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문 1 이 책에 관하여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자신의 책 『수학원리(The Principles of Mathematics)』에서 순수수학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순수수학이란 “p는 q를 함의한다”와 같은 형식을 가진 모든 명제들의 모임(class)이다. 이때 p와 q는 각각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변항을 포함하는 명제이며, 각 변항은 양쪽 명제에서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p와 q는 논리적 상항 이외의 다른 상항을 포함하지 않는다. 논리적 상항이란 다음과 같이 정의되는 모든 개념을 의미한다. 함의, 즉 어떤 명제와 그 명제를 원소로 포함하는 모임 간의 관계, “~의 조건을 충족시키는”의 개념, 관계의 개념, 그리고 이와 같은 형식의 명제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다른 개념 모두. 이들 외에도 수학적 명제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닌 또 하나의 개념, 즉 “참”의 개념이 사용된다. 『The Princeton Companion to Mathematics』는 러셀의 정의가 다루지 않는 다른 모든 것들에 관한 수학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러셀의 책은 1903년에 출간됐는데, 당시의 수학자들은 수학의 논리적 근간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 수학을 러셀이 설명하는 형식적 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는 새로운 생각이 아니며, 현대 수학자들의 관심은 대체로 다른 종류의 문제에 더욱 치중돼 있다. 너무도 많은 수학 논문이 발표돼 있어, 어느 한 개인도 수학의 아주 작은 부분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에는, 단지 형식 기호를 어떻게 배열해야 문법적으로 올바른 수학적 서술이 되는가를 따지는 것 이상으로, 이들 중 어떤 수학적 서술이 더 흥미로운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누구도 이런 이슈에 대해 완전히 객관적인 답을 줄 수는 없다. 수학자들은 어떤 문제가 더 의미있는지에 대해 온당하게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러셀의 책보다 훨씬 덜 형식적으로 서술됐으며, 다양한 관점을 가진 여러 저자들에 의해 집필됐다. 그리고 “무엇이 수학적 서술을 흥미롭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21세기 초에 수학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주요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가능한 한 흥미롭고 접근성이 높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2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의 범주 이 책의 중심 주제는 현대의 순수수학이다. 여기에는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현대”라는 단어는 단지 이 책이 현대 수학자들이 지금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에 관해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 세기 중반에 빠르게 발전했고 지금은 이미 성숙단계에 도달한 분야는 현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에 비해 덜 다뤄질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역사적 맥락 또한 중요하다. 오늘날의 어떤 수학 개념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통 오래전에 발견된 여러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먼저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수학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현대 수학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에 도달했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적인 내용도 많이 다루고 있다. 이는 주로 오늘날의 수학을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순수”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것은 좀 더 복잡하다. 많은 이들이 이미 언급했듯이 “순수수학”과 “응용수학” 간의 경계는 다소 불분명하며, 현대 수학을 이해하는 데 역사적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처럼 순수수학의 진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응용수학과 이론물리학에 대한 지식 또한 어느 정도 필요하다. 실제로 이들 분야는 순수수학에 여러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가장 흥미롭고, 가장 중요하고, 그리고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순수수학의 여러 분야들을 태동시켰다. 이 책은 이처럼 다른 분야들이 순수수학에 끼친 영향이나 순수수학의 실용적이고 지적인 응용을 외면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비교적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 어느 시점에 누군가는 좀 더 정확한 책 제목이 『The Princeton Companion to Pure Mathematics』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제목을 사용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지금의 제목이 좀 더 멋지다는 사실뿐이었다. 책의 내용을 순수수학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을 이끈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결정이 앞으로 응용수학과 이론물리학을 주제로 한 비슷한 책이 출판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한 책이 나오기 전까지, 로저 펜로즈가 집필한 『실체에 이르는 길(The Road to Reality)』(2005)은 수리물리학에 관한 여러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 책과 매우 비슷한 수준의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엘스비어(Elsevier) 출판사는 다섯 권짜리 수리물리학 백과사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3 이 책은 백과사전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 사용된 “안내서(companion)”란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에는 참고서적의 성격도 분명히 있지만, 독자는 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독자가 특정 수학 주제에 관해 알아보고 싶을 때, 설사 그것이 중요한 주제라 할지라도 이 책에서는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주제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이 책에서 다뤄졌을 개연성이 크기는 하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마치 사람으로서의 “동료(companion)”와도 같다. 즉, 정리된 내용 중에는 비어 있는 부분도 있고, 주제에 따라서는 보편적으로 동의되지 않는 관점 또한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어느 정도의 균형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는, 빠진 주제도 적지 않지만, 매우 광범위한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이는 어떤 한 사람의 “동료(companion)”에게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 이런 종류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미국 수학회(American Mathematical Society)의 수학 주제 분류나, 4년 단위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s)에서 섹션이 분류되는 방식 등 “객관적” 기준을 어느 정도 참고했다. 정수론, 대수학, 해석학, 기하학, 조합론, 논리학, 확률론, 이론컴퓨터과학, 그리고 수리물리학 등과 같은 광범위한 분야는 모두 다루고 있다. (비록 각 분야의 모든 하위 분야들이 포함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다룰 것인가와 어느 정도의 분량을 다룰 것인가의 문제는 때로 불가피하게 편집 정책보다는 누가 원고 기고를 수락했느냐, 그리고 수락한 이후에 누가 실제로 원고를 제출했느냐, 원고를 제출한 이들이 원고 길이 제한을 지켰느냐 등의 우발적인 요소들에 의해 좌우됐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바랐던 만큼 충분히 다루지 못한 일부 분야가 있지만, 결국에는 완벽하지 못한 책을 출판하는 것이 완벽한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수년을 더 지체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도래했다. 우리는 미래에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이 책에 있을지도 모르는 결함들을 개선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이 백과사전과 다른 또 한가지 특징은 내용이 ‘가나다’ 순이 아닌 주제 단위로 정리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글들이 개별적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주제별 묶음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의 구성은 앞커버에서 뒷커버까지 목차 순서대로 읽는 것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도록 구성돼 있다. 물론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4 이 책의 구성 이 책이 주제 단위로 정리돼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책은 8개의 부로 나눠져 있으며, 각각의 부는 서로 다른 주제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I부는 기초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수학에 대한 개요를 폭넓게 설명하고 수학적 배경이 상대적으로 적은 독자들을 위해 수학의 기본적인 개념 일부를 설명한다. 대략적으로 특정 분야가 아니라 모든 수학자들에게 필요한 배경지식에 해당하는 주제는 I부에 속한다. 예를 들어 군[I.3 §2.1]과 벡터공간[I.3 §2.3]이 이 분류에 해당된다. II부는 역사적인 성격을 가진 에세이들…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