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후기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마음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병 속에 있는 시를 바라보아야 한다 하얀 시인지 붉은 색의 와인인지 마음에 마음으로 맞대어야 하고 시와 감성의 공기가 진심으로 만나 산화가 제법 이루어져야 한다 와인 잔에 살며시 따르고 가볍게 두어 번 흔들어 주어야 한다 과일향 와인인지 허브향의 시인지 온 몸의 감각으로 향을 느끼며 시에 부딪쳐 울려 퍼지는 공감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싯귀를 조금 입 안에 넣고 혀의 앞부터 끝까지 천천히 굴리며 시 속에 들어 있는 맛을 느껴야 한다 단맛의 와인인지 떫은맛의 시인지 맛의 무게를 음미하려 애쓰며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겨야 한다 이제 시를 마셔도 된다 나이 40이 넘어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었다. 사랑해서 기다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랑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면 좋을까 늘 흔들리고 있는 중이니까. 사랑에 대한 글을 여럿 접하다 보니 더 쉽지 않아 난감해 하고 있는 나를 종종 보게 되니까. 기다림은 생각보다 힘들거나 외롭지 않았다. 좀 심심했다. 몸을 만들고 책만 읽으며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무료하고 소심하게 흘러, 이러다가 싫증을 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였지만, 나에게는 타개할 만한 아무 것도 갖고 있지를 못했다. 혁명이나, 그런 비슷한 것들이 일어날 때는 늘 어려운 상황에서가 아니었던가. 아마 자유도 없었으리라. 그 때 마음 속에서 수시로 요동치던 사랑이나 인생 따위를 글로 자유롭게 나열해 보게 되었다. 일기 쓰던 버릇 때문인지 별 어려움 없이 ‘시’란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게 기다림은 시가 되고, 사랑이 되었다. 심심함이 조금 사라지자 욕심이 생기더라.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나와 같이 사소하게 생활하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은, 그러다보니 인터넷으로 시의 세계에 참여해 적잖은 힘을 얻게 되었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자기와 죽이 잘 맞는 세계라면 잠을 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깊이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운전하는 시간도 아까워 차를 없애고 계속 허공을 날아다니며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만만치 않은 세상, 허세의 바다에 빠져서도 허우적거리지 않고 숨을 천천히 쉬면서 마음껏 유영하며 노닐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주변에 온갖 시구(詩句)가 환상적으로 널려 있어 주워 담기에 수월했다. 혼자 있는 시간일수록 그것들은 자신들을 보아달라는 듯 주위를 맴돌며 끊임없이 번식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밤마다 도마동의 허름한 찜질방 속 아무도 없는 에서 그 별을 땄다. 집중했지만, 꼭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목표라는 것이 때로는 보통 이상의 노력을 자극해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2년이 넘게 지났다. 주위에서 수없이 따던 그 별들이 사실은 살얼음판 같은 삶을 겨우 지탱시켜주던 내 몸뚱이였다는 것을 이제 안다. 동계훈련을 소홀히 한 탓으로, 체력적으로 고갈되는 지난여름에 결국 난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몸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서럽지는 않았다. 쉽지 않은 그동안의 시간을 같이 해준 유일한 벗 때문에 생긴 단순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살점을 뜯어 시를 쓴 대가로 내 안에는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늘 갈팡질팡 허덕이는 영혼까지도 말이다. 이제 무엇이든 많이 먹고, 많이 읽어서 원래대로. 아니, 원래보다 더 크게 나를 만든 다음에 다시 뜯어서 시를 써야지. 원인이 된 사람들이 많아서 누구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제 시작이다. 당분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시를 쓰도록 노력해야지. 그 누군가는 아직 오지 않았다... 2014, 가을에 남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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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 남상광 시집 『지뢰 같은 사랑』 제1부 사랑이란 11 한 사람 12 그리워서 13 기다려도 14 끝 15 아침의 발견 16 대지에게 17 밤에도 눈은 내리는가 18 슬픈 겨울 19 지뢰 같은 사랑 20 사랑, 변하지 않는 21 늦은 봄, 비 22 겨울 사랑 23 모두가 바다이니라 24 사랑 2, 선풍기 25 목련꽃 그늘 아래 26 어떤 이별 27 헤어진 다음날 28 가을, 비 29 어떤 날 30 사랑을 산 죄 31 새벽 32 사랑을 꿈꾸다 33 꿈 34 그 사람을 위한 시 제2부 자연일까 37 눈 내린 아침에 38 봄은 밤을 지나서 온다 39 봄, 산 40 가는 봄의 속셈 41 가을에는 42 가을, 2PM 43 가을, 5PM 44 가을, 나그네 45 버스 안에서 46 어떤 겨울 47 잔바람 48 사람이 49 눈물이 날 때 50 노인정이 있는 공원 52 찜질방 53 아름다운 것들 54 외로움이란 것 55 먹는다는 것 56 용서 57 오십견 58 노을 59 시를 짓다 보면 60 어느 전기의 독백 61 밀짚모자의 여름 62 슬픈 이야기 제3부 현실일까 65 아침 바다에서 66 길 위에서 68 노을 앞에서 69 신호등에서 70 거리에서 71 움직인다는 것 72 들, 꽃 73 Dry Rose 74 치유의 숲 75 겨울나무 76 누가 77 막바지 78 국에 파리 빠지다 80 현실 81 개나리 피는 의미 82 세상, 고로쇠 83 삶에 대하여 84 겨울로 가는 마차 85 노숙자 86 호박 87 하이에나 88 하늘이여 89 목욕탕에서 90 세차장 91 도시의 방 92 21세기 파라다이스 제4부 허, 참 95 기분이 어땠을까 96 철없는 사랑 97 검정 갈치 98 구운 계란 99 바이러스 감염 수첩 100 앞은 보이지 않고 101 청계천에서 103 해설: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지뢰 같은 사랑’ ― 김필영 124 후기: 끝내고 나서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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