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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사용설명서

GDP 사용설명서

다이앤 코일 (지은이), 김홍식 (옮긴이)

부키·2018-05-11

  • 239쪽
  • 148×210mm
  • 사회과학
  • KDC 3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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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리스에서는 통계가 일종의 격투기다.” 그리스의 경제학자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가 자신이 형사 고발을 당하고 의회의 심문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한 말이다. 그는 워싱턴 D.C. 소재 국제통화기금 IMF 에서 여러 해 동안 근무한 유능한 인재로, 2010년 말 그리스에 새 통계청이 출범할 때 유럽연합과 IMF의 낙하산 지명을 받아 통계청장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 뒤 그는 전자우편을 해킹당했고, 몇 달 뒤에는 새 통계청이 세워질 때 해임되었던 구 통계청의 이사진에게 고발당했다. 그리스의 국익을 해치는 행동을 했다는 혐의였다. 이 소송을 두고 그리스 여론은 극도로 갈렸는데, 검찰은 그를 직무 유기와 허위 진술, 공문서 위조를 저지른 중죄범으로 기소했다. 그는 도대체 어떤 범죄를 저질렀던 것일까? 수십 년 동안 정치인들의 지시에 따라 통계 숫자를 조작한 그리스 통계청의 관행과 달리, 경제에 관한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려고 노력한 죄였다. 통계 조작에는 커다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그리스 정부가 구멍난 재정을 메우고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구제 자금이 필요했는데, 이 돈을 받으려면 정부의 지출과 차입을 축소하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그 목표는 GDP에 대한 재정 적자의 비율로 표시되었다.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표준 척도인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의 약어인데, 자주 들어서 낯익은 용어이기는 해도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말일 것이다. 과연 GDP라는 통계는 어떻게 해서 그토록 중요해진 것일까? 이 책은 그에 관한 이야기다. EU의 집행부인 유럽위원회가 게오르기우를 그리스 통계청장으로 지명하기 직전에 발표한 공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통계는 여러 해 동안 조작되고 있었다. 그해 일찍이 그리스 구 통계청의 청장이 “통계 산출에 정치적인 간섭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브뤼셀의 EU 공직자들과 상당히 다급하게 접촉한 일도 있었다. 아무튼 유럽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의 결론은 이렇다. 잘못된 통계 보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으며, 그리스 정부가 지난 재정지출의 기록 자체를 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리스가 운영하는 제도적 장치 전반의 책임성”에 대한 심각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관료적인 어투의 말은 국방비를 포함한 수많은 분야의 재정지출을 그리스 정부가 통제하기는커녕 계산할 능력도 없다는 뜻이다. 사실 공식 조사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통계 전문가라면 보고된 숫자들만 보고도 그리스가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EU 집행부 위원들에게 일러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경고 신호로 볼 수 있을 만한 사건 중 하나는 2006년의 발표였는데, 이때 그리스의 GDP가 예상보다 25퍼센트나 불어났다. 구 통계청이 과세 당국의 관할을 벗어나 있는 장부 외 경제 활동의 가치를 GDP 추정값에 보탰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스가 공식 GDP 통계에 이른바 비공식경제(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살펴볼 것이다)의 추정 규모를 집어넣는 유일한 나라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5퍼센트에 달하는 큰 폭의 증가가 차입액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시점에 발표된 것은 사실이었다. GDP는 채무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기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공식경제를 GDP에 추가한 일이나 그리스 통계가 흔히 EU 통계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던 일과는 별개로, 변조한 통계에는 숫자가 조작되었음을 암시하는 통계상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GDP를 비롯한 경제변수들의 자료에는 위조하기 어려운 통계적 지문이 있다. 이러한 통계 숫자들은 무작위가 아니다. 무작위라면 첫 번째 자릿수에 자연수 1~9 중 하나가 나타날 확률이 9분의 1이다. 하지만 실제 통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보통 첫 번째 자릿수에 1이 나타날 확률이 2~9가 나타날 확률보다 훨씬 높다. 즉 통계 숫자가 1로 시작될 확률은 30.1퍼센트고, 3으로 시작될 확률은 12.5퍼센트로 그보다 훨씬 낮으며, 9로 시작될 확률은 4.6퍼센트로 더욱 낮아진다. 이처럼 1에서 9까지 아홉 개 자연수가 첫 번째 자릿수에 나타날 확률은 1에서 9로 올라갈수록 점점 낮아지는 일정한 분포를 보인다. 이와 같은 통계의 지문을 ‘벤퍼드 법칙 Benford’s Law ’이라고 한다. 범죄 드라마 〈넘버스 Numb3rs 〉에서 데이비드 크럼홀츠가 연기한 천재 수학자 찰리 엡스 박사는 2006년에 방영된 ‘러닝맨’ 편에서 벤퍼드 법칙을 활용하여 여러건의 절도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스의 GDP 통계에는 벤퍼드 법칙의 지문이 없었다. 