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문 다케우치 요시미는 전후 중국문학의 향방을 결정했고 아시아와 일본을 향한 솔직하고 대담한 발언으로 묵중한 존재감을 남겼다. 특히 중국과 기구한 연을 맺어 전시에는 병사로 중국 땅을 밟았다. 그의 중국 연구는 전후 일본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참조축을 형성했으며, 그 역시 일본에 대한 독자적 비판으로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이시모타 쇼石母田正 등 전후 사상의 거성들과 함께 하나의 성좌를 이루었다. 그렇지만 다방면에 걸친 그의 작업은 충분한 이해를 얻지 못했으며, 그 자신도 여전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로 남겨졌다. 그러나 그는 ??다케우치는 우익이다??, ??다케우치는 중국을 이상화했다?? 같은 손쉬운 ??비판??으로 넘어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왜 지금 다케우치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이 물음과 함께 떠오르는 사태가 있다. 전후 60주년을 맞은 2005년 봄, 일본이 UN 안보리에 가입하려 들자 중국에서 거센 거부반응이 일어나 ??반일?? 시위가 번졌다. 그러나 일본의 중국 연구자들은 유효한 현대중국론을 내놓지 못했다. 매일같이 연구를 거듭해 중국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쌓아두었을 연구자들이 정작 실제 상황 속에서는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반일?? 시위가 한창이던 때 일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서인지, 중국에서 번역되고 발매된 다케우치 요시미의 저작선집 《근대의 초극近代的超克》은 오히려 큰 평판을 얻었다. 중국과 일본의 근대를 두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던 일본의 사상가에게 대륙 중국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문화혁명이 끝난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중국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축적되었다. 하지만 세분화되고 집적화된 중국 연구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남았고, 다케우치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 그에게 중국 연구란 지식을 집적하는 일이 아니라 역사적 감도感度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그런 시도는 중국의 이웃에 위치한 나라, 즉 일본 자신을 향한 역사적 관심을 매개로 삼아야 했다. 이렇듯 에둘러서라도 서문을 쓰는 까닭은 지금 우리가 다케우치 요시미를 다시 읽어야 할 일종의 역사적 순환의 시기에 직면해서다. 다케우치 요시미를 다시 읽는 일, 그것은 육체는 이미 거둬버린 다케우치에게 두 번째 ??생??을 부여하는 일이며, 애초 텍스트가 쓰인 과거로 진입하여 새로운 현재성을 건져 올리는 길이다. 이 책의 서두에 놓인 〈굴욕의 사건〉은 다케우치가 1945년 종전을 전후하여 중국 대륙에서 병사로 지내며 받았던 인상을 8년 후인 1953년에 토로한 글이다. 해설을 쓴 다케우치 요시미 연구자 쑨거는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竹內好という問い》에서, 이 에세이가 종전 당시 다케우치 요시미의 감흥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다케우치 요시미의 사상적 핵심이 응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때 다케우치가 말하는 ??굴욕??이란 잠재적 기회가 있었는데도 일본은 8월 15일을 공화국 성립의 계기로 움켜쥐지 못했다는 ??굴욕??이다. 오늘의 시선으로 보자면 한낱 망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말들의 행간에는 1953년 당시의 고유한 역사 감각이 배접된 ??굴욕??의 감각이 배어 있다. 〈굴욕의 사건〉은 1953년에 쓰였다. 그해는 일본이 ??독립??(1952)한 이듬해이며,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된 한국전쟁 정전의 해, 즉 동아시아에서 냉전체제가 확립되던 시기다. 현재 일본에서는 ??북한 때리기??로 상징되는 냉전 상황이 여전히 지속, 재편되고 있다. 동시에 한국?오키나와?일본 본토에 걸친 미군기지의 재편 움직임이 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를 ??군??으로 승격해 일본과 미국을 일체화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1953년 다케우치가 느꼈을 ??굴욕??이 여전히 반복,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이와 관련해 이 책의 해설에서 쑨거는 ??21개조 요구??가 중국인에게 안겼던 ??치욕??의 의미를 다케우치는 일본인의 ??치욕??으로 전환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다케우치가 〈나라의 독립과 이상〉에서 말한 일본의 ??독립??은 바로 지금 가장 커다란 시련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다케우치 요시미를 오늘날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그가 일본인의 역사적 주체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을 향한 다케우치의 비판적 시선을 시기에 따라 4부로 구성했다. 1부 ??지나와 중국??