 소품에 속하지만, 결혼과 성性에 대해 시대를 초월해서 시사하는 바가 많아 1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포즈드느이셰프는 러시아의 귀족으로서 젊음을 향락으로 탕진하다가 청순한 여자를 만나 결혼하지만, 그가 아내에게 기대하는 것은 오직 성적 쾌락뿐이다. 그는 결혼을 남녀 간의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에게는 일방적으로 정숙함과 가정에 대한 의무를 묵시적으로 요구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아내는 다섯 명의 아이를 낳고, 정신생활이 결핍된 상태에서 주로 피아노를 치며 소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의 남자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베토벤의 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를 질투하고 의심하게 된다. 며칠 후 출장을 떠난 주인공은 아내에 대한 의심으로 밤새 잠을 못 이루다가 일정도 팽개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있는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를 발견한다. 결국 질투에 눈이 먼 주인공은 아내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주인공은 법정에서 아내의 불륜이 인정되어 무죄를 선고 받고 출감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은 육욕을 정당화하는 구실에 불과하며 인간의 이상은 금욕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령 금욕으로 인해 인간 사회가 멸망하게 된다 해도 성애性愛는 부정되어야 한다는 극단적 사고를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 바람난 아내를 살해한다는 결말에서 영감을 얻어 또 다른 를 작곡한 야나체크의 태도다. 그는 질투심으로 인한 남녀 관계의 비극적 측면을 현악 4중주로 표현했는데, 거기에는 톨스토이에 대한 항의의 뜻도 담겨 있다. 야나체크는 자유연애주의자로 결혼 생활에서 파란을 겪은 사람이었다. 를 완성할 무렵, 그는 유부녀이자 애인이었던 시테슬로바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나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그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 등장하는 가련한 한 여인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 처음으로 나는 그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유부녀와 애인 관계였던 야나체크는 자신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톨스토이의 이 작품은 인간의 사랑과 성의 문제를 도덕적 입장, 과학적 입장, 정신의학적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당시 러시아의 사회제도, 도덕, 생활양식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자기 부정이 담겨져 있다. 톨스토이는 만년의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 『크로이체르 소나타』 『부활』 『예술이란 무엇인가』 등에서 자신이 지닌 예술적·사회적 특권을 내던지며 새로운 이상향을 만들 것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그는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하고, 부인에게서도 이해를 얻지 못해 가정에도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래서 『크로이체르 소나타』에는 톨스토이 만년의 불행한 가정 모습이 어느 정도 담겨 있다. 톨스토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이 누리는 편안한 삶을 자책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려 노력했고, 엄격한 생활 태도를 끝까지 견지했다. 그는 80세가 넘어서까지도 사회를 개조해야 한다는 필봉을 정열적으로 휘둘렀는데, 아내는 그런 그를 더욱 이해하지 못했고 가정생활은 점점 악화되었다. 어느 겨울날 밤, 82세의 톨스토이는 아내에게 마지막 편지를 써놓고 몰래 집을 떠났다. 그는 온갖 허위와 부패를 배격하고 사랑의 힘이 충만한 피난처를 찾아 노구를 이끌고 나섰으나, 1910년 11월 20일 외딴 마을 아스타포보의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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