유럽위원회의 해당 보고서는 내가 읽어 본 관료적 언어 중 가장 직설적인 편에 속한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 재무부가 차입금의 지속적 유입에 필요한 재정 적자 및 GDP 통계를 내도록 통계청에 지시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0년 이전의 구 통계청 이사회는 이러한 자료 조작에 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그랬다면 국립 통계청으로서 자격이 있는 이사회라고 하기 힘들다. 뛰어난 국제 문제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서 현재 경제학 분야 이사를 맡고 있는 절친한 동료 파올라 수바키가 공교롭게도 2002년에 그리스의 구 통계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항공편으로 아테네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통계청 주소로 찾아갔더니 교외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들어 보니 이러했다. “그곳은 일반 상가 구역의 광장에 있었는데, 1950년대쯤 지어진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찾느라 이리저리 헤매야 했다. 안으로 들어가계단을 좀 올라가 보니 먼지투성이 방이 나왔고, 거기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컴퓨터는 한 대도 본 기억이 없다.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별난 광경이었다.” IMF와 유럽위원회가 그리스 정부에 구제 자금을 융자해 주는 조건으로 게오르기우의 파견과 새로운 통계 기관의 설립을 원했던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앞으로 뜻밖의 고약한 일들이 더 드러날지도 모른다. 게오르기우는 국익을 배반한 혐의로 고발당한 뒤, “통계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기소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국익 배반은 이론상으로 종신형을 받을 수 있는 죄목이다. 이 범죄에 가까운 통계 조작 이야기는 일상의 정치와 금융에서 GDP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게오르기우는 말 그대로 전임자들과 다른 숫자를 산출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백만 그리스 국민의 생활수준, 즉 그들이 일자리를 가지게 될지, 무료 급식소에서 줄을 서게 될지도 GDP 통계에 달려 있다. GDP는 나라의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혹은 나쁜지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GDP 측정은 땅이라든가 평균기온 같은 자연현상을 여러 기준의 정확도에 맞춰 측정하는 일과는 다르다. GDP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개념이다. GDP는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나타난 최근의 산물이다. 1장에서 거론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경제성과를 여러 가지 상이한 개념들로 측정했는데, 그것들도 고작해야 생긴 지 200여 년밖에 안 된다. 혹시라도 게오르기우가 감옥에 가게 된다면, 그는 추상적인 개념 때문에 자유를 상실하는 셈이다. 이 추상적 개념은 못과 칫솔에서부터 트랙터, 신발, 미용, 경영 컨설팅, 거리 청소, 요가 교습, 그릇, 붕대, 책을 포함해 경제 내 수백만 가지의 서비스와 제품을 전부 더한 다음, 그 숫자를 계절의 변화와 연관되어 발생하는 경제 통계상의 변동인 계절변동과 물가 상승을 감안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조정하고, 그렇게 조정된 숫자를 가상의 환율에 따라 다시 조정하여 모든 나라의 통계를 개략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끔 표준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GDP는 극도로 복잡한 방식으로 산출되는 추상적 통계임에도 막대한 중요성을 가진다. 어째서 이처럼 인위적이고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그리스 사람들의 생계를 좌우하는 경제정책에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한 것이 되었을까? GDP가 그리스 사람들과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지배하는 것이 올바른가? 어쨌거나 ‘경제’를 측정하는 이 숫자 하나가 정치 무대를 좌우할 때가 많고, 어느 분기의 GDP가 0.2퍼센트 올랐느냐, 0.1퍼센트 떨어졌느냐의 차이로 정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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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머리말 5 1장 GDP의 탄생 : 경제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의 의미 15 초창기의 국민회계 18 | 현대적인 국민계정의 탄생 23 | GDP의 기본 개념 38 2장 GDP의 전성기 : 성장의 비교 63 전후의 부흥 67 | 우리는 얼마나 잘살고 있는가 71 | 나라 간 비교의 문제 74 | 국제 비교 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나 83 3장 GDP의 위기 : 네 가지 도전 89 스태그플레이션 94 | 냉전의 경제적 결과 100 | 환경주의의 발흥 103 | 인간 역량 개발 107 4장 GDP의 고민 : 혁신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113 혁신의 등장 117 | 신경제 붐 121 | 서비스 활동의 측정 124 | 혁신을 측정하기 어려운 이 유 126 5장 GDP의 반성 : 문제와 한계 135 오만, 미망, 응보 137 | 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143 | 생산의 경계 152 | 비공식경제 155 | 후생 측정의 어려움 159 6장 GDP의 미래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173 GDP가 넘어야 할 세 가지 산 175 | 복잡해지는 경제 179 | 모호해지는 생산성 184 | 지속 가능성의 문제 191 | 21세기에는 어떤 국민 통계가 필요한가 197 감사의 글 205 | 주 207 | 찾아보기 222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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