에서는 전전의 다케우치가 중국에 대한 침략전쟁과 마주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알 수 있다. 그 다음 2부에서 4부까지는 다케우치의 전후 논고를 담았는데, 특히 2부 ??근대의 초극??에서는 전전의 다케우치가 품었던 사고가 어떻게 전후로 이어졌는지가 잘 드러난다. 그리고 3부와 4부에서는 다케우치가 전후에 보여준 실천적이고 활동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3부 ??국민문학논쟁??에는 1950년대 전반 다케우치가 참여한 논쟁에 관한 저명한 글들을 모아두었으며, 4부 ??예견과 착오??에는 1960년에 벌어진 신안보조약 개정 반대운동을 두고 그가 작성한 글들을 담았다. 이 책의 구성 순서에 따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부 ??지나와 중국??에 수록된 〈지나와 중국〉에서 〈《중국문학》의 폐간과 나〉에 이르는 글들을 보면 총력전체제로 기울던 일본 사회에서 소박하게나마 문화적 저항을 꾀하던 다케우치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령 일중전쟁이 한창이던 때 ??지나??라는 호칭은 왕징웨이汪精衛 정권과의 우호를 연출하고자 ??중국??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다케우치는 차별감이 농후한 종래의 ??지나??라는 말을 굳이 고집해 단지 ??중국??이라고 표현만 바꾼 당시의 기만에 맞섰다. 다케우치가 다케다 다이준武田泰淳 등 자신의 벗들과 ??중국문학연구회??를 결성한 것은 1934년의 일이다. 흥미롭게도 그해는 일본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대거 전향한 이듬해였다. 말하자면 다케우치가 원한 저항은 옥중에서 ??국내망명??하는 일도, ??전향??을 해서 총력전체제에 적극 가담하는 일도 아닌 제3의 길이었다(물론 국가권력의 폭력 아래 죽어간 수많은 지식인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다만 이 시기에는 정말 당혹케 만드는 글이 있었으니 〈대동아전쟁과 우리의 결의(선언)〉다. 이후 다케우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벌인 전쟁을 중국(아시아)에 대한 침략전쟁이라는 측면과 함께 영미에 대한 제국주의 간의 전쟁이라는 이중성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대동아전쟁과 우리의 결의(선언)〉는 하와이(진주만)를 선제공격해서 개시된 대對영미전쟁에 국민적 결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후에도 줄곧 물의를 빚었다.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취한다면 두 전쟁은 인과관계가 있으며, 객관적으로 보면 다케우치의 테제가 잘못되었으니 물리쳐 마땅하다. 그러나 만일 오늘날에도 평가할 만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사상의 표현으로서 〈대동아전쟁과 우리의 결의(선언)〉가 지니는 역사적 의미겠다. 이 책의 해설에서 쑨거는 이러한 다케우치의 사상에 ??가치전도??가 담겼다며 주의를 촉구한다. 결국 〈대동아전쟁과 우리의 결의(선언)〉는 적어도 당시 역사를 살아간 지식인의 사상 표현으로서 몇 차례고 참조해야 할 역사자료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다케우치 요시미는 전후 1959년에 〈근대의 초극〉을 통해 저 〈대동아전쟁과 우리의 결의(선언)〉에 대한 본인 나름의 사상적 결의를 기도한다. ??근대의 초극??은 당시의 일급지식인들(다케우치는 이들을 교토학파?《문학계》파?일본낭만파 세 그룹으로 정리했다)이, 일본이 벌인 전쟁을 사상전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던 악명 높은 좌담회의 총칭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다케우치는 지적 프로젝트로서의 ??근대의 초극??이 서양의 근대를 뛰어넘는 논리를 전쟁에서 발견하려다 실패한 시도였다고 평가한다(이 대목에 관해서는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 2권에서 마쓰나가 마사요시松永正義가 상세한 해설을 내놓았다). 이러한 당시 지식계의 추이에 맞서려는 듯 다케우치는 그 무렵 쓰인 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의 《사이토 모키치 노트齊藤茂吉ノ-ト》와 거기서 취해진 전쟁음戰爭吟을 거론한다. 그는 전쟁음이라는 표현이 전쟁의 한복판을 살아갔던 민중의 보다 깊은 현실구조에 닿아 있다고 말하려 했던 것이다. 다케우치는 과거의 전쟁을 반성하되 그 시대 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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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 추천의글?왜지금다케우치요시미인가/ 쑨거005 ● 책을펴내며?마루카와데쓰시015 서 굴욕의사건029 1부지나와중국 지나와중국041 대동아전쟁과우리의결의(선언 057 대동아문학가대회에관하여062 《중국문학》폐간과나067 2부근대의초극 나라의독립과이상087 근대의초극101 3부국민문학론 중국문학의정치성193 내셔널리즘과사회혁명206 망국의노래216 근대주의와민족의문제225 국민문학의제창-이토세이씨에게보내는편지237 국민문학의문제점243 문학의자율성등-국민문학의본질론속에서258 문학에서독립이란무엇인가271 4부예견과착오 기본적인권과근대사상323 순난자의영령앞에서363 사직이유서374 민주인가독재인가-당면의상황판단376 우리의헌법감각383 전쟁체험의일반화에대하여391 예견과착오404 ● 역자후기424 ● 출전441 ● 저서일람446 ● 다케우치요시미연보448 ● 찾아보기462